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넉넉한 마음
 
 
(박도 글, 사진/바보새/296쪽/10,000원)

중국 당나라 현종 때 시성 두보는 말년을 전란으로 피난지에서 비참하게 보냈다. 가족과 생이별한 뒤 홀로 떠돌면서 늙고 병든 자신의 모습을 절구나 율시에 그대로 담았다. 학창시절 선생님에게 두시언해를 배울 때도, 선생이 되어 학생들에게 가르칠 때도 매번 그의 시는 깊은 감동을 주었고, 지금도 읽을수록 그윽한 맛을 느끼게 한다. 두보의 「강촌」 중 ‘미련’의 마지막 연은 외롭게 객지를 떠돌면서도 안분지족하는 두보의 넉넉한 마음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

많은 병에 얻고자 하는 것은 오직 약이니
미천한 이 몸이 이것밖에 무엇을 구하리오.


얼마 전 나는 작가로서는 치명적인 어깨 병을 얻어 횡성에 있는 평화당 한의원에 다니면서 부지런히 침을 맞고 있다. 어깨 통증이 올 때마다 절망감에 빠지곤 했는데, 침술의 신통함을 얻어 다시 자판을 두드릴 수 있게 되었다.

한방병원 따끈한 전기 매트에 누워 팔다리에다 침을 꽂고 있으려니 ‘침과의 인연’이 떠올랐다. 내 지난 생애에서 고교 시절은 가장 어려웠던 시기였다. 등록금을 낼 수가 없어서 휴학을 해야 할 정도였으니까. 그러던 중 어느 날 아침, 일어나니까 입이 돌아가 있고 입에서 침이 흘렀다. 어머니가 깜짝 놀라서 침술원에 데리고 갔으나 별 효험이 없었고 치료비도 부담이 되었다. 주인집 할머니가 나를 보고서는 종로 재동초등학교 옆에 사는 한 할아버지를 소개해 주었다. 그 할아버지는 면허가 있는 한의사가 아니고 소문을 듣고 찾아오는 이에게 침을 놓아주는 분이었다.

할아버지는 내 몰골을 훑어보더니 ‘와사증’이라고 진단을 내렸다. 영양실조에다가 찬 방에서 자면 오는 증세라고 했다. 할아버지는 허리에 찬 침구통에서 대침을 꺼내더니 입이 돌아간 반대편 불에다가 꽂았다. 나는 그 대침을 보고는 꽂기 전부터 진땀을 흘리면서 공포에 떨었지만 무지막지하게 아프리라는 내 선입감과는 달리 이상하게도 아프지 않았다. 10센티미터쯤 되는 대침을 거의 끝까지 꽂고는 손가락으로 몇 번 친 뒤 천천히 뽑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침을 뽑고는 찬 방에서 자지 말고 세 끼 밥 잘 챙겨 먹으라고 일렀다. 어머니가 저고리 소매에 넣어둔 돈을 수고료로 드렸지만 할아버지는 그 돈으로 아이 고깃국이라도 끓여주라고 끝내 받지를 않았다. 나는 그 침 한 방으로 입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때를 회상하자니 눈물이 핑 돌았다. 나는 그 뒤 그 할아버지에게 감사 인사도 드리지 못했고, 함자도 모른 채 오늘까지 지내왔다. 그때가 1961년으로 44년 전이니 아마 그 할아버지는 벌써 저 세상 분이 되셨을 거다. 내 저승에 가서 그 어른을 만나 뵐 수 있을는지….

침을 다 맞고 일어나 나를 치료했던 한의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더니, 서로 인연이 맞아서 제 침이 들었던 모양이라고 겸손해 한다. 다행히 기와 혈이 살아 있어 효험이 있었다고 하면서 이제는 내 몸 돌보는데도 힘쓰라고 충고했다.

하늘은 나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것 같다. ‘앞으로는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면서 허튼 글 쓰지 말고, 내 마음 속 깊이 담겨져 있는 이야기를 풀어가라’고.

하느님 감사합니다.

* 이 글을 쓴 박 도는 정년이 보장된 학교에 사표를 내고 서울살림을 정리한 뒤 훌쩍 아무 연고도 없는 강원도 산골마을로 들어갔다. 산골 허름한 집에서 낮이면 텃밭을 가꾸다가 뒷산에서 삭정이를 주워 군불을 지피고는 밤이면 원고지를 메우고 있다. 자연과 인생을 담담하게 관조하는 그의 글은 깊은 산속 옹달샘에서 솟아나는 샘물처럼 더없이 맑고 시원하다.


- 『그 마을에서 살고 싶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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