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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묘한 인형의 집에 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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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공예관인 주사브로관은 일본의 유명 인형사인 츠지무라 주사브로와 그의 제자들이 작품을 전시하고 작업하는 공간이다. 일본에서 인형사는 신비한 힘을 가진 존재로 여겨지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인형사의 공간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생긴다. 작업실을 가득 채운 묘한 분위기의 크고 작은 인형들의 시선이 관람객을 따라다니는 것 같아 으스스한 기분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다.
일본은 오래전부터 인형 문화가 발달했다.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인형은 조몬 시대의 토우로 알려져 있다. 쿠사 히토가타(草人形)는 헤이안 시대에 역병을 쫓기 위해 길가에 세워둔 것으로 사람 대신 재액을 떠맡기려고 만든 것이다. 이 시기에 상류층 여자아이들이 소꿉장난을 하며 놀던 인형이 히나(雛)다. 이후 히나 인형 놀이가 성행하고 17세기 초반 에도 시대에 들어서면서 액을 막는 전통에 사용된 인형과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히나가 결합돼 매년 3월 3일 열리는, 여자아이의 무병장수와 행복을 기원하는 행사로 유명한 ‘히나 마츠리(雛祭り)’로 발전했다.
인형사는 인형을 공예하고 조각하는 사람을 통칭하는데, 과거에는 인형 공예사와 인형 조작사로 구분했다. 인형 공예사는 손, 머리, 다리, 가발, 옷 등 전문 분야가 나뉘었으며, 인형을 만드는 순서에 따라 각각의 공예사가 분업해서 인형을 만들었다. 인형 조작사는 원래 카이라이시(傀儡子)라는 예능인에서 비롯되었으며 유랑극단의 일원이었다. 헤이안 시대 이전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사원이나 신사에 소속되어 마츠리와 같은 축제의 공연을 담당하기도 했다. 이후 익살스럽게 승화된 조작 인형은 분라쿠(文樂)로 계승되고 나머지는 가면 무극, 노(能)와 가부키(歌舞伎)로 이어졌다.
주사브로관에 전시된 기모노를 입은 인형들 중 유난히 자태가 고혹적인 인형이 있다. ‘오이란’이다. 오이란은 에도 시대의 유곽지대인 요시와라의 기녀 중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자를 부르는 호칭으로, 아무리 신분이 높은 사람이 지명해도 거절할 수 있는 기품 있는 기녀다. 아름다운 미모만으로는 오이란이 될 수 없다. 시, 서예, 샤미센(3현으로 된 일본 고유의 현악기)에 능숙할 정도로 교양을 쌓아야 등극할 수 있다. 뒤가 깊게 파인 기모노와 굽 높은 게다, 화려한 치장, 뒤따르는 수십 명의 하인들까지, 성대한 오이란의 가두행렬은 고객의 품격에 맞춰 꾸미고 장식해 부를 과시한다.
작업실 안쪽으로 들어서자 백발의 짧은 머리를 하고 멋스럽게 기모노를 입은 할아버지가 있었다. 사람을 닮은 인형의 아버지, 츠지무라 씨. 그는 명실공히 일본을 대표하는 인형사로 80세가 넘은 지금까지도 대중으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으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레이어드 스타일로 기모노를 입고, 가죽 장갑에 밴드, 알이 큰 빈티지한 느낌의 시계를 차고 있는 그는 매무새가 단정했으며, 몸짓은 우아하면서도 귀여웠다.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고 한국 역사 드라마 <이산>을 좋아해 그것을 모티브로 작품을 만들기도 했는데, 히로시마의 미요시 역사 민속 자료관에 개관한 주사브로 인형관에 전시하고 있다. 그는 어머니가 만주로 이동하는 길에 조산을 하는 바람에 충청도에서 태어났다고 했다.
츠지무라 씨는 인형을 전통 기법으로 만들지 않는다. 창작 인형, 즉 역사 속 실제 인물이나 다양한 시대와 세계 여러 나라의 이야기, 신화 등을 모티브로 하여 자신만의 독자적인 방법과 분위기로 제작한다. 그의 작품이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이유는 전통문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세계 문화에 대한 호기심이 믹스 매치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현재는 인형 제작 및 조작뿐 아니라 영화나 의상, 무대 예술 등으로 활동의 폭을 넓히고 있다.
Tip!
주소: 도쿄도 주오구 니혼바시 닌교초 3-6-9
전화번호: 03-3661-0035
영업시간: 오전 10시~오후 4시 30분 (매주 수요일은 정기휴일)
www.jusaburo.net
- 『도쿄의 오래된 상점을 여행하다』 중에서
(여지영, 이진숙 지음 / 한빛라이프 / 336쪽 / 1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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