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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위로를 받을 것임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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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현 지음/규장/245쪽/9,800원)
내가 오랫동안 내밀하게 키워온 어떤 풍경이 있었다. 서른 살 넘어 처음 영상을 사명으로 붙든 후 뒷골목을 다니며 다큐멘터리 촬영을 하면서 나는 늘 한 가지 기도를 잊지 않았다. "주님, 아무도 모르지만 진실을 품고 애통하는 사람들의 풍경을 찍게 해주세요. 노인이 된다 해도 남루한 작업복을 입고 결국은 주님 앞에 가서 당신의 발등을 찍기까지 이 열정을 멈추지 않게 해주세요."
나는 지극히 작은 자 하나의 '애통'을 통해 하나님나라의 실재를 나누시려는 하나님의 열망이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어떤 부담이 있어도 가리라 의욕을 불태운 것과 달리 '애통'에 대한 열망은 점점 시들해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 한 분이 작업실에 들렀는데 뜬금없이 짐 엘리엇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최근 그를 소재로 한 <빛의 문을 넘어서>라는 영화가 개봉됐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었다. 엘리엇은 휘튼대학을 수석 졸업한 후 남미의 에콰도르 아마존 유역에 선교사로 자원했다. 1956년 1월 8일, 다른 네 명의 동료들과 함께 당시 가장 악명이 높고 접근하기가 어려운 아우카 부족에게 선교하다가 그들의 창에 찔려 순교했다. 아우카 부족은 수백 년 동안 외부인들을 죽여왔다. 그 사실을 알고도 엘리엇과 친구들은 그곳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때 엘리엇의 나이는 불과 스물 여덟 살... 친구들도 모두 살해되어 강에 버려진 채 발견됐다.
생각지도 않았던 엘리엇의 생애를 열심히 설명하는 그를 보면서 '이분이 왜 갑자기 나타나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 가슴이 철렁하기도 하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짐 엘리엇의 순교 이야기는 바로 '애통'과 관련된 주제였기 때문이다. 내 가슴을 흔들어놓고 그가 돌아가자, 나는 인터넷으로 짐 엘리엇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했다.
당시 <라이프>지는 이 비참한 사건을 장장 열 페이지에 달하는 기사로 다루면서 "What a unnecessary waste! 이 얼마나 불필요한 낭비인가!"라는 헤드라인을 붙여놓았다. 세상의 가치와 안목으로 판단하면 당연하다. 촉망받던 인재들이 하나님의 인도를 받고 갔던 선교지에서 복음을 전해보지도 못한 채 죽었다. 인생의 꽃을 피워보지도 못한 20대의 청춘이 갓 결혼한 아내와 뱃속의 아이를 두고 처참히 죽은 것이다. 그러나 짐의 아내 엘리자베스는 기자들에게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했다. "내 남편의 죽음은 낭비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온 생애를 이것을 위해 준비했던 사람입니다. 바로 이 시간을 위해 살아왔던 사람입니다. 그는 하늘이 주신 자기의 책임을 수행하고, 생의 목표를 달성하고 죽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가슴이 뭉클해지는 말이다. 무엇이 그런 확신을 줄 수 있었는가. 세상이 모두 어이없는 죽음이라 여기는 상황에서 엘리엇의 아내는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20대 중반의 젊은이들이 이런 깊은 진정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놀라웠다. 엘리엇이 대학 시절 쓴 일기를 보니 엘리자베스의 말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하나님께 기도합니다. 이 쓸모없는 나무 개비에 불을 붙여주소서.
그리고 주를 위해 타게 하소서. 내 삶을 소멸하소서.
나의 하나님이여, 이것은 주의 것이니이다.
나는 오래 살기를 원치 않습니다. 오직 풍성한 삶을 살게 하소서.
그의 이러한 기도에 응답하신 것일까. 짐 엘리엇이 살해당한 지 수십 년이 지난 후 그들이 죽은 마을에서 수백 개의 교회가 생겨났다. 엘리엇이 죽고 나서 태어난 아들이 그곳 교회의 목사가 되어 있었다. 더욱 놀라운 일은 장로와 교사로 교회를 섬기는 이들이 바로 엘리엇과 그의 친구들을 죽였던 원주민들이라는 것이다.
엘리엇의 아내 엘리자베스가 남편이 죽은 후 간호사 훈련을 받고, 1년 뒤에 어린아기를 데리고 아우카 부족의 마을로 들어갔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아우카 부족은 외부에서 들어온 남자는 죽여도 여자는 죽이지 않는 풍습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그녀는 5년 동안 이 부족과 생활하며 그들을 섬길 수 있었다. 5년 뒤 떠나려는 엘리자베스에게 파티를 열어주며 추장이 물었다. "당신은 도대체 누구입니까?" 그러자 엘리엇의 아내가 대답했다. "저는 당신들이 5년 전에 죽였던 그 남자의 아내입니다. 남편이 가지고 있었던 당신들을 향한 사랑 때문에 나는 이곳을 찾아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는 참을 수 없는 눈물을 쏟아야 했다. "이것이 진정 애통의 풍경이군요. 세상의 아픔과 애통들을 드러내어 위로의 근원을 나누라는 주님의 심정을 알겠습니다." 나는 '애통'을 다시 시작하게 하시려는 하나님의 애타는 마음을 절감하며 더 이상 망설일 수가 없었다.
-『애통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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