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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문화부가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10명 중 3명은 1년 동안 한 권의 책도 읽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지나칠 정도로 책을 읽지 않는다. 특히 일본 사람들의 독서량에 비하면 마음이 우울해지기까지 한다. 일본의 경우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민간단체가 하나가 되어 17년째 ‘국민독서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2010년을 ‘국민독서의 해’로 정하고 ‘책 읽는 나라 일본’을 만들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부터 남자는 모름지기 다섯수레에 실을 만큼의 책을 읽어야 한다고 했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굳이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만큼 독서는 우리의 삶에 있어서 소중한 자산이다.
아마도 전 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은 사람들을 손꼽는다면 바로 일본의 다치바나 다카시와 사토 마사루 두 사람이 아닐까 싶다. 일본 최고의 저널리스트인 다치바나는 7만∼8만권의 도서를 소장하고 있고,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는 논객인 사토 역시 1만 5000권 정도를 소유하고 있다. 이 두 사람이 한자리에 마주앉아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형식으로 엮은 ‘知의 정원’은 그동안 두 사람이 섭렵한 철학, 종교, 경제, 문학, 과학, 만화, 실용서 등 인류 문화의 거의 전 분야에 걸쳐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자신들이 소장한 도서들 중에서 각 100권씩, 그리고 현재 서점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서들 중에서 각 100권씩, 총 400권의 추천도서목록은 인류가 보유한 지식보고의 결정판이라고 할 수 있다.
두 사람은 먼저 책이 인간의 역사에서 어떻게 시작되었고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이야기한 뒤, 각자가 읽은 책을 소개하고 비평하면서 독자들을 지식의 정원으로 초대한다. 물론 두 사람 모두 일본인이기에 일본 역사와 일본 사회를 다룬 책이 다수 들어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생소하고 관심도가 떨어지는 책들도 일부 있지만 전체적으로 전 세계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들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재구성해 보이고 있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근대국가 일본에 대해 고심하며 거대화되고 고착화된 모든 권력을 파헤치는, 깨어 있는 시대의 지성인 반면 사토 마사루는 천황제 지지자이자 국가주의자로 독도에 대해서도 일본의 영유권을 주장해야 한다는 입장을 지니고 있다. 이처럼 두 사람이 서로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는 탓에 역사에 대한 해석이나 종교를 보는 관점, 그리고 특정 저자에 대한 평가 등에서 서로 시각을 달리하는데 이러한 두 사람의 엇갈린 시각을 통해 독자들은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그 문제에 대해 더욱 깊이 생각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독서예찬론자인 두 사람 모두 독서는 앞으로도 계속 인류 문화를 이끌어갈 것이며, 독서를 통해 진정한 교양을 갖출 때 인간이 저지르는 온갖 악행과 퇴보적인 시도들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400권의 추천 도서에 대해 두 사람은 책마다 자신들의 느낌이나 비평을 달고 있는데 일부 책들은 단순히 제목과 저자 이름만 밝히거나 짤막한 평을 달고 있지만 대부분 책들은 그 내용과 의의 그리고 저자들의 감상을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두 사람이 마련한 지식의 정원에 초대 받은 독자들은 짧은 시간에 인류 지식의 보고를 전체적으로 훑어보고 또한 인류 역사를 관통해온 주요 핵심 키워드를 이해할 수 있는 값진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ceo@bookcosmo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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