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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진하고 충전하는 경주 자전거 여행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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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는 자전거로 돌아보기 가장 좋은 곳이다. 경주 시내에는 대릉원, 천마총, 첨성대, 반월성, 향교, 박물관, 안압지, 분황사, 황룡사지가 반경 5킬로미터 안에 몰려 있다. 그러니 경주 시내의 볼 만한 장소와 맛집을 둘러보기 위해 자전거로 1박 2일 정도면 되겠다. 몸이 동력이니 잘 먹어주는 것은 당연한 일. 경주에서는 맛집을 포인트 삼아 자전거로 달려보는 것도 좋다. 맛있는 식당이 이번 여행의 주유소, 또는 충전소가 되는 것이다.
시작은 ‘경주와 자전거’ 하면 떠오르는 곳, 첨성대를 포함하고 있는 경주 역사유적지구로 한다. 이곳을 기점으로 찻길을 건너면 대릉원과 천마총이 있고, 첨성대를 등지고는 정면에 반월성과 석빙고, 교동 쪽으로는 향교를 만날 수 있다. 자전거로 달리면 시원할 뿐 아니라 낮은 언덕과 내리막이 나름대로 스릴 있다. 향교까지 넘어가는 것은 금방이다. 이쪽으로 가면 뒷골목 어디쯤에 유명한 김밥집이 하나 있다. 왠지 자전거 여행과 잘 어울리는 김밥. 마침 출출하니 김밥 한 줄 사서 월성지구나 계림의 벤치에 앉아 피크닉 분위기를 즐긴다.
배를 채웠으니 이번에는 분황사와 황룡사지로 간다. 자전거를 타니 골목과 도로를 자유자재로 누빌 수도 있고 남부럽지 않은 기동력을 지녔다. 도착한 분황사에서는 천 년 고찰의 이야기 속에 흠뻑 빠졌다가, 터만 남은 황룡사지에서는 고터의 쓸쓸함에 젖어본다. 소풍 나온 동네 아이들을 구경하거나 이 넓은 들의 옛 모습을 상상해보는 것도 재미있다.
돌아올 때는 다른 길을 택해본다. 저녁이 되었다면 안압지도 좋다. 안압지는 야경이 좋기로 유명해 화창한 대낮보다 어둠이 깔린 밤에 사람들이 몰리는 곳이다. 신라시대에 인공 연못, 산, 섬을 만들었다니 호화롭고 신비한 기운이 밤에도 위풍당당하게 그 위용을 뽐낸다.
간식과 함께 경주를 달렸으니 이제 제대로 식사를 해보자. 하루 종일 경주 시내를 운행한 기사에게 스스로 내리는 상이다. 유명한 쌈밥집과 한정식집도 많지만 동네 어르신들께 여쭈어 조금 특별한 메뉴를 골라본다. 아귀수육. 아귀찜은 많지만 하얗게 삶아낸 아귀수육은 흔치 않다. 탱탱하게 살 오른 아귀수육을 칼칼한 숙주, 미나리무침과 함께 한입 먹어본다. 담백한 아귀가 입속에서 리듬 있게 씹히는 중에 상큼한 나물이 심심치 않게 포인트를 주는 것이 아귀찜과는 또 다른 맛이다. 소진과 충전의 기쁨이 바로 이런 것 아닐까?
숙박도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정해본다. 편안한 호텔 숙박은 다음번 휴식 여행 때 택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경주 시내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나 펜션에 묵어본다. 어차피 자전거 여행을 계속하려면 멀리 떨어진 호텔단지보다는 시내가 편하다. 다음 날은 경주박물관을 향한다. 사실 경주를 제대로 알려면 박물관을 한 번은 들러보아야 한다. 진짜 보물과 역사는 그곳에 다 있으니 말이다. 시간이 많이 소요되므로 하루 날 잡아서 보거나, 흥미로운 부분만 집중해서 관람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자전거 여행은 정직하다. 움직이면 피곤하고 목마르고 배고프다. 마침내 찾아간 여행지는 감격이고, 허기진 이후의 식사는 포만감으로 행복하다. 몸을 소진하면 잡념도 사라지고 일상의 사소한 갈등쯤은 대범하게 내던지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재충전이고 마음의 휴식 아닐까?
Tip!
경주자전거 여행 http://www.gjbike.net
경주문화관광 http://guide.gyeongju.go.kr
- 『비우고. 채우고. 머무는. 쉼표 여행』 중에서
(이민학, 송세진 지음 / 비타북스 / 391쪽 / 15,8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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