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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모두, 언젠가 고아가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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렛미인 알아? 성형수술로 완전히 다른 사람을 만들어주는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안고 살아가는 다양한 고통이나 슬픔이 수술로 없어질 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성형 후 어찌 살아가는지는 몰라서 때로 궁금하더라.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쓰였던 건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편이었어. 수술해서 진짜 여자로 살고 싶은데 가족들 반대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살아가는 이십 대 트렌스젠더 이야기. 어머니는 끝까지 성전환 수술을 반대했지만 아버지는 쓴 눈물을 삼키며 허락했어. 그렇게 진짜 여자가 되며 해피 엔딩으로 끝났지.
방송 후 4년이 흘렀는데, 어젯밤 그녀가 방송에 나오는 것을 봤어. 패션 채널도, 여성 채널도 아닌 교육방송에서 불화를 겪는 부모와 자식이 함께 여행을 떠나 마음을 털어놓는 다큐멘터리였지.
여자가 되면 행복해질 거 같다고 했던 작고 가녀린 사람은 3년이 넘게 흘렀는데도 행복해 보이지 않았어. 오히려 대학도 못 다닐 정도로 많은 질시와 혐오로 외톨이가 되었더라. 억장이 무너지는 마음으로 수술을 허락한 아버지는 더욱 불행해진 딸을 보며 자신의 선택을 천 번, 만 번 후회한다고 울고 또 울었어.
그렇게 세상에 움츠러든 두 부녀가 떠난 여행길. 아버지는 자꾸만 걸음이 뒤처지는 딸에게 여자같이 굴지 말라며 불같이 화를 내고, 딸은 또 그런 아버지와 평행선을 달리고…. 그들의 속마음은 이렇더라.
아버지 : “정말 특수부대 요원보다 더 독하게 마음먹고 살아야 해요. 그래야 살아갈 수 있지요. 그런데 저 아이가 자꾸만 약해지니까 나는 그걸 못 보겠어.”
자 식 : “왜 이것도 이해 못 해주는데! 가족인데 왜 인정 안 해주는데! 내가 원해서 이렇게 태어난 거 아니잖아!”
그렇게 엇갈리기만 했던 두 사람은 여행이 끝나갈 때쯤 조금씩 마주보기 시작했어. 방송이라 화해하는 것으로 연출된 것은 아닐까. 4년 전처럼 방송 때문에 그들이 더욱 아파지는 건 아닐까 걱정하던 찰나,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 가슴이 먹먹해졌어. 크나큰 폭포수 앞에서 눈물범벅이 되어 울부짖듯 외치는 아버지 목소리에 진심이 보이더라.
“어머니! 죄송합니다. 제가 죄가 많아서 내 새끼가 이렇게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나는, 내 아이 이해하렵니다. 어머니! 용서해주세요.”
자식의 아픔과 고통을 바라보며 포옹 대신 호통을 치고 딸의 외침을 못 들은 척했지만 다 자기 잘못이라고, 가슴속 깊숙한 미안함을 토로하는 모습을 보며 한동안 울 수밖에 없었어.
있잖아, 살다 보면 가끔은 그런 생각이 들 거야.
“내가 이 모양 이 꼴이라서.”
“왜 나는 남들처럼 부유하지 않아서.”
“난 왜. 나만 왜.”
그래, 그럴 수 있어. 세상 모든 고통이 자석처럼 나를 따라다니는 것 같은 날엔 누구라도 그럴 수 있어. 나도 그럴 때 있는걸.
하지만 이것만은 잊지 않았으면 해. 울고 몸부림치며 힘든 시간을 보내고 감정의 요동이 사그라질 때쯤, 그 뒤에는 항상 내 괴로움을 두 배, 세 배 더 느끼며 쓰디쓴 눈물을 삼키는 누군가가 있다는 거.
우리, 그들의 손을 더 늦기 전에 잡아드리자. ‘늦든 빠르든 우리는 언젠가 고아가 된다.’는 누군가의 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 『오늘도 울지 않고 살아낸 너에게』 중에서
(장재열 지음 / 슬로래빗 / 240쪽 / 13,8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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