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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관광지 중 추천하고 싶은 곳이 어디냐’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선뜻 대답을 주지 못해 부끄러웠던 기억에서 시작한 배우 배용준의 여행. 단순히 유명한 여행지를 찾는 것에 그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문화’, ‘예술’, ‘전통’이라는 테마로 13가지(가정식, 김치, 한복과 살림살이, 옻칠, 템플스테이, 차茶, 도자기, 황룡사지, 미륵사지, 한글과 세종대왕, 경복궁과 천상열차분야지도, 국립중앙박물관, 술과 풍류, 한옥)를 직접 찾아 명인들과 만나는 것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이 한 편의 ‘우리 문화 학습기’에서 ‘차’의 테마로 함께 들어가보자.
차밭 가는 길, 그리고 제다법
한국 차의 중흥조의 초인선사의 다맥은 동아시아 차문화연구소장 박동춘 선생님으로 이어지고 있다. 200년을 이어온 다맥과 제다법을 찾아 선생님의 차밭은 천연상태로 잘 보존된 야생차밭이다. 처음으로 본 차 덖는 풍경은 생경하면서도 흥겹다. 두 손으로 정성껏 찻잎을 비비는 사람, 비벼낸 찻잎을 무쇠솥으로 옮기는 사람, 덖은 차를 말리는 사람. 나는 선생님의 손놀림과 불 조절의 타이밍, 마음의 움직임까지 작은 것 하나도 놓치기 싫어 아궁이 앞에 바짝 다가선다. 차가 덖어지기 시작하면 무거웠던 향이 조금 더 지나면 가벼워지고 유쾌해진다. 그리고 어두워졌던 색이 밝아진다. 향과 색이 섞인다. 달고, 쓰고, 짜고, 시고, 떫은 그 모든 냄새들이 다 올라왔나 싶으면 곧장 사라졌다. 가마솥의 큰 입구를 통해 향과 맛이 날아갈버릴 것만 같은데, 선생님의 손동작이 보이지 않는 막을 만들어내는 듯 모든 향과 기운이 찻잎에 꼭 붙들린다.
차를 마시며
제다를 마치고 작은 방에 모두 둘러앉아 첫물차를 마신다. “이 차는 뜨겁게 마셔야 합니다.” 한 모금 드시고는 선생님께서 운을 떼셨다. 뜨거운 물에서도 떫어지지 않는 차 맛의 비밀은 바로 제다법에 있다. 제다를 할 때 찻잎이 350도 이상의 뜨거운 솥에서도 견뎌내기 때문에 그 성질을 기억하고 있어, 뜨거운 물에서도 좋은 맛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누군가 한국 음식의 경쟁력을 어디에 두고 싶냐고 묻는다면 “자연에 가까운 인간을 위한 음식”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한국에선 좋은 재료, 좋은 음식, 건강한 재료와 건강한 음식을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갈 수만 있다면 우리 삶의 질도 높아지고 이를 배우고 경험하려는 외국 관광객들의 발길도 잦아지지 않을까.
-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중에서
(배용준 지음 / 시드페이퍼 / 428쪽 /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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