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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이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려라
 
 
지금 생각하면 참 부끄럽지만 결혼하기 전까지 내 별명은 ‘칼’이었다. 매사에 철두철미하고 찬바람이 쌩쌩 불 정도로 매몰차다고 붙여진 별명이었다. 나는 오히려 그런 인간미 없는 별명을 은근히 좋아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이기적인데 괜히 안 그런 척한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어느 날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내게 아이가 찾아왔다. 갑작스런 임신에 당황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첫아이 경모를 낳고 한동안 세상의 모든 것을 원망하며 하루하루를 지옥처럼 보냈다.

그러다 경모가 돌쯤 되었을 무렵이었다. 감기 기운이 있던 경모가 밤이 되자 열이 40도까지 올라갔다. 정작 소아과 의사인 남편은 코를 골며 자는데, 나 혼자 한 시간마다 열을 재면서 목이 부어 해열제를 못 삼키는 아이에게 좌약을 넣어 주고 온몸을 미지근한 물로 마시지해 주기를 몇 차례. 새벽녘에야 간신히 열이 떨어졌다. 조그만 몸으로 아픔을 호소하던 아이는 그제야 칭얼거림을 멈추고 새근새근 잠이 들었다.

그때였다. 가슴이 뭉클하게 차오르면서 말할 수 없는 뿌듯함을 느꼈다. 보통 때였으면 왜 나만 이런 고생을 해야 하냐며 남편을 깨워 화를 냈을 것이다. 그리고 경모가 잠들면 나도 파김치가 되어 나가떨어졌을 것이다. 하지만 새근거리며 잠자는 아이를 바라보는데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그때 느꼈던 뿌듯함은 그 어떤 성취의 순간에도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이었다. 그 순간 나는 정말 외롭지 않았고, 어느 때보다도 내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작은 경험 덕분에 나는 ‘왜 이렇게 힘들지?’라는 불행의 늪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아 나서기 시작했다.

하버드 대학에서 사람들이 ‘헌신’에 대해 어떻게 느끼고 반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실험을 했다. 학생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은 돈을 받고 일하게 하고, 한 그룹은 아무 대가없이 자원봉사를 하게 한 다음 몸의 면역 기능의 변화를 조사했다. 그 결과 자원봉사를 한 학생들에게서 면역글로블린 A가 훨씬 더 많이 발견되었다. 학생들에게 마더 테레사의 전기를 읽게 했을 때도 마찬가지로 면역력이 높아졌다. 선행은 지켜보기만 해도 건강해진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하버드 의대는 이런 효과에 공식적으로 ‘테레사 효과(Teresa Effect)’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실험 외에도 남을 돕고 친절을 베푸는 것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입증한 연구는 수없이 많다. 영국의 사회 생물학자 매트 리들리는 『이타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한없이 이기적인 인간이 선행과 친절을 베푸는 것은 남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자신의 생존을 위한 유전자의 명령이라고까지 주장할 정도다. 많은 연구자들의 결론은 이렇다. 사람들은 선행을 많이 할수록 행복해진다. 이는 가진 것이나 처한 상황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러므로 죽어 가는 사람을 간병하는 호스피스들이나 남모르게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모두 나를 위해서 하는 거예요”라고 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부모’라는 이름의 사람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생각해 보라. 아이를 열 달이나 배 속에 품고, 그 다음엔 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한 아이를 돌본다. 심지어 아이를 위해 온전히 나를 바친다. 아무리 몸이 천근만근이라도 아이가 울면 하던 일 다 제치고 아이에게 달려간다. 자기 자신의 실리만 따져서는 절대로 잘할 수 없는 것이 부모 노릇이다. 그러니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부모는 늘 ‘헌신’을 몸으로 실행하고 있는 셈이다.

확신하건대 나 또한 부모가 되지 않았다면 결코 ‘섬기고 헌신하는 기쁨’을 몰랐을 테고, 지금 내가 느끼는 풍요로운 삶의 만족감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다행히도 아이를 낳아 키우면서 그 기쁨을 알게 되었고 그래서 참 많이 행복해졌다. 아마 그즈음부터였던 것 같다.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산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으면서 내가 진료하는 소아정신과를 찾은 아이와 엄마들을 마음을 다해 보살피게 되었고 상대방을 진심으로 배려하게 되었다.

지금은 예전에 내가 ‘칼’이라는 별명을 즐겼다는 사실이 부끄럽다. 누군가는 그런 나를 보고 뒤늦게 철이 들었다고 해서 한참을 웃었다. 그런데 그 말이 싫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 모든 행복이 아이로부터 왔다. 아이가 나에게 행복을 일깨워 준 것이다.

그러나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위해 자신을 헌신하는 것을 자기희생이라고 여긴다. 이 ‘희생자 모드’에 빠지면 부모 노릇은 온통 스트레스가 된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누구나 사랑을 하면 상대방의 요구에 맞추어 나를 바꾸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한편 누군가를 사랑하는데 그 사람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가 가장 불행한 법이다. 그러므로 사랑하는 아이를 위해 내가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복이다. 그러니 이제 그만 머릿속에서 ‘희생’이라는 말을 지워 버려라. 부모라서 더 행복해질 수 있다. 당신이 그것을 마음껏 누렸으면 좋겠다.

- 『나는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한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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