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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람들은 부와 명예, 성공과 행복을 향해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기뻐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과연 우리에게 삶은 어떤 의미일까. 한 사람, 한 사람 각자가 자신의 삶을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 누구도 삶이란 어떤 것이라고 한마디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살아가면서 우리는 결국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 한바탕 봄날의 꿈을 꾼 것처럼 부귀영화가 덧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우리 시대 최고의 이야기꾼 황석영이 지난 8개월 동안 인터넷에 연재해 독자들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강남몽’이 책으로 출간되었다. 오늘날 대한민국 부의 대명사가 된 강남이 형성되기까지 수십 년의 역사를 다양한 인물들의 파란만장한 삶을 통해 그려내고 있는 저자는 부를 향한 끝없는 탐욕이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 나아가 희로애락 속에 살고 있는 우리의 현실 자체가 어쩌면 꿈과 같이 덧없는 가상의 현실은 아닌지 묻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 중 한 명인 김진은 일제시대 만주에서 일본군의 밀정 노릇을 하다가 해방이 되자 남한으로 내려와 남한 미군정청 산하의 특무기관(CIC) 요원이 되었다. 그 후 김진은 계속해서 자신의 입지를 굳히며 재산을 모아오다 5·16 혁명 이후 준위로 예편하고 건설업에 뛰어들어 막대한 부를 축적했다. 그가 불하받은 서울 서초동 외국인 임대아파트 부지에 아파트를 재건축하고 백화점을 지었을 때 그의 부는 절정에 이른다. 저자는 김진의 이러한 삶의 궤적을 통해 제주 4·3사건, 여순반란사건, 김구 암살, 박정희 구명, 6·25전쟁, 5·16 혁명, 전두환 신군부의 등장, 장영자·이철희 사건, 강남 개발 등 숨가쁘게 펼쳐지는 한국 근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며 그 이면에 숨겨진 진실과 에피소드들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시골 여상을 졸업한 뒤 고급 요정과 카페를 거쳐 김진의 후처가 되었으나 김진이 지은 백화점이 붕괴되면서 콘크리트더미에 깔려 세상을 떠나는 박선녀, 무일푼에서 강남 개발의 흐름을 타고 부동산 중개업자가 되어 부동산 투기와 전매로 큰돈을 번 심남수, 술집·오락실· 청과물시장 경매 등 먹잇감을 둘러싸고 치열한 세력다툼과 난투극을 벌이는 홍양태 같은 조직폭력배 등 다양한 인물군상의 삶을 통해 개발독재 시대의 어두운 이면을 적나라하게 파헤치고 있다.
그와 함께 저자는 가진 자들이 시대에 편승하여 탐욕을 채우는 동안 수많은 서민은 개발독재의 희생물이 되어 참혹한 삶을 살아야 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집을 공짜로 나눠준다는 정부의 말만 믿고 살던 곳을 떠나 무작정 경기도 광주 대단지 천막촌으로 이주한 임판수 부부는 열악한 주거 환경으로 인해 곧 절망적인 상황에 직면하게 되었고, 목숨을 걸고 주민들과 함께 대대적인 시위를 벌임으로써 정부의 양보를 얻어내 마침내 가건물과 같은 집이나마 지을 수 있게 되었으며 그의 딸 임정아는 백화점 점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저자는 백화점 붕괴로 콘크리트더미에 갇혀 있다가 17일간의 사투 끝에 구조된 임정아를 통해 가진 것 없어도 희망을 잃지 않고 묵묵히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을 역사 속에 각인시키며 진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다윗왕이 반지에 ‘이 또한 지나가리라’라고 새긴 것처럼 부귀영화도 슬픔과 좌절도 언젠가는 지나간다. 탐욕에 눈멀지도 말고 슬픔과 절망에 너무 아파하지도 말자.
- 최종옥 북코스모스대표/ceo@bookcosmo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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