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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수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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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운 겨울 밤, 나는 잠결에 행랑 아범 화수분의 서럽게 우는 소리를 듣는다.
금년 구월, 아내와 어린 계집아이 둘을 데리고 나의 집에 들어온 사람으로
나이는 서른 살쯤 되었다. 상투를 했고 키는 크고 착해 보이는 사람이다.
그의 아내는 돈 계산도, 날짜를 따질 줄도 모른다. 그리고 남을 속일 줄도
모른다. 그들은 입고 있는 옷과 냄비 하나밖에 아무 재산도 없다. 갈아입을
옷도, 덮을 이부자리도, 밥 담을 그릇도 숟가락도 없다. 있는 것은 딸 둘과
작은애를 업는 홑누더기와 띠, 남편이 벌이 하는 지게 하나뿐이다.
아홉 살 먹은 딸은 어미를 우습게 보고 항상 욕을 한다. 먹을 것만 밝히고
말은 조금도 듣지 않는다. 작은 계집애는 세 살인데 말도 못하고 울기만 하며
탐욕스럽게 먹을 것만 밝힌다. 아이의 어머니는 항상 작은아이를 업은 채
큰애와 싸우면서 산다. 대개는 두 끼를 먹기 힘들다.
굶기도 자주 한다. 나는 항상 "저 애들을 누구한테 주기나 하지"하고 말하곤
하였다. 이튿날 아침 나는 지난밤에 아범이 운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것은
견딜 수 없는 가난 때문에 어멈이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큰딸을 넘겨주었기
때문이었다.
며칠 후 화수분은 시골에 있는 형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다녀오겠다는 말을
하고 고향에 간다. 그러나 보름이 넘어도 오지 않는다. 화수분의 아내는 살아
갈 일도 막연하고 걱정이 되어 남편을 찾아가기로 한다.
날씨가 풀린 어느 날, 나는 화수분의 소식을 듣는다. 자신의 아픈 형 대신 일
을 하다 몸살이 났더라는 이야기. 정신없이 앓으면서도 남의 손에 넘겨준 딸
아이를 부르더란 이야기. 그리고 그는 아내가 자기를 찾아 길을 떠났다는 소식
을 듣고 백리 길이나 되는 눈길을 달려나갔다는 것이다. 그는 눈길에 쓰러져
죽어 가는 아내와 아이를 발견하고 그 곁에서 함께 얼어 죽었다는 것이다.
- 전영택의 단편소설 <화수분> 중에서
가난해 보지 않은 사람은 가난의 사회학에 대해 함부로 말해서는 안된다.
가난을 미덕이라고 말해서도 안된다.
가난한 사람은 내내 가난해야 된다고 묵시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나
그런 정책을 펴는 것은 더더욱 안된다.
이치는 아주 간단하다.
누군가가 더 가지면 누군가는 덜 갖게 마련이다.
따라서 더 가진 사람은 그것을 나누어야 한다.
그것이 싫으면 덜 가진 사람 앞에서 최소한 미안해 할 줄이라도 알아야 한다.
- 이만재의 <찐빵 비망록>(두란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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