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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2010년 4월 21일]‘스타 전성시대’ 대중문화 어디로 가야 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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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현민 지음 / 더난출판 / 239쪽 /12,000원)
얼마 전 인기그룹 빅뱅의 멤버인 G 드래곤이 청소년 유해공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러나 선정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그 공연을 그대로 담은 영화는 12세 관람가 판정을 받고 지난주 극장에서 개봉되었다. 사실 기성세대들의 시각에서 보면 한창 공부에 열중해야 할 청소년들이 연예인들에 열광해 그들을 우상처럼 섬기고 공연장을 쫓아다니는 모습이 곱게 보일 리 없다. 그러나 지금의 기성세대들 역시 과거에 로큰롤이나 통기타 가수들에게 매료되었던 추억들을 가지고 있다.
공연기획자이자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인 탁현민은 최근 저술한 ‘상상력에 권력’을 통해 우리가 연예인이나 대중예술인들에게 열광하는 이유는 이들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살아야 할 새로운 시대에 대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대중문화가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아름다운 방향으로 이끌어다 줄 것이라는 믿음과 뜨거운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을 꿈꾸기에 대중문화에는 필연적으로 현실에 대한 부정과 저항이 있다. 따라서 보수적이며 체제순응적인 사회는 대중문화를 통제하고 억압하려 한다.
그러나 저자는 본질적으로 감상적이거나, 오락적이거나, 선정적이거나 저항적인 대중문화의 당연한 속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무지하거나 다른 의도가 있거나 둘 중 하나라고 지적한다. 저자는 미국의 대중가수 밥 딜런의 삶을 그린 영화 ‘아임 낫 데어(I’m not there)’에 나오는 “한 세대의 이데올로기는 오직 그 세대에만 유효하다”는 말을 인용하며 기성세대의 잣대와 사고로 기성세대가 바라는 사회정치적인 이데올로기를 청소년에게 강요할 때 심각한 갈등을 유발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청소년에게 성인의 이데올로기를 강요하고 나아가 청소년 보호라는 명목으로 그들이 공감할 수 없는 기준으로 한 세대의 문화를 통제하는 것은 폭력적인 행위라는 것이다.
▲ 저자는 연예인이나 대중예술인에게 우리가 열광하는 이유는 이들이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대한 상상을 가능하게 해주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저자는 한편으로 대중문화가 다양한 가치나 생각들이 표출되는 장으로서 본래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자본에 결박되어 있는 오늘의 현실을 개탄한다. 검찰 수사에서 G 드래곤은 자신은 소속사가 기획한 대로 연기한 것뿐이라고 진술했다. 이것은 결국 가수가 자신의 재능이나 끼를 통해 스타가 되는 것이 아니라 소위 기획사의 노하우와 거대한 자본의 힘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획사들은 마치 컨베이어 벨트에서 제품을 생산하듯 비슷비슷한 상품들을 만들어낸다.
오늘날 이러한 스타 제작 방식은 명실상부한 주류시스템이 되었고 이 구조 안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스타가 되는 길은 원천적으로 차단된다. 이러한 시스템에서 만들어진 스타는 외부적으로는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대중의 우상으로 떠오르지만 기획사에는 기획된 상품이자 기획사의 소유인 콘텐츠를 판매하는 판매원으로서의 지위 이상을 갖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은 소속 기획사에 종속될 수밖에 없고 결국 스타와 기획사와의 분쟁, 노예계약, 인권문제 등 수많은 문제를 낳는다.
저자는 문화란 한 사회가 갖는 상상력의 발원이며 그 사회의 미래를 만들어내는 커다란 동력이기 때문에 문화의 다양성은 결코 소멸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이를 위해서는 의식 있는 예술인들이 스타제작 시스템이라는 자본의 질서 밖에서 독립적인 예술행위와 함께 다양한 문화적 실험을 시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ceo@bookcosmo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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