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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얀 양복의 신사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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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원 지음/청림출판/320쪽/12,000원)
매주 주말이면, 하바나 최고로 손꼽히는 호텔 나시오날에서 그 옛날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화려했던 공연을 다시 볼 수 있다. 1930년에 지어진 호텔 나시오날은 그동안 윈스턴 처칠, 에바 가드너, 프랭크 시나트라 같은 저명한 인사들이 묵었던 단골 숙소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밤바다가 출렁이는 말레콘을 따라 노란색 코코 택시를 타고 나시오날을 향해 달려갔다. 택시라지만 삼륜 오토바이에 그저 뚜껑을 하나 덮은 것이니 창문 같은 가리는 것이 있을리 없고, 그래서 카리브 해의 상큼한 바닷 바람을 고스란히 몸 전체로 느낄 수밖에 없었다.
"환영받는 사교 클럽"이란 뜻의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공연은 밤 9시 30분에 시작한다. 저녁 식사를 포함하면 1인당 40달러, 공연만 관람하면 25달러의 입장료를 지불한다. 공연 30분 전인데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꽉 차 있어서 빈 자리가 거의 없어 보였다.
드디어 공연이 시작되었다. 똘망똘망한 목소리의 여성 사회자가 스페인어와 영어를 반복하며 단원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무려 14명의 단원들이 소개되었는데, 가수들은 모두 환갑을 훨씬 넘긴 듯한 노장들이었다. 공연은 <찬찬>으로 문을 열었다. <찬찬>의 주인공이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영원한 전설인 콤파이 세군도를 추모하기 위해서다. 그는 지난 해인 2003년, 95세로 생을 접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쿠바 음악 특유의 유장한 음악의 세계가 펼쳐진다. 친숙하고 익히기 쉬운 멜로디, 매력적인 스페인어로 사랑과 정열, 향수의 기쁨을 노래하는, 그들의 깊은 연륜에서 나오는 음색에는 애환이 어린 인생이 담겨 있다. 높은 풍랑을 헤쳐 나가는 격정의 인생이 아니라 폭풍이 사라지고 난 후 담담히 지내온 흔적을 회상하며 항구에 다다른 뱃사공 같은 인생이다. 성숙한 노가수의 목소리에 관중들은 숨죽이며 그 유혹의 세계에 빠져들고 있다.
가수들의 노래가 몇 번 더 이어지고, 어느 새 공연장 뒤에선 청중들이 일어나 춤을 춘다. 드디어 마지막 곡. 모든 가수들이 무대에 올라 흥겨운 명곡 <칸델라>를 열창했다. "칸델라"는 "불"이라는 뜻이다.
공연이 끝나자 청중들은 모두 일어나 환호하고 춤추며 노가수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그들의 노래엔 마치 살코기를 날로 먹는 것 같은 활기와 야성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본능의 세계로 깊이 빠져들게 된다. 소박하고 숨김없는 관능성이 꿈틀대지만, 그러면서도 어떤 때는 기름지고 너무나 달콤하다. 또한 아주 슬프면서 감상에 젖을 때도 있다. 그렇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것들이 착한 아이들처럼 아무런 거리낌 없이 융화되어 있다. 그래서 결국엔 신기할 정도로 솔직한 울림이 되어 때론 우리 영혼을 천국으로 또는 지옥으로 왔다갔다하게 만드는 것이다.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음악은 굶주린 야수처럼 코를 벌름이고 있었다. "순수"란 먹이를 찾기 위해.
-『화가 사석원의 황홀한 쿠바』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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