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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동 외 지음/월간조선사/2003년 10월/566쪽/23,000원)
세계화의 시대다. 이제 자국 내에서만 경쟁력을 갖춘 기업은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되었다. 제조, 물류, 서비스, 정보 등에 이르기까지 어떤 산업군이든 이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외국 기업들과 싸워 이겨야만 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어디 기업뿐이겠는가. 농업도 조만간 세계화의 여파에 전면적으로 노출될 상황까지 왔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국제적 경쟁력을 기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배우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출간된 『나의 꿈은 글로벌 CEO』는 아주 흥미로운 책이다. 이 책은 비 브라운 코리아 대표이사 김해동,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 사장 박원순, 한국 그런포스 펌프 대표이사 사장 이강호, 엑손모빌케미칼코리아 윤영학 사장 등 다국적 기업의 한국지사 대표들의 이야기를 묶은 책이다.
오늘날 우리는 세계화를 부르짖지만 세계화라는 말이 우리에게 낯설었던 시절부터 세계화를 선도해온 사람들이 바로 이 책의 주인공들이다. 이 책에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해 기업 경영을 하는 다국적 기업 경영자들이 한국적인 기업 및 문화 풍토에 맞춰 기업을 경영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화와 다국적 기업의 CEO가 되기까지의 스토리, 다국적 기업 경영자로서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들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의 박원순 사장을 보자. 이 회사는 영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기업으로 연료 절감용 제품을 생산하고 증기와 일반 유체의 효율적인 이용과 제어 분야에서 세계 제일의 시장점유율과 기술 수준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76년 한 해 매출 7000만원을 기록했으나, 지난해에는 354억원을 기록하여, 25년만에 무려 500배의 매출 신장을 기록했다.
이 회사가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급격한 매출 성장도 중요하지만 그 성장을 이뤄낸 원동력인 인재 채용 시스템이다. 20년 동안 전문경영인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는 박원순 사장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채용에 관한 변치 않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 그것은 직원을 선발할 때 출신 학교와 지역, 성별을 묻지 않고 성적이 우수한 사람도 선호하지 않는다는 원칙이다. 학벌, 성적, 연고지, 성별을 묻지 않고 입사원서에도 기재하지 않는 것은 최근에 한국의 대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채용 시스템이다. 하지만 박원순 사장은 그러한 개념이 나오기 훨씬 이전부터 이러한 제도를 현장에 적용해오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의 가치와 문화가 한국 기업들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우리가 배워야 할 경영 원칙과 전략, 선진 시스템은 무엇인지를 29명의 CEO들을 통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 벌어서 외국을 배부르게 한다."는 지금까지 한국 사회에 잘못 알려진 다국적 기업에 대한 오해를 풀고 그들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실제적인 역할과 위상을 제시한다.
세계 최대의 다국적 기업들의 선진 경영기법과 글로벌 스탠더드, 학력, 혈연, 지연, 학연에 얽매이지 않는 기업 문화, 역경과 난관을 극복하고 성공한 CEO들의 실패와 성공 이야기는 좀더 넓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기회 또한 제시해줄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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