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닉 부이치치의 허그
 
 
지금껏 살아오면서 서너 번 소망을 놓아 버렸던 때가 있었다. 유년 시절은 대부분 행복했지만 열 살 어간에는 부정적인 생각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하게 밀려와서 그야말로 바닥까지 곤두박질쳤었다. 긍정적인 생각을 품고, 각오를 단단히 하고, 창의적인 자세로 발버둥 쳐 봐도 도저히 해내지 못할 일들이 있었다. 나를 돕느라 밥 한 끼 편히 먹지 못하는 가족과 친구들을 보면 미안하고 서글펐다.

하지만 그쯤은 약과였다. 오랜 시간 따라다니며 나를 끈질기게 괴롭힌 더 큰 문제들이 있었다. ‘내가 과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결혼할 수 있을까? 아내와 아이들이 생긴다 해도 어떻게 먹여 살리지? 위급한 일이 생기면 어떻게 가족들을 지켜내지?’ 자존감과 자아상이 정립되는 사춘기를 지나면서 나는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근심과 두려움의 습격을 받았다. 소망을 잃어버리면서 마음이 심각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망을 잃는 것은 팔다리를 잃는 것보다 훨씬 치명적이었다. 분노와 상처, 혼란이 그 어느 때보다도 극렬해졌다.

어느 날 오후,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목욕을 하게 욕조에 물을 좀 받아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욕실을 나서는 어머니에게 문을 닫아 달라고 말했다. 그러곤 물속으로 들어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장면이 머리를 스쳐갔다. 오래 계획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길 작정이었다. ‘하나님이 이 고통을 거둬 주시지 않는다면, 그리고 바라보고 살아야 할 목적이 없다면, 앞으로 만나게 될 것이 따돌림과 외로움뿐이라면, 누구에게나 부담이 되는 존재로, 밝은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면… 지금 끝내는 편이 낫겠어.’

마침내 몸이 뒤집히면서 얼굴이 물에 잠겼다. 본능적으로 숨을 멈췄다. 잠시 후 ‘이런 짓을 하면 못써!’라며 내 안의 내가 말했지만 어두운 생각들은 고집을 부렸다. ‘이 끔찍한 처지에서 벗어나고 싶잖아? 이렇게 사라져 버리면 그만이야.’ 조금만 더 참으면 폐 안의 공기는 다 사라지고 말 것이었다. ‘열, 아홉, 여덟, 일곱, 여섯, 다섯, 넷, 셋…’

숫자를 세고 있는데, 문득 내 무덤 앞에서 울고 있는 아버지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랐다. 옆에는 남동생도 있었다. 다들 눈물을 쏟으며 더 잘해 주었으면 죽지 않았을 거라고, 모든 것이 자기들 탓이라며 괴로워했다. 가족들이 평생 내 죽음으로 자책감을 가지고 살게 만드는 것은 견딜 수가 없었다. ‘맞아, 난 나만 생각했어!’ 얼른 몸을 뒤집고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 해서는 안 될 짓이었다.

그날 밤 한 방에 누운 남동생에게 속삭이듯 말했다. “형은 스물한 살쯤 자살할 작정이야.”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그럭저럭 참아낼 듯했지만 그 이후에는 장담할 수가 없었다. 남들처럼 직장을 잡거나 결혼을 해서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할 것 같았다. 스물한 살이 내 인생의 종착역처럼 보였다. “아빠한테 형이 그러더라고 얘기할 거야.” 동생이 대꾸했다. 나는 누구한테도 이르지 말라고 다짐한 뒤에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잤을까? 누군가 내 침대 귀퉁이에 걸터앉는 느낌이 들어 눈을 떴다. 아버지였다.

“죽으려고 한다니, 그게 무슨 소리냐?” 따듯하고 다정한 목소리였다. 아버지는 앞으로 너에게 얼마나 좋은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느냐고 했다. 이야기를 하는 내내 손가락으로 내 머리칼을 빗질해 주었다. 평소에도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쓰다듬어 주는 것을 무척 좋아했다. “우리가 있는데 뭘 그렇게 걱정하니? 걱정마라. 모든 일이 다 잘 풀릴 테니. 항상 네 곁을 지키겠다고 약속하마. 넌 잘될 거야.”

사랑스러운 손길과 근심어린 눈길은 그 자체만으로도 어린아이의 흔들리는 마음과 어지러운 생각을 진정시키는 힘이 있는 법이다. 내게는 다 괜찮을 거라는 확인을 받는 것으로 충분했다. 그날 밤, 나는 마음 놓고 기댈 든든한 기둥을 얻었다. 아이에게 아빠의 확인만큼 확실한 게 또 있을까? 아버지는 너그럽게 자식을 사랑하고 지지하며 그 마음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분이었다.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했지만 아버지가 다 잘될 거라고 했으니 당연히 그러리라고 믿었다.

그날 나는 잠을 잘 잤다. 이후로도 갠 날과 흐린 날이 교차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소망을 굳게 붙들었다. 다행스럽게도 바닥까지 떨어졌던 이 경험 덕에 넉넉히 이길 수 있었다. 여느 사람들처럼 주저앉고 싶을 때가 있지만 자살을 떠올리지는 않았다. 사방이 캄캄하기만 했던 그날, 난 내 목숨을 건드리지 못했다. 정작 내 생명을 취하신 분은 하나님이었다. 하나님은 내 인생을 가져다가 열세 살 꼬마가 이해할 수 있는 제한된 비전보다 월등하게 큰 의미와 목적, 기쁨을 가득 담아 주셨다. 팔다리가 생기는 기적을 보여주는 대신, 나로 하여금 기적이 되게 하셨다.

- 『닉 부이치치의 허그』 중에서
(닉 부이치치 지음 / 두란노 / 318쪽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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