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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학, 인문의 경계를 넘나들다』
오형규 지음 / 한국문학사
스티브 잡스는 일찍이 자신의 창의성의 원천이 인문학에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인문학은 한 마디로 철학·역사·문학과 예술을 포괄하는, 인간과 세상에 대한 이해와 성찰을 위한 종합 교양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의 숨은 이면, 즉 세상을 움직이는 기본 원리를 연구하는 경제학은 인문학과 결코 동떨어진 영역일 수 없다. 『한국경제』 논설위원인 오형규는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설이나 영화 그리고 신화나 과학을 소재로 딱딱한 경제 원리를 알기 쉽고 흥미 있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1장에서는 우선 경제학자 그레고리 맨큐가 제시한 경제학의 10대 기본 원리를 사람들은 ‘채찍보다는 당근에 더 잘 반응한다’, ‘사람들은 수준보다 비교에 민감하다’, ‘무료는 공짜가 아니다’ 등 알기 쉬운 용어로 설명한다. 그리고 2장에서는 노아의 방주, 미다스왕의 황금손, 카산드라의 예언 등인간의 본성, 관계, 희로애락, 갈등을 담고 수천 년 전부터 전해 내려오고 있는 신화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경제학의 지혜를 소개한다. 3장에서는 역사의 주요 장면들 속에서 경제원리의 뿌리를 찾는다. 중국이 ‘세계 4대 발명품(종이, 활판인쇄술, 화약, 나침반)’을 갖고도 근대화에 뒤처져 서구 열강들에 의해 굴욕을 당한 이유를 장인들의 기업가정신을 금지한 철저한 신분제에서 찾고, 중세 유럽이 무너진 원인을 흑사병으로 인해 인구가 급감한 데서 찾고 있다. 인류는 그 과정에서 세상을 움직이는 이치, 즉 경제원리를 깨닫고 이를 집단의 지혜로 전승해왔다.
4장에서는 소설들을 소재로 하고 있다. 『위대한 개츠비』의 시대적 배경은 1920년대 전후로, 음주와 술 제조, 판매를 금지한 금주법이 시행됐던 시기다. 1920년 금주법이 발효되자 미국 전역에서 술의 밀수와 밀주가 성행했고 밀주 판매를 둘러싼 마피아들끼리 주도권 다툼으로 전국이 무법천지로 변했다. 결국 인간의 본성을 거스르는 규제는 반드시 부메랑처럼 더 큰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5장에서는 정치학, 사회학, 심리학과 같은 사회과학의 다양한 관점과 경제원리의 공약수를 발견함으로써 사회를 움직이는 원리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09년 교황청은 여성 해방의 1등 공신으로 세탁기를 꼽았다. 이밖에도 밥솥, 식기세척기, 건조기, 가스레인지, 청소기 등은 여성에게 여가를 선물했고, 비로소 똑똑한 여성들이 능력을 발휘할 토대를 만들어준 것이다. 또한 AFP통신과 『포춘』지는 20세기 최고의 발명품 1위로 피임약을 선정하기도 했다. 피임약은 세상의 절반인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이로 인해 남성과 가족의 삶도 변모했다. 6장에서는 실제 생활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과학 현상과 자연법칙에 순응하는 동물들의 행동을 통해 발견할 수 있는 경제원리를 소개한다. 끝으로 7장에서는 〈뷰티풀 마인드〉, 〈대부〉, 〈라이언 킹〉등의 영화들을 소재로 경쟁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최선의 행동을 선택하는 게임이론(game theory)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인간 사회의 어떤 영역이든 경제학과 통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북코스모스 대표 최종옥 ceo@bookcosmo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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