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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키워주는 사람
 
 
(웨인 코데이로 지음 / 예수전도단 / 191쪽 / 8,500원)

1983년 12월 8일,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진 매서운 날, 필라델피아의 한 가정에서 12살 난 트레버 페렐이란 소년이 저녁 뉴스를 보고 있었다. 그의 시선은 못이 박힌 것처럼 화면에 고정돼 있었다. 화면에서는 노숙자들의 힘겨운 겨울나기가 보도되고 있었다. 갑자기 내려간 수은주로, 그들이 동사할지도 모른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뉴스가 끝나자 소년은 심난했다. 자기 동네에 그렇게 어려운 분들이 계신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담요를 노숙하는 분께 갖다 드리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담요 하나 갖다 드리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라고.’ 그는 잽싸게 자기 방에서 담요와 베개를 갖고 나왔다. 소년의 부모는 어린 아들이 차가운 밤에 거리로 나가는 게 싫었지만, 아들의 결심이 너무 확고해 어쩔 수 없이 돕기로 했다. 아버지는 아들을 자동차 조수석에 앉히고 캄캄한 밤거리를 달렸다. 그것이 그들의 삶뿐 아니라, 필라델피아 도시 전체를 영원히 바꾸리라는 것을 알지 못한 채.

밖은 살을 에는 듯 추워 보였지만, 차 안은 따뜻했다. 한참을 달리다 보니, 한 남자가 웅크리고 앉아 추위를 조금이라도 막으려고 애쓰는 모습이 보였다. 트레버는 차를 세워 달라고 하고는 담요와 베개를 갖고 가 아무 말 없이 그 사람에게 내밀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트레버의 눈을 바라보다가 떨리는 음성으로 무어라 짤막하게 속삭였다. “하나님이 널 축복하실 거다.”

그 말은 트레버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다. 트레버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다음 날 밤, 그는 더 많은 담요를 노숙자들에게 갖다 주자고 아버지를 졸랐다. 이런 식으로 며칠을 다니다 보니, 페렐 씨네 집에는 담요와 베개가 남아나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트레버는 도움을 요청할 만한 이웃들의 명단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트레버가 노숙자들에게 베푼 온정에 대한 이야기는 삽시간에 필라델피아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일간지들은 트레버의 자선을 특집으로 보도했다. 동시에 여기저기서 자선의 손길이 한꺼번에 밀려들기 시작했다. 대학 동아리 연합회에서는 회원 전원이 봉사를 자원했다. 패스트푸드 체인점에서는 푸짐한 먹거리를 공급했다. 이를 위해 트럭을 기증하는 사람도 있었다. 미 육군의 보급을 담당하는 장교는 군인들에게 제공하고 남은 담요와 코트가 창고에 가득 있으니, 트레버가 원하면 언제든 노숙자들에게 나눠 줘도 좋다고 했다. 오래지 않아, 필라델피아는 어딜 가든 트레버가 벌이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우게 되었다.

그러나 트레버에게서 시작된 이 거대한 자선의 물결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적잖았다. 무엇보다 노숙자 문제를 담당하고 있는 시 공무원들이 난색을 표명했다. 그들은 전문가를 초청해 토론회를 열어, 문제점을 짚어 보게 했다. 트레버 역시 패널 자격으로 그 자리에 참석했다.

진행자는 먼저 저명한 대학의 사회학 교수에게 노숙자들에 대한 트레버의 접근법을 논평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그는 목청을 가다듬고는, 굵고 낮은 목소리로 학자적 견해를 제시하기 시작했다. “노숙자들의 문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그런데 지금 트레버 군이 쓰고 있는 방법은 너무도 간단한 미봉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복잡한 문제는 해결책 역시 복잡하기 마련인데, 이제 겨우 12살 난 꼬마가 그걸 알 리 없죠.”

진행자는 트레버에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전 아직 어려서 교수님 말씀이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오늘 저녁에는 담요를 나누어 주면서 그분들께 여쭤보겠습니다. 교수님 말씀대로 복잡한 해결책을 강구해 그때 도와 드리는 게 좋은 방법인지.”

트레버의 선행은 인도 캘커타에까지 알려졌고, 이 소식을 접한 테레사 수녀는 깊은 감명을 받아 그곳을 방문할 수 있도록 초청장을 보내기도 했다.

대체 이 모든 일이 시작된 첫 동기가 무엇이었을까? 그에게는 꿈을 키워주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주일학교 선생님이었다. 트레버는 다른 소년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수줍음 많고 나설 줄 모르는 소년이었다. 그런데 그가 처음 거리로 나가기 몇 주 전, 선생님으로부터 “하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꿈을 갖고 계신다”는 말씀을 들었다.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렴. 하나님이 너희들이 무슨 일을 하기 원하시는지 보여주실 테니.”

트레버의 꿈은 지금도 계속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까지 트레버의 노력으로 노숙자들에게 제공된 식사만도 2백만 인 분이 넘으며, 주택과 일자리를 공급 받은 사람은 천 8백 명이 넘는다. 게다가 1983년 이후로 필라델피아에서는 길에서 얼어 죽는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나눔은 어떤 프로그램이나 캠페인이 아니다. 그저 담요와 베개를 들고 밤거리 속으로 나갈 때 나눔의 기적은 시작되는 것이다.

- 『꿈을 키워주는 사람』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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