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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3500~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으로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더운 여름날 농부들의 목을 축여주었고, 광부들의 막힌 목을 뻥 뚫어주는 음료였던 맥주. 또한 추운 겨울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주고, 비타민과 단백질의 훌륭한 섭취원이자 든든한 액체 빵이었다.
와인에 비해 맥주는 누구나 값싸고 편하게, 그리고 어디서든 즐길 수 있다. 여름철, 갈증과 더위를 한 번에 씻어주는 맥주의 시원함은 누구나 경험하였을 것이다. 그러나 맥주는 여름철 시원함으로만 즐기는 술은 아니다. 겨울철에 마시는 크리스마스 맥주, 자연효모로 발효시킨 람빅 맥주, 향신료나 허브 등을 넣어 독특한 맛을 낸 맥주, 밀로 만든 밀 맥주, 훈제고기의 맛이 나는 훈제 맥주 등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기분에 따라, 같이 마시는 사람에 따라, 장소에 따라 다양한 맥주를 골라 마실 수 있다.
우리가 몰랐던 맥주에 관한 것, 당신도 이제 맥주 전문가
모 방송국의 ‘있다 없다’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여기서 잠깐, 맥주에 관한 ‘있다 없다’를 생각해보자.
1. 맥주도 와인처럼 10년, 20년 숙성시켜 마신다?
2. 미지근하게 마셔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맥주가 있다?
3. 맥주마다 고유한 잔이 있다?
정답은 모두 ‘있다’이다.
1. 맥주 가운데는 와인처럼 오랜 기간 숙성시켜 마시는 맥주가 있다. ‘메조리티 에일Majoruty Ale’은 아이가 태어날 때 양조하여 스물한 번째 생일에 마시는 맥주이다. 토마스 하디스 에일은 병 라벨에 ‘적어도 25년 보관해야 좋은 와인의 맛이 난다’고 쓰여있다. 이들 맥주는 발리 와인의 한 종류로서, 8~12도로 맥주 가운데 알코올 도수가 가장 높고, 호박색에서 진한 붉은 색이 가미된 브라운 색이다. 작은 고블릿 잔에 마시며 잠자기 전에 마시기에 적당하다.
2. 맥주의 맛은 온도에 따라 달라진다. 라거 종류는 4~7도 사이에서 마셔야 가볍고 깔끔한 맛이 드러나지만 벨기에 트라피스트 쉬메이 그랑 레세르브의 경우 15~18도에서 마셔야 특유의 강하고 풍부한 향이 느껴진다. 알코올 도수가 높은 영국의 에일 종류는 13도, 발리 와인 16도, 벨기에 스트롱 에일 10~13도에서 마시는 것이 적당하다.
3. 모든 맥주는 그 맥주에 어울리는 고유의 잔에 따라 마셔야 한다. 맥주잔은 맥주의 향, 거품, 맛, 온도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향을 가진 맥주는 향이 쉽게 퍼지도록 위쪽이 넓게 벌어진 잔에 마셔야 하고, 복잡하고 미묘한 향을 가진 맥주는 향이 달아나지 않도록 입이 다물어진 맥주잔에 마시는 것이 좋다.
에일과 스타우트의 고장 영국과 아일랜드에서 필즈너가 탄생한 체코, 맥주의 박람회장 벨기에, 맥주의 천국 독일,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덴마크에 이르는 비어 로드(Beer Road)를 따라 8개국 20개 도시를 다니며 쓴 이기중 저자의 『유럽 맥주 견문록』. 코펜하겐의 칼스버그 맥주박물관에 전시된 맥주의 수가 17,000여 가지, 종류별로 따져도 맥주 스타일은 100가지가 넘는다고 한다. 무궁무진한 맥주 세계의 지형도를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양조장과 맥주 카페, 펍을 순례하고 현지에서 맥주의 맛을 보고 소개하는 살아있는 진짜 맥주의 세계를 보여줄 것이다.
- 『유럽 맥주 견문록』 중에서
(이기중 지음 / 즐거운상상 / 336쪽 / 1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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