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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부활이냐 몰락이냐
 
 
살을 에는 듯한 추위다. 아무리 둘러봐도 눈에 들어오는 것은 새하얀 눈뿐이다. 하늘 위에서 바라본다면 컴퍼스로 여섯 개의 원만을 그려놓았을 뿐 온통 새하얗다. 이 원들은 이곳에 발이 묶인 사람들이 궁여지책으로 설치한 야영지다. 총 인원 수 81명, 대가족이 여럿이고, 혼자 여행하는 사람 몇 명, 이 지역 지리에 밝아서 일행을 이끌고 시에라 네바다를 지날 예정이었던 안내인이 몇 명이다.

때는 1846년 11월 말, 토네이도로 세력을 키운 눈 폭풍은 거의 하루도 쉬지 않고 몰아쳐 이들을 뒤덮었다. 이들은 월동 장비도 갖추지 못한 데다가, 눈 때문에 앞으로 나갈 수도 뒤로 되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상황은 암담했다. 몇 주일이 지나고 12월이 되자 길을 뚫어 보겠다고 선발대가 나섰지만 다시는 돌아오지 못했다. 마치 아무도 풀지 못하는 끔찍한 마법에 걸린 듯했다.

마법의 6개월은 처음에는 얼음 황무지에 갇혀 있는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었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생존에 꼭 필요한 절대적 미니멈으로 그들을 몰아갔다. 그들 사이에 일어났던 일들은 몸서리쳐지는 이야기들이다. 폭력에서 살인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범죄가 빠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간의 위대함을 보여주는, 죽음을 넘어선 희생적 사랑도 있었다. 그들의 운명은 ‘돈너 계곡에서 벌어진 비극’으로 미국인의 기억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조지 돈너의 부인 톰슨 돈너는 교사 출신답게 여행 중 열심히 메모를 했는데, 나중에 서부 황야의 다양한 식물 종에 관한 책을 쓸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글은 얼마 안 가 궁지에 몰린 다양한 인간 종의 관찰 기록으로 변해버렸다.

이런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조금 욕심을 줄여 최대한 오래 생명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누구를 신뢰할 수 있을까? 돈너 계곡의 운명 공동체는 이 모든 의문을 풀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많은 학자들이 시에라 네바다의 비극을 연구했다. 기록을 평가하고 족보를 연구하고 심지어 발굴까지 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인류학자 도널드 그레이슨만이 그때까지 어느 누구도 던지지 않은 질문을 했다. “이런 끔찍한 경험을 역사가 아니라 생물학적 과정으로 해석하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누가 끝까지 살아남을까?”

사람들은 대부분 딸린 식구 없이 혼자 온 15명의 건장한 남자들을 지목할 것이다. 우리의 교육과 인습은 혈혈단신의 전사가 위기를 가장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심어주었다. 하지만 돈너 계곡의 사건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일행이 눈 폭풍을 만나기 전부터 이미 혈혈단신의 4명의 기대주들은 목숨을 잃었다. 그러니까 진짜 재앙이 시작되기도 전에 남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일종의 ‘죽음의 춤’이 시작된 셈이다. 그레이슨은 이 사실에 놀라워하는 사람들이 더 놀랍다고 했다.

그레이슨은 사망 사건을 모두 조사하고 사망자와 생존자를 비교 분석한 결과, 생존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조건을 찾아냈다. 그것은 바로 가족이었다. 가족은 생존의 보증수표였다. “가족과 함께 있었느냐, 혼자 있었느냐가 생존을 좌우한 유일한 관건이었던 것이다. 또한 가족의 규모가 클수록 개인의 생존 확률도 높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생존 기간도 가족의 규모에 따라 달랐다. 가족의 크기가 클수록 구성원의 생존 기간도 길었다.” 이는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았던 65세의 조지 돈너에게도 해당되었다. 그가 심한 부상을 입고도 다른 남성들에 비해 오래 살았던 이유는, 부인의 극진한 보살핌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사람의 힘으로 추위와 기아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가족 내에서 상호 교환되는 어떤 힘이 공동체의 생존에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1847년 3월 23일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돈너 부인은 걸을 수 없는 남편을 혼자 둘 수 없으므로 자신도 그곳에 남겠다고 말했다. 대신 세 딸만은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조지 돈너는 일행 중 최고령이었고 부상도 심각했지만, 이런 아내의 헌신적인 사랑 덕분에 3월 26일까지 생존했다. 그리고 부인은 남편이 사망하자 이틀 뒤 남편을 따라 눈을 감았다. 훗날 생존자들의 말에 따르면 그녀는 이방인도 가족처럼 대했고, 남자들의 살인이나 폭력 충동을 진정시켰으며, 몇 사람이 굶어죽은 상황에서도 공평하게 식량을 나누며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고 한다.

우리가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는 진정한 유산은 가족이 서로에게 하는 행동이 만인을 위한 행동이라는 깨달음이다. 공동체를 가장 깊은 내면에서 결속시키는 것은 시장이나 국가가 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존폐의 위기에 내몰린 가족, 점점 줄어드는 인구,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공동체 네트워크에 대한 우려는 우리를 다른 먼 곳으로 향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5백만 인구가 컴퓨터의 네트워크를 통해 외계 생명체의 신호를 찾는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있다. 누가 있는가? 우리뿐인가? 우리를 도와줄 이가 있는가? 어느 날 이런 질문을 던지며 먼 곳을 바라보지 않아도 될 날이 오기를 빈다.

- 『가족, 부활이냐 몰락이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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