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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정 글·사진/대원사/260쪽/28,500원)
해안분지는 대암산, 대우산, 두솔산, 가칠봉 등의 큰 봉우리가 둥글게 병풍처럼 둘러싸여 일명 ‘펀치볼’이라 부르는 곳으로, 남북으로 약 8km, 동서로 약 6km의 타원형 분지이며, 해안분지의 제일 낮은 곳은 평지가 해발 500m이고, 분지벽이 1,000m가 넘는 높은 산지이다.
넓은 분지 안에서는 많은 작물이 재배되고 있으며, 들녘의 색깔은 약 15마일마다 다른 색으로 변한다. 주변이 여러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식물상은 비슷한 편이며, 약간 낮은 분지인 관계로 휴전선 이남의 강원도 산골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봄이면 산뽕나무, 뽕나무, 찔레, 진달래, 철쭉 등이 나타나고, 여름으로 접어들면서 숲 가장자리나 밭둑에는 ‘금꿩의다리’, ‘사위질빵’ 등이 꽃을 피운다. ‘물봉선’과 흰물봉선, 노랑물봉선도 이곳 냇가에서 많이 자라고 꽃을 피운다. 물봉선 무리들은 전국적으로 많이 볼 수 있는 가을 꽃이다. ‘눈괴불주머니’는 전국의 산골짜기 습기 있는 곳에서 자라며 이곳 해안분지의 도랑가 등 습기 있는 초원에서 휴전선의 마지막 가을 꽃으로 가녀리게 피어난다. 이들 식물들은 내가 휴전선을 찾을 때마다 항상 만날 수 있었지만, 근래 들어 휴전선 지역에 관광지를 조성하려는 움직임과 함께 이 지역의 생태계 보존을 걱정하는 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가칠봉 밑 비무장지대 부근의 명소, 깊이 9m 안팎의 두타연은 금강산에서 비무장지대의 철조망을 통과해서 내려오는 맑고 깨끗한 물이 모여 못을 이룬 곳이다. 지금도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열목어가 많이 서식하고 있다. 20여 m의 천연동굴이 있으며, 부근의 높은 봉우리의 암벽에는 천연기념물인 ‘검독수리’의 서식지가 있다. 휴전선 지역 중 가장 수림이 우거지고 자연경관이 빼어난 곳 중의 하나이다. 이곳에는 금강산 가는 길의 이정표라도 되는 듯 커다란 키에 꽃과 줄기도 노란 ‘마타리’가 외롭게 길목을 지키고 있다.
‘산옥잠화’는 통상적으로 깊은 산골짜기의 냇가 바위틈 등에 잘 자라는 식물이며 이곳의 냇가에는 더 많이 자생하고 있다. ‘물레나물’, ‘염아자’ 등은 전국적으로 흔히 나타나는 꽃이지만 비무장지대에서 피는 꽃은 더욱 더 애절한 느낌을 준다. ‘큰제비고깔’은 백두대간의 높은 산에서 간혹 나타나는데 이곳 두타연 지역의 숲속에 자라는 것은 아주 건강하고 꽃의 색깔도 더욱 아름답다. ‘꿩의비름’은 전국적으로 많이 피어나는 가을 꽃이며 이곳의 비무장지대에서도 향기를 뿜어대고 온갖 벌과 나비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이 오염되지 않은 깨끗한 계곡에 많은 꽃이 계속 피어나면 온갖 곤충 따위가 모여들기 마련이고, 이 곤충을 먹고 사는 또 다른 곤충이 있기 마련이다. 호랑무늬의 호랑거미도 그 중의 하나. 열심히 거미줄을 치고 흰 글씨라도 쓰는 듯 부지런히 움직이는 모습에서 자연이 살아 있음을 실감한다.
- 『휴전선 155마일 야생화 기행』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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