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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베이커리
 
 
행복 거리는 이 작은 도시의 남쪽 끝과 북쪽 끝을 길게 잇는 오래된 거리로, 길 양쪽에 죽 늘어선 나이 많은 반얀나무들로 유명하다. 그 풍성한 나뭇잎과 가지에 가려 ‘행복 베이커리’의 간판은 숨바꼭질을 하듯 늘 보일락 말락 했다. 그래서 거리의 한가운데서 문을 연 지도 벌써 3년째였지만 아는 사람이 아니면 그곳에 빵집이 있다는 것도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였다. ‘행복 베이커리’의 주인은 올해 스물일곱 살의 청년이다. 대학을 졸업한 뒤 이 도시로 온 그는 매일 아침 산악자전거를 타고 자신의 가게로 향했다.

비록 눈에 잘 띄지 않는 빵집이었지만 단골손님은 꽤 있는지라 그의 가게는 종일 빵이며 과자, 우유 및 커피를 사려는 사람들로 붐볐다. 그녀도 단골이었다. 그녀는 올해 스물다섯 살이며, 이 도시에서 나고 자랐다. 매일 아침 그녀는 똑같은 종류의 단 과자와 달콤한 푸딩, 살구빵 두 조각, 우유 한 잔을 사 갔다. 때로는 퇴근길에도 들러 빵이나 쿠키를 사서 커다란 가죽 가방 안에 넣고 집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하루를 통틀어 그에게 가장 즐거운 시간은 멀리서 다가오는 그녀의 모습을 발견할 때였다. 비록 정신없이 바쁜 척했지만 그녀가 가게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그의 온 신경은 그녀에게 집중됐다. 그렇게 그녀를 지켜보면서 그는 어느새 그녀에 대해 많은 것을 추측하고, 또 알게 되었다.

3년 전, ‘행복 베이커리’가 처음 문을 열었을 때 그녀는 매일같이 새로운 빵을 맛볼 기대에 부풀어 이곳을 찾았다. 그리고 그녀가 매일 출근 도장을 찍다시피 빵집에 드나드는 동안, 그는 그녀의 남자 친구가 자신이 매번 새로 내놓는 빵처럼 계속 바뀐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화려한 문신에 형형색색으로 머리칼을 물들인 차림으로 나타나 그녀의 손을 꼭 잡은 채 턱으로 이것저것 가리키며 싸 달라고 했다. 그때마다 그는 묵묵히 빵을 포장해서 내밀었다.

2년 전, 그는 그녀가 한결 신중하고 어른스러워졌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녀는 걷기보다는 택시를 타고, 소위 ‘어른의 세계’에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그의 가게에 나타나는 횟수도 점차 줄어들었다. 그는 빵집 맞은편 호텔이나 화려한 무도회장의 입구에서 때로는 은행원, 때로는 외과의사, 때로는 대기업 사원의 팔짱을 끼고 술에 취한 듯 발그레한 얼굴로 비틀거리는 그녀의 모습을 훨씬 자주 보았다.

8일 전, 저녁이었다. 그녀가 오랜만에 그의 가게에 들어섰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행복 베이커리’ 안은 여전히 달콤한 빵 냄새와 부드러운 음악, 밝고 따뜻한 빛으로 가득했다. 그는 그녀에게 지나가듯 가볍게 말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그녀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초췌했고 눈가도 약간 부어 있었다. 부스스한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그녀가 말했다. “네, 안녕하셨어요.”

짧은 인사가 그의 귀에 기분 좋은 울림을 남기고 사라졌다. 그녀는 빵을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 잠시 후, 그가 가져다준 쟁반 위에는 그녀가 고른 것 말고도 처음 보는 빵과 설명서가 놓여 있었다. 의아해진 그녀가 그를 올려다보자 그는 재빨리 말했다. “새로운 빵이 나와서 시식용으로 드리는 겁니다. 제가 연구해서 특별히 만든 빵인데, 놀랍게도 상처를 치유해 주는 효능이 있답니다.”

그녀는 힘없이 웃어 보이고는 ‘행복한 맛의 빵을 먹는 법’이라는 설명서로 눈길을 돌렸다.

젊은 시절에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에 사로잡히기 쉽습니다. 그래서 아주 달거나 짠 음식을 좋아하게 되지요. 하지만 맛이 강하다 보니 얼마 안 가 금방 질리고, 새로운 맛을 찾게 됩니다. 문제는 이렇게 강한 맛에 길들여지면 미각이 둔해져서 나중에는 무엇을 먹어도 맛을 느끼지 못하는 때가 온다는 점입니다. 혹시 지금, 무엇을 먹어도 맛이 없게 느껴지십니까? 그렇다면 밀가루와 물만 가지고 단순하게 만든 ‘행복한 맛’의 빵을 드셔 보세요.

사랑도 처음에는 눈을 어지럽게 할 만큼 화려하고 자극적인 것이 가슴을 뛰게 합니다. 정원 가득 피어난 형형색색의 꽃이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빛의 모든 색을 하나로 합치면 결국 흰색이 된답니다. 비록 처음의 강렬함은 사라지지만 더욱 충만한 빛으로, 단순하지만 풍성하게 변하는 것이지요. 당신을 몰래 사모하기만 하다가 이렇게 고백하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처음에는 당신을 알고 싶었지만 지금은 지켜 드리고 싶습니다. 저와 함께해 주시겠습니까?


그녀의 긴 속눈썹에 눈물방울이 맺혔다. 그녀는 그가 직접 만든 빵을 가만히 한 입 물었다. 따뜻하고 풍성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 『너와 부딪친 순간 행복이 시작되었다』 중에서
(무무 지음 / 문학세계사 / 300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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