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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막이 아름다운 이유, 나를 마주할 수 있는 곳!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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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5대 사막레이스는 마지막 사막이라는 남극, 숨 막히는 모로코와 이집트의 사하라, 황량하고 거칠기만 한 중국의 고비, 지구상에서 가장 맑은 하늘을 가진 칠레의 아타카마 사막이다. 지구에서 가장 건조하고, 뜨겁고, 춥고, 바람이 강하게 부는 5대 사막레이스를 완주한 김효정 씨는 여성으로는 최초이자 세 번째 그랜드슬래머가 되었다.
꼴찌가 박수 받는 까닭
“오늘은 출발 직후부터 자갈밭이 8킬로미터 정도 펼쳐져 있을 것이고, 자갈밭을 지나면 어마어마한 높이의 빅듄(큰 모래언덕)이 보일 거예요. 두려워 말고 넘으세요.” 그리고 참가자들과 함께 출발 카운트다운을 외친다.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헤이! 에브리바디 굿 럭!” 6박 7일 동안 식량과 침낭 등 생존에 필요한 최소한의 장비와 식량을 메고 약 250킬로미터를 달렸다. 가끔은 꼴찌였고, 또 탈락 일보 직전에 골인하곤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몸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에 찌들어 천근만근이었지만, 그 달콤한 포기 유혹에 넘어가지 않은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덕분에 누구보다도 더 많은 박수를 받았다. 사막레이스에선 1등이 아니라 꼴찌가 박수를 받는다. 누구를 이겼느냐보다는 자신을 이겼느냐를 더 가치 있게 여기기 때문이다.
행복한 고통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어딘가에 샘이 숨어 있기 때문이에요”라고 말했던 그 어린 왕자가 눈앞에 나타날 것 같은 사하라. 사막에서는 모든 것들이 다 아름답다. 하늘, 모래, 바람, 별, 사람 모두. 어디서부터 어디가 은하수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수많은 별들로 뒤덮인 사막의 밤하늘을 볼 때면 그 어떤 사람도 그 아름다움에 눈을 뗄 수 없다. 그런데 무엇보다 아름다운 것은 나를 마주할 수 있는 시간이다. 황량한 모래밭을 나와 또 다른 나, 단둘이 가면서 다투기도 하고, 대견해 하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며 만감이 교차한다. 마지막 날 골인 후에는 마침내 나 자신을 사랑하게 됐음을 고백하는 눈물을 흘렸다. 기쁨, 성취감… 그것을 마땅히 표현할 단어, 몸짓, 소리가 있을까. 눈물밖에 없으리라.
사막과 같은 우리의 삶
우리는 모두 끝없는 삶과 죽음이라는 사막 속에 살아가고 있다. 때로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모래폭풍을 만나고, 섭씨 50도를 넘는 숨 막히는 더위와 싸워야 했고, 어떨 때는 살을 에는 추위를 대면하기도 한다. 물집이 23개나 생겨 발걸음을 옮길 수 없는 상황에서도, 발목이 퉁퉁 부어도, 피로골절로 뼈가 조각나 있어도, 사하라 사막에서 맛본 희열은 영원히 가슴에 남을 것이다. 인생을 걷듯, 고스란히 고통을 이겨냈기에 그에 견줄 수 있는 기쁨은 아직 없다.
- 『나는 오늘도 사막을 꿈꾼다』 중에서
(김효정 지음 / 일리 / 312쪽 / 1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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