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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예쁜 꽃
 
 
어느 해 어느 날 나와 내 아내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 내외 역시 장년이 될 때까지만 해도, 세상 모든 사람들이 늙어 꼬부라진대도 죽는 날까지 청춘의 마음과 추억을 가지고 살 것 같았다. 그랬는데 어느 날 우리 내외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다. 덜컥! 나보다 나이가 좀 아래인 아내는 나의 마음보다 더 덜컥 ‘할머니’가 된 그런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손자가 생겨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니 그것 참 이상도 하지, 늙어진 느낌이 드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마냥 행복하고 좋다.

2011년 연초에 둘째 손자 지한이까지 태어나고 그 봄에 할아버지는 묘목 시장에서 크고 달고 맛있는 대추가 열린다는 ‘왕 대추나무’ 한 그루를 사서 화계산 시골집에 심었다. 그리고 ‘형제 대추나무’라고 이름을 지었다. 두 형제가 그 열매를 따 먹으며 할아버지 할머니를 추억하게 하고 싶어서였을 것이다. 해마다 가을이면 왕방울 빨간 대추가 주렁주렁 열리고 그 대추를 따 먹으며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거였다.

그해 봄에 할머니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블루베리와 체리도 심자는 거였다. 할머니 말을 잘 듣는 할아버지는 군말 없이 그렇게 하자고 했다. 블루베리 열다섯 그루, 체리 다섯 그루를 정성을 다해 심었다. 할아버지는 나무를 심고 몸살이 나 사흘을 끙끙 앓았다. 이제 할아버지의 체력도 옛날 같지는 않구나……. 예전 할아버지들께서도 집에 어린 식구가 늘어나면 과일나무를 심었다고 한다. 우리 손자들도 후일에 할아버지가 심고 가꾼 블루베리와 체리를 행복한 마음으로 따 먹으면 좋겠다.

퍽 추운 겨울이었다. 네 번째 돌이 지난 큰손자가 할아버지 집에 놀러왔다. 그런데 잘 놀다가 할아버지에게 뭐가 못마땅한지 녀석이 내게 한마디 날렸다. “할아버지는 빵꾸 똥꾸 쟁이야!” ‘빵꾸 똥꾸? 아이쿠, 규성이가 나쁜 말을 하네…….’ 순간 고민하던 할아버지는 녀석을 혼란에 빠뜨리기로 했다. 아름다운 말로 응수해야지! “우리 규성이는 구름 쟁이야!” 그러나 녀석은 더 나쁜 말로 반격했다. “할아버지는 똥꼬야!” 할아버지는 더 예쁜 말로 응수했다. “음, 우리 규성이는 장미꽃이야!” “……?”

녀석은 멈칫하더니 대거리를 멈췄고, 전쟁은 금세 끝나고 말았다. 녀석이 자꾸 나쁜 말을 해도 할아버지는 고운 말을 쓰니까 전쟁이 안 된다는 것을 안 것이다. 할아버지가 이긴 거다.^^ 이 일로 할아버지는 ‘똥꼬 할아버지’, 우리 규성이는 ‘장미꽃 손자’가 됐다.^^ 그러고 보니 어미가 할미에게 최근 ‘규성이의 변화’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두 녀석을 목욕시키던 날의 일이란다. 다 씻겨 놨는데 또 비누를 풀어 장난을 했다지 아마. 야단을 치는 엄마에게 규성이가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엄마, 규성이는 자꾸 나쁜 생각이 들어.”

오호? ^^ 성장이다. 이것이 다섯 살짜리 규성이 마음의 변화이고 성장이다! 다섯 살 나이에 보이는 미운 짓과 미운 생각을 엄마에게 표현한 것이다. 생각하면 반가운 변화다. 벌써! 규성이의 순백색 가슴속에도 그런 마음의 변화가 오고 있는 것이며 우리 착한 규성이는 엄마에게 그런 이상한 속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이렇게 자라는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변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할아버지는 이런 모든 변화가 걱정스럽다기보다는 되레 반갑다. ^^

얼마 전 안양 아이들 집에서 하루를 묵었다. 다음 날 서울 일정도 있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보고 싶어서였다. 아비는 봉사활동이 있어 새벽에 집을 나섰고 어미는 셋째를 가져 퍽이나 힘들어하던 무렵이었다. 할아버지가 서울에서의 일을 보려고 아침밥을 먹고 집을 나서면 어미와 두 녀석만 집에 남게 되는 상황이었다. 할아버지가 현관을 나서려 하자, 갑자기 작은 녀석이 할아버지의 바지를 잡고 “하버지 따라 시골집에 가겠다.”며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눈물이 그렁그렁하며 할아버지를 간절히 바라보는 녀석이 고맙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나 어쩐다? 손자들과 시골집엘 갈 형편이 아니었다.

우는 녀석을 안고 눈물을 닦아주며 차근차근 설명을 해서 겨우 달랬고, 배꼽인사까지 받으며 아이들 집을 나섰다. 서울 가는 전철 안에서 ‘까똑’ ‘까똑’ 하며 어미로부터 카톡으로 두 장의 사진이 날아왔다. 사진 설명과 함께. 어미가 찍어 보낸 사진은 할아버지가 가시는 걸 본다며 두 녀석이 아파트 베란다 창에 붙어 하염없이 바깥을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전철 안에서 그 사진을 본 할아버지는 가슴이 따뜻해오고, 무슨 일인지 눈물이 핑 돌았다.

할아버지는 곧바로 어미에게 ‘카톡’ 문자를 보냈다. “오호, 이 귀여운 녀석들…… 할아버지는 ㅠㅠ……”라고. 그리고 그 아름다운 사진을 혼자 볼 수 없어서 시골집에 혼자 있는 할미에게도 어미가 보낸 문자와 사진을 재전송했다. “여보, 내가 눈물이 막 나서…… ㅠㅠ……”라는 문자를 덧 넣어서! 아마 할미도 녀석들의 사진을 보고 눈물을 찔찔 짰을 게다. 녀석들.

- 『똥꼬 할아버지와 장미꽃 손자』 중에서
(이계진 지음 / 하루헌 / 280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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