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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는 절망에서 솟구치는 것
 
 
나는 ‘용기’라는 말을 듣거나 입에 담을 때마다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다. 그 이야기를 들은 지 벌써 몇 십 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당시의 광경이 사진처럼 생생하게 그려진다. 지금은 세상을 떠나신 내 어머니가 어린 두 아이를 키우던 젊은 시절의 일이다.

배경은 중국의 내륙 지방에 있는 어느 도시. 어머니는 그 도시에서 유일한 백인 여자였다. 아버지가 오랫동안 출타중이라 집에는 아이 둘과 어머니뿐이었다. 여름 막바지 무렵,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때마침 가뭄이 들어 몇 주일씩이나 비가 내리지 않자 수확을 앞둔 벼가 새카맣게 타들어갔다. 도시의 우물은 거의 다 말라붙었고, 사람들은 굶주린 채 잔뜩 겁을 집어먹고 있었다. 어째서 이런 재난이 닥쳐온 것인가 하고 두려움에 떨던 사람들은 하늘이 노하신 탓이다, 이방인인 백인이 이 거리에 있기 때문이다 하며 수근대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선교사관에 틀어박혀 계셨으나 거리에서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유모가 귀띔을 해주었던 것이다.

끝내 비가 오지 않은 채로 여름이 지나가자 사람들의 노여움은 어머니에게로, 우리 가족들에게로 집중되었다. 어머니는 조만간 그 분노가 폭발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버지가 돌아오시기를 애타게 기다리셨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었다. 편지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어머니는 노심초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그날은 평소보다 훨씬 무더운 열기로 새벽부터 찌는 듯한 날씨가 이어졌다. 거리는 텅 비어 아이들의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어머니는 그 침묵 속에서 드디어 때가 왔음을 감지했다. 그날 저녁, 심부름꾼 한 사람이 혼비백산해서 어머니에게 달려왔다. “사람들이 오늘 밤 당신과 아이들을 죽이러 온답니다.”

훗날 어머니는 내게 그 당시의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이 말을 듣고도 도망칠 생각은 없었다고 했다. 그 어디에도 어머니를 도와주거나 숨겨줄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무슨 일이 닥치더라도 정면 대응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자,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분하게 가라앉더란다. 어머니는 아이들에게 조용히 저녁을 먹이고 목욕을 시킨 다음 제일 좋은 옷으로 갈아 입혔다. 그리고 어머니 자신도 새 옷을 꺼내 입고 머리를 빗었다. 유모는 내심 놀라고 있었다. 이 백인 여자가 대체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아이들을 데리고 자살하려는 것은 아닐까?

얼마 뒤 거리의 침묵이 깨졌다. 무시무시한 함성이 들려왔다. 폭도로 변한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했다. “찻잔을 모두 내놓고 새로 끓인 차를 따라줘요. 마지막 남은 빵과 과일도 내오도록 해요. 그리고 문을 활짝 열어주세요.” 유모는 깜짝 놀랐으나 어머니의 뜻이 완강해서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집의 문이란 문은 전부 열어놓고 아이들과 함께 대청마루에 앉았다. 아이들에게는 장난감을 주고 당신은 바느질감을 들고서. 어머니가 조금도 두려운 기색을 보이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들도 태연하게 앉아 있었다.

폭도들은 거리 한복판에서 함성을 질렀다. 그러고는 몽둥이며 칼을 들고 열어젖힌 문으로 밀려들어왔다. 그제야 어머니는 바느질감을 내려놓고 밀려드는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자, 어서들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자, 어서…” 사내들은 조용히 미소 짓고 있는 어머니의 얼굴과 방 안을 둘러보았다. 무서워하지도 않고 놀고 있는 아이들, 불이 켜진 방, 테이블 위에 준비된 차와 음식들. 어머니는 불안한 표정으로 어색하게 방 안으로 들어온 사람들에게 손님들을 대접하듯 정중히 두 손으로 찻잔에 차를 따랐다. “자, 어서 드세요. 남편은 지금 없어요. 저와 아이들뿐이랍니다.” 평소 친절한 중국인들만 보아온 아이들은 장난감을 버려두고 조금도 무서워하지 않고 그들에게 다가갔다.

나는 이야기가 여기에 이르면 언제나 숨을 죽이고 이렇게 묻곤 했다. “그래서 어떻게 됐어요?” 벌써 몇 번이나 들어서 잘 알고 있는데도 말이다. “사람들은 차를 마셨지. 그리고는 아이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모두들 나가더구나.” “왜요?” “글쎄.” “무섭지 않았어요?” “무서워서 미칠 것 같았지.” “그런데 엄마는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긴 거예요?” “절망했기 때문이야.” 엄마는 언제나 그렇게 대답했다. 용기는 절망의 밑바닥에서 치솟는 것이라고. “죽음을 눈앞에 둔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도저히 그런 용기는 나지 않았을 거야.”

이 이야기의 끝은 해피엔드이다. 그 일이 있던 날 밤, 어머니가 솜처럼 무거운 몸을 누인 채 눈만 껌벅이고 있을 때, 비가 오기 시작했던 것이다. 믿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분명히 비가 오고 있었다. 어머니는 지붕 위에 빗물이 떨어지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또 들었다. 그것이야말로 천상의 음악이었다.

고대 그리스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어느 나라에나 불사조의 상징이 있다. 죽음의 잿더미 속에서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황금새. 그 새가 어떻게 해서 태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불사조는 신화와 역사의 성스러운 표상으로 면면히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이 불사조에 담긴, 그것이 전하는 의미는 항상 같다. ‘절망을 넘어 용기를, 죽음을 넘어 삶을.’

-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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