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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따뜻한 이야기

또 한 번의 크리스마스 1

또 크리스마스가 돌아오고… 텔레비전에서는 장난감 광고와 휴일 특별 프로그램이 방송되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바로 나, 한 늙은이가 텔레비전 앞에서 또 하루의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왜죠, 주님? 왜 저를 어서 빨리 본향으로 데려가지 않으십니까?’ 나는 수천 번이나 물었
다. 평생 기독교인으로 살아왔으니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도 나의 이런 친근한 어조를 개의치
않으시리라 생각했다. ‘93년이라는 세월은 이 지구상에서는 오랜 시간입니다. 저는 제 생을
살만큼 다 살았고, 하나님께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제는 더 좋을 게 없는 사람이라 여겨집
니다.’ 아내가 살았을 때는 달랐다. 하지만 아내, 베스가 세상을 떠난 지도 벌써 7년이 흘
렀고, 이제는 거동하기도 힘들어졌다. 예를 들어 크리스마스만 해도 그렇다. 올해는 다락방
에 있는 상자에서 그 커다란 은빛 크리스마스 트리를 꺼내는 일조차 귀찮아졌다. 예쁜 트리
이긴 했지만, 150개나 되는 가지를 일일이 붙이는 것만도 내겐 큰 작업이었다. 눈이 나빠진
후론 가지 꽂는 구멍을 찾아내기 위해 얼음 송곳을 가져와야 했다. 이 집엔 나 혼자 뿐인데
뭐하러 귀찮게 그런 일을 하겠는가?

어느 록 그룹이 텔레비전에 나와서 “징글벨”을 불렀다. ‘주님, 저는 이 집을 더 이상 혼
자 관리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곳으로 가는 것도 원치 않는 걸 주님께서는 아십
니다.’ 두 아들과 아들네 가족들이 둘 중 어느 한 가정과 함께 살게 이사를 하라고 계속
부탁했지만, 나는 고집이 센 사람이다. 이렇게 혼자 사는 게 좋았다. 하지만 그것도 작년 일
이었다.... 작은 집이었지만, 내게는 점점 더 크게 느껴졌다. 지붕이 새고, 벽지도 벗겨졌다.
‘주님, 왜 제가 본향으로 갈 수 없는 건가요? 잠시 머무는 이곳에서 이제 그만 보낼 순 없
나요?’

텔레비전 화면에서는 샬로트 시내에 있는 구세군 구호소 장면이 비치고 있었는데, 크리스마
스에 집 없는 사람들에 관한 시리즈 중 한 장면이었다. “오늘밤 이곳엔 200여 명의 여인들
이 일자리도, 희망도 없이 잠들어 있습니다.” 아나운서가 말했다. 분명 그들이 불쌍하다고
느꼈지만 내가 쓸 돈도 충분하지 않는 처지에 그들에게 기부금을 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10시쯤 텔레비전을 끄고 불도 끈 다음, 늘 하던 대로 침대에 오르기 전에 기도를 했다. 잠
은 오지 않고 자꾸만 그 구호소의 여인들이 떠올랐다. 내가 여유가 있을 땐 언제나 가난한
사람들에게 기부를 했었다. 분명히 그 일은 이제 다른 사람의 차례였다. 하지만 그 뉴스 보
도가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그 여인들은 도움이 필요했다. ‘바로 나처럼 말이야.’ 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도움이 필요한 두 사람이 서로의 필요를 함께 합한다면? 그 여인들 중
한 명이 우리 집에 들어와 살 곳을 얻는 대신, 집안을 관리해 준다면 어떨까?

다음날 아침 나는 구호소로 전화를 했다. “꼭 원하신다면 겁튼 씨,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소장이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며칠 후 그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결혼한 부부는
어떠십니까?” “글쎄요, 지금은....” 나는 두 사람을 생각하진 않았었다. “집이 너무 작아
서요, 남은 방이 겨우 한 사람이 묵을 정도밖엔 안 된답니다.” 나는 사과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소장이 말을 이었다. “부인은 집안 일을 하고, 남편은 정원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방 크기가 문제라면, 확신하건데 문만 달려 있다면 지금 그 부부에겐 궁전같이 보일
겁니다.” 소장은 잠시 말을 멈추고 내게 생각할 시간을 주었다. “제 생각엔 토니와 팸 데
이비스 부부가 적격인 것 같은데요.” 그 부부는 둘 다 직장을 잃었다. 전세비를 낼 수 없어
집에서 쫓겨나, 밤에는 구호소에서 자고 낮에는 직장을 구하러 다니는 처지였다. “구겨진
옷을 입고 일정한 주소도 없는 사람들이니 고용주에게 좋은 인상을 주기가 어렵습니다.”
“그들을 보내 주시오. 어디 한 번 노력해 봅시다.” 내가 말했다. 일이 잘될 것처럼 보였다.

팸은 처음엔 약간 수줍어했지만 일 주일도 되지 않아 우리는 오랜 친구처럼 서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 팸은 식당 종업원으로 일했었고, 남편, 토니는 양탄자를 설치
하는 일을 했었는데, 같은 달에 두 사람의 직장이 모두 문을 닫았다는 것이었다. 팸은 시선
을 떨구며 크리스마스에 구세군 구호소에 있는 기분이 어땠는지를 자세히 얘기했다. 누군가
가 집안 일을 하고 식사 준비에 정원 일까지 해주니 참 좋았다. 부부가 나를 노인회관에도
데려다 주고 교회에도 차로 바래다주면서 너무 잘 돌봐 주니 얼마나 좋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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