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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은 나의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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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신랑된 그는 첫날밤에 나를 안으며 "나의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인 당신"이라고
되뇌었다. 나는 그때엔 그 말의 깊이를 몰랐었다. 그 사랑의 깊이를 깨닺지 못했었다.
내가 조금만 더 일찍 그 뜻을 알았더라도 이렇듯 뒤늦게 후회하진 않았으리. 사람처럼
아둔하고 어리석은 존재가 또 있을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야 비로소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기 시작했으니 나의
부족함과 모자람을 어찌 다 말할 수 있으리오. 가장 유일한 사랑의 결합인 부부의 사랑
도 몰랐던 내가 어찌 이웃사랑과 하나님의 사랑을 알았으리오. 내가 아는 사랑이란 고작
함께 음악을 들으며, 차를 나누며, 정담이나 주고받는 것쯤으로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그런 나에게 그는 온 몸과 마음으로 생활 전체를 통하여 사랑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새벽 5시면 일어나서 1시간 동안 성경을 읽고 기도하고, 6시부터 1시간 동안 강의
준비를 하고, 7시에 아침 식사를 하고, 7시 30분에 출근하면 6시 30분에 시계추처럼 집에
돌아와 씻고 잠시 휴식하고, 그리고 다시 9시부터 책상 앞에 앉으면 밤 12시가 되도록
책상에 붙어 있다가 다시 잠자리에 들기 전 성경 읽고 기도하는데... 나는 그런 그에게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게다가 그는 학교에서 시간표를 담당하고 있었기 때문에 동료 교수들이 원하는 시간을 다
빼버리고 나면 으레 월요일 첫 시간과 토요일 마지막 시간이 남게 마련이었는데, 자기는
그 나머지 시간에 맞추어 땜질을 하니, 우리에게 주말이 있을 리 없었다. 주일마저도 조찬
기도, 성가연습 등으로 새벽처럼 나갔다가 밤중같이 돌아와야 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을 짜증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남편은 손해보는 일만 골라서 했다. 세상
일엔 깜깜한 바보였다. 나는 그 남편을 더 이상 믿고 살 수 없었다.
드디어 나는 내 이름을 세상에 날리기 위해 문학잡지 신인상 모집에 당선되어 시인이란
명찰을 달고 깃발을 흔들고 다녔다. 그것도 모자라서 연세대 대학원에 들어갔다. 나도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고 시인이 되어야 했다. 교만의 바벨탑을 높이 쌓으며 허탄한 명예
를 보물처럼 끌어안고 다녔다.
"한편의 시를 써도 영혼을 울릴 만한 시를 쓰시구려."
들뜬 나에게 그가 준 격려사였다. 풍선처럼 점점 부풀어올라 제 분수를 몰랐던 어느 날
하나님께서는 나 대신 그의 영혼을 부르셨다. 죄인된 나를 부르시는 대신, 예수 그리스도를
속죄양으로 삼으셨듯이 남편의 영혼을 부르신 것이다.
나는 그 사건을 계기로 완전히 공중에서 산화되었다. 나는 드디어 터졌다. 나는 내 자신에게
'0'점을 주기가 그렇게도 어려웠다. 나는 늘 남편보다 잘났었고 남편 위에 있었다. 그러나
남편이 떠난 후 나의 존재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었다. 엄청난 고난의 강을 건너서 죽음을
체험하고서야 마침내 땅에 찢겨 떨어진 하잘것없는 풍선이었다.
그러나 이 쓸모없는 여종에게 하나님께서 찾아오셨다. 빵점이라고 무릎을 꿇는 순간, 그분은
나와 함께 계셨다. 그리고 비로소 첫날밤 남편이 했던 고백을 최상의 사랑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진정 사랑이란 "당신은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는 고백이 있을 때만이 가능
한 것을.
사랑할 대상을 주셨다는 것은 확실히 크나큰 축복이다. 이 땅에서 살 동안 나와 더불어 함께
호흡하며 함께 살아갈 반쪽이 있다는 것은 은혜이다. 나와 같이 잃은 후에 후회하는 어리석은
자가 되지 말고 사랑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서 이 땅에 낙원을 이루시는 여러분이 되시길 빈다.
- 시인 김 소엽
<주부편지>(홍성사)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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