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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속에서 만난 천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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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이었다. 마흔아홉 살의 보험 회사 직원인 샌디는 댈러스의 데일러 의료 센터 중환자
실에서 남편 옆에 앉아 있었다. 남펀 마이크는 호놀룰루에 있는 그들의 집을 맨손으로 짓다
시피 했고 간염에 결렸다는 사실을 알고 난 후에도 파도타기를 할 정도로 매사에 의욕이 넘
치는 사람이었다. 간염 진단을 받은 지 5년이 지난 지금 마이크는 간 기능을 거의 상실한
채 병실에 누워 있었다.
"간 이식만이 유일한 희망입니다." 의사가 선언했다.
'마이크는 반드시 간 이식을 받게 될 거야!' 샌디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그러나 장기 기증을
받기 위한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에도 마이크는 반신반의했다. '내가 새 간을 얻
기 위해서는 누군가 죽어야만 한다는 얘기잖아.'
그들은 장기 기증자 기구에서 정한 원칙대로 장기 기증을 받게 되면 만 1년이 지난 후 기증
자 가족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기로 약속했고, 그로부터 5개월이 지난 비바람이 몰아치던 어느
날 밤, 의사가 드디어 말했다. "장기 기증자가 있습니다!"
'살 수 있는 기회가 왔구나.' 수술실로 함께 달려가는 샌디를 보며 마이크는 생각했다.
마이크의 수술은 여섯 시간에 걸쳐 이뤄졌고 그동안 샌디는 대기실에서 알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아침이 밝아오자 매점으로 나가 신문을 한 장 샀지만 그녀는 너무 긴장해서 신문을 읽을 수가
없었다. '다시 태어난 기념으로 나중에 마이크에게 줘야지.' 샌디는 신문을 한쪽으로 밀쳐 놓
으며 생각했다.
마침내 수술실에서 의사가 나왔다. "내가 본 중 가장 건강한 장기였습니다." 미소를 지으며
의사가 말했다. 샌디는 뛸 듯이 기쁘면서 동시에 슬프기도 했다. 누군가가 죽어서 마이크가
살아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술이 끝난 그날 저녁에도 마이크는 혼수 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했다. 의사는 그 이유
를 잘 모르겠다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그날 밤 샌디는 잠이 오지 않아 마이크의 침대 곁 의자
에 앉아서 아침에 샀던 조간 신문을 펼쳐들었다. 어떤 기사에 그녀의 눈이 닿는 순간 샌디의
손이 떨렸다. 열여덟 살 소녀가 탄 자동차가 기차와 충돌하여 그 소녀가 숨졌다는 기사였다.
그리고 티나라는 그 소녀의 사진이 함께 실려 있었다. 어깨까지 찰랑거리는 금발의 소녀였다.
순간 샌디는 감전된 사람처럼 깜짝 놀랐다. '아까 마이크 차트에 기록된 장기 기증자도 젊은
여성이었는데...' 사진 속 소녀의 젊은 미소를 바라보며 샌디는 생각했다.
열흘 밤낮이 지나고 나서야 마이크는 깨어났다. 그러나 그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렸다. MRI 검사 결과 마이크는 희귀한 뇌 장애의 일종인 중뇌교 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그 다음 2주 동안 마이크는 여러 가지 힘든 상황을 이겨 내야 했다. 오른쪽
전부가 마비 증세를 보였다. 한 달이 지난 후에도 마이크의 통증은 여전했다.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마이크가 울부짖으며 아내를 바라보았다. "나 때문에 고생
이 너무 많아." 마이크는 절망했다. '내가 빨리 가야지 아내의 고생이 끝날 텐데.' 마이크는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면서 생각했다.
모든 것이 어두컴컴했다. '이제 죽는구나.' 마이크는 죽음이 바로 앞에 왔음을 절감했다.
바로 그때 산들바람이 느껴졌고 밝은 빛이 한 점 보였다. 그 빛은 점점 커졌다. 그리고 그
빛 속에 한 소녀가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아저씨, 힘내세요." 그 소녀가 말했다. "하나님은
아저씨가 일어나시길 원하세요." 깜짝 놀라서 마이크는 그 소녀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짧은 금발에 반짝이는 눈을 한 소녀였다. "도대체 너는 누구니?" 마이크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소녀는 점점 사라져 가며 대답 대신 이렇게 노래했다. "You Can Do It!" 소녀의
노래는 마치 치어 리더들의 노래 소리 같았다. 마이크는 하마터면 한바탕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그리고 그는 따스한 온기가 자신을 감싸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마음 깊숙한 곳에서
부터 용기가 샘솟듯 일어났다. "할 수 있고말고!"
다음날 아침 마이크가 샌디에게 말했다. "간밤에 꿈을 꾸었소." 그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빛을 보았는데... 어떤 금발의 소녀가...." 갑자기 남편은 굳은 의지를 보이며 다짐했다.
"이제 병과 싸워 이겨야겠어!" 순간 샌디의 머리속에 신문에서 본 사진이 떠올랐지만 그녀는
남편을 혼란스럽게 할까봐 그냥 미소를 지으며 남편의 이마에 입맞추었다.
그날 마이크는 휠체어를 타고 병원 복도를 내달렸다. 의사도 마이크의 병세가 갑작스레
호전된 것을 보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마이크가 갑자기 호전된 이유를 도무지
알 수 없군요." 의사의 말을 들으며 마이크는 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그 이유를 알지. 내가
천사를 만난 거야.'
한 달 반이 지나자 몸이 회복되고 이식한 간도 제 기능을 하면서 마이크는 퇴원해 집으로
왔다. 1년 후 마이크는 파도타기를 다시 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이 즈음
샌디가 마이크에게 자신들의 약속을 상기시켰다. "이제 장기 기증자의 가족에게 편지를
써야 할 때가 온 것 같군요."
우리의 편지는 기증자 가족에게 전달되었고, 한 달이 지난 후 장기 기증자의 부모인 다나와
테리밍크로부터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답장을 받았다. 샌디와 마이크는 곧 텍사스로 날아갔다.
다나는 마이크에게 긴 머리의 티나 사진을 보여 주었다. 마이크는 숨이 멎는 듯했다. 그가
꿈에서 본 바로 그 소녀였기 때문이었다. "저는 댁의 따님을 만났습니다." 꿈속에서 봤다고
이야기하며 마이크는 떨고 있었다. "하지만 제가 본 따님은 머리가 짧던데요."
그 말을 들은 다나는 놀란 듯 입을 손으로 막으며 말했다. "이 사진을 찍은 후 티나는 머리
를 짧게 잘랐어요." 다나의 목이 메였다. "기차 사고로 죽기 바로 전이었지요." 샌디도 사진
을 보고는 너무도 놀랐다. 신문에서 보았던 바로 그 소녀가 마이크의 장기 기증자인 티나였던
것이다. "우리 딸 티나는 텍사스 주 최연소 간호 보조원이었어요." 다나의 말이 계속 이어졌다.
"그리고 운전 면허를 따던 날 장기를 기증하겠다는 난에 표시를 했지요."
"티나는 훌륭한 3루수이기도 했어요." 티나의 아버지가 덧붙였다. "티나의 별명은 치어 리더
였죠."
"티나는 제게도 치어 리더입니다." 마이크는 그때 꿈속에서 들었던 노래에 대한 느낌을 다시
한 번 떠올렸다. 마이크는 두 손을 심장 부위에 가져다 대며 말했다. "티나는 여전히 잘 해
내고 있어요." 티나의 부모와 샌디와 마이크는 한참 동안 서로 껴안고 있었다.
지금 현재 마이크는 완전히 건강을 회복했고 티나의 부모는 하와이로 마이크와 샌디를 방문할
계획을 갖고 있다. 두 집은 계속해서 서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다. <지금도 잘하고 있나?>
티나의 아버지는 마이크에게 이렇게 시작하는 편지를 보내곤 한다. <당신의 딸은 잘하고 있어요.>
샌디가 옆에서 동의를 보내는 가운데 마이크는 이렇게 답장을 쓴다. 그런 마이크를 보면서
샌디는 조용히 속삭인다. '티나야, 네가 남기고 간 훌륭한 선물, 정말 고맙구나. 너는 천사의
날개를 달 자격이 충분히 있단다.'
-<사랑하는 가족에게 읽어 주고 싶은 이야기>(두란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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