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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전철의 다른 방향을 보았을 때
 
 
‘생태통로’라는 것이 있다. 짐승들은 종횡무진 야산을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다. 정해진 몇 개의 통로로 이동한다. 동물의 행동은 보수적이다. 마찬가지로 인간 역시 기본적으로는 보수적 행동을 반복하는 동물이라고 생각한다. ○시 ○분에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전철을 타고, ○시에 회사에 도착, ○시에 회사를 나와, 역시 전철을 타고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 도착한다. 역에서 집으로 가는 루트도 야생동물의 생태통로처럼 거의 정해져 있어, 정형화된 루트를 벗어나는 일은 거의 없다.

이에 대한 이야기를 어떤 잡지의 에세이난에 쓴 적이 있다. 30대 후반 어느 직장 여성의 이야기였다. 아사가야 역에서 걸어서 15분쯤 떨어진 곳에 집이 있는 그녀는 8년간 언제나 정해진 길을 걸었다. 그런데 어느 날 늘 다니던 길을 공사로 인해 지나갈 수 없게 되자, 어쩔 수 없이 우회로를 선택, 지금까지 가본 적이 없던 길을 지나게 되었다. 그때 그녀는 동백나무를 봤다. 한 채의 오래된 저택 옆에 커다란 동백나무가 가지를 뻗고 있었다. 사람이 다니지 않는 고요함 속에서 계절과 조화를 이룬 오색 동백꽃이 주단처럼 깔려 있었다. “겨우 몇 미터를 벗어나 다른 길을 걷는 것만으로 이런 정경을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그녀는 휴직을 하고 예전부터 흥미를 갖고 있던 꽃꽂이를 배우기 위해 영국으로 건너갔다. 겨우 반나절의 공사 때문에 일어난 단순한 사실이 그녀의 인생을 바꾼 것이다.

에세이를 잡지에 싣고 나서 2주일쯤 지난 어느 날,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남자였다. “그 이야기를 읽으면서 남의 일 같지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것을 보지도 못한 채 인생을 마감하는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나는 어느 날 그것을 봤습니다. 그녀처럼 아름다운 것을 본 것은 아닙니다. 봐서는 안 될 것을 봤다고 해야 할지…… 그런 기분이었어요. 하지만 그로 인해 그 후의 인생이 바뀌었다는 점에서는 비슷합니다.”

그는 전자기기를 만드는 회사에 근무하는 35세의 회사원이었다. 그는 게요센의 소가 역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는 방 두 개짜리 맨션에 살고 있다. 근무하는 날에는 매일 아침 7시쯤 집을 나와 소가 역에서 출발하는 21분 쾌속 전철을 탄다. 바다가 보이는 통근 전철이라는 이유였다. 자리에 앉지 않고 서서 가면서까지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러나 11년째의 어느 날 아침, 전기 계통 고장으로 출발시간이 한 시간이나 늦어졌고, 전철 안은 평소와 달리 복잡해 바다 쪽으로는 손잡이마저 잡을 수 없었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육지를 향한 쪽의 손잡이를 잡고 섰다. 창밖으로는 새로 지은 건물과 공장, 한산한 풍경이 계속되었다. 그런데…… 그러다가…… 작은 상자 같은 아파트들이 보였을 때, 그의 시선은 아파트의 어느 한 지점에 고정되었다. 전에 본 적이 있는 무언가를 본 것이다. 그것은 한 아파트의 2층 베란다에 널어둔 비치 드레스였다. 대담한 하늘색의 비스듬한 격자무늬가 옷 전체를 감싼 개성적인 디자인이었다. 그 순간 헤어진 아내의 얼굴이 떠올랐다. 4년 전에 헤어진 아내도 그런 비치 드레스가 있었다. 여름에 둘이서 바다에 갈 때도 그녀는 그것을 즐겨 입었다.

그는 딱히 심각한 문제가 있어 아내와 헤어진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집을 나간 가장 큰 이유는 방이 두 개뿐인 좁은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같이 지내야 하는 심적 고통 때문이었다. 외아들인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그 이후로 자신의 모든 생활과 인격을 지탱해준 어머니는 그에게 늘 절대적인 존재였다. 그날도 사소한 일로 그가 어머니 편을 들자 아내는 갑자기 오열을 터트리며 자기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아내가 행방을 알리지 않고 집을 나간 것은 그다음 날이었다. 여러 방법으로 아내가 있을 만한 곳을 찾아다녔지만 알 길이 없었다.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4년이 흘렀다. 어머니는 이제 그만 잊어버리고 다른 여자를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아내가 사라진 지 2년 후에, 한 여자를 만나 사귀기 시작했지만 결혼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자신에게 헌신적이었던 아내를 자신의 우둔함 때문에 외톨이로 만들고 말았다는 부끄러운 마음이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후 그는 전철을 탈 때마다 육지 쪽 창을 보고 서게 되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비치 드레스는 볼 수 없었다. 아내의 것과 비슷했을 뿐 눈의 착각이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날들이 한 달쯤 이어졌다. 그는 결론 없는 날들을 견딜 수가 없어, 결심을 하고 그 아파트를 한번 찾아가보려 했다. 그러나 그럴 필요는 없었다. 월요일 아침이었다. 그날도 육지가 보이는 창 쪽에 서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시선을 한 곳으로 모았다. 그 순간, 그의 시선 너머로 손에 검은색 서류 가방을 든 30대 후반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리고 남자의 뒤로 종종걸음으로 달려 나와 포옹하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임부복을 입고 하얀 이를 드러낸 채 웃고 있는 여자는 틀림없는 그의 아내 마코토였다.

이것이 그에게 일어난 사건의 전말이다. 그는 그 장면을 보고 나서 더는 아내를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그해 말, 사귀던 여자에게 프러포즈를 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그의 인생이 바뀌었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소가 역을 떠나, 게요센과는 다른 노선 주변에 살게 되었다. 그리고 어머니에게 별거를 통보했다. 두 번 다시 전 아내와 같은 희생자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오랫동안 어머니에게 지배되어 살아온 그가 그렇게 행동하기까지 얼마나 큰 결단이 필요했을지를 상상해보면, 전철에서 평소와 다른 곳에 선, 그 한 번의 일로 그의 인생행로가 크게 바뀌었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돌아보면 언제나 네가 있었다』 중에서
(후지와라 신야 지음 / 푸른숲 / 235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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