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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r Leaders 5월호]불평등이 경제 위기를 초래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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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최상위 20% 계층의 평균 소득을 최하위 20% 계층의 평균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이 1년 전보다 더 벌어져, 소득 격차가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최근 한국은행은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수준이 소비를 짓누르는 이른바 ‘임계치’를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 10명 중 9명 이상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저해하는 가장 심각한 문제로 ‘양극화’나 ‘빈부 격차 확대’ 등을 꼽고 있다. 오늘날 빈부 격차의 확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 현상으로 고착되었다. 이를 입증하듯 세계 최대 부자 1천 명의 재산을 합하면, 가장 가난한 25억 명의 재산을 합한 수치의 두 배에 이르고,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성인 2%가 전 세계 가계 재산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금융 저널리스트인 스튜어트 랜슬리는 최근 저술한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를 통해 오늘날은 과거에 비해 전체적인 부가 크게 증대되었고 민주주의가 확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부의 편중은 더욱 심화되어 국가나 세계 경제 측면에서 심각한 상황을 야기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자유시장 옹호론자들은 ‘부자들의 활동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가치를 창조하며 그들이 받는 보상은 감수한 리스크에 따른 결과로 효율적인 시장의 산물’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지금까지 경제학 정설의 바탕에 그대로 남아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 월가 시위 등에서 보이듯 부의 편중은 그 한계에 도달해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되어 버렸다.
전 국제통화기금 총재 도미니크 스트로스칸은 이러한 불평등의 심화를 2008년에 촉발된 글로벌 금융 위기의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1970년대 말까지 선진국의 임금 노동자들은 기업의 이익이 증대된 만큼 동일한 몫을 손에 쥐었고, 이로써 전후의 장기 성장을 뒷받침하는 수요가 유지될 수 있었다. 하지만 1980년대 초부터 노동자들의 실질 임금은 생산 능력의 증가를 더 이상 따라잡지 못했고, 임금 인상이 지체되자 결과적으로 소비자 수요가 감소하면서 경제의 수레바퀴는 멈출 수밖에 없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영국과 미국에서는 개인 대출을 대폭 허용해 주었고, 이로써 서민들은 생활비뿐 아니라 주택도 마련할 수 있었다. 결국 199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 경제적 번영은 역사상 전례가 없는 개인부채의 폭발적인 증가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 과정에서 금융 부문의 규모 증가와 이윤 확대가 가속화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었다. 가계부채의 증가와 소득 불평등의 심화는 궁극적으로 금융 재앙을 부르는 메커니즘이 되고 말았다.
그동안 탈산업화 과정에 대한 정부의 반응은 금융업 중심의 경제를 통해 좀 더 성공적인 후기 산업 경제로 진화하리라는 것이었다. 금융과 서비스가 제조업 기반의 불가피한 쇠퇴를 보상하고도 남는다고 믿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는 비극적인 환상임이 밝혀졌다. 금융 서비스는 그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30년간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했다. 커진 이윤은 일자리를 만들기보다는 고위 중역의 보수를 지불하는 데 쓰였다. 결국 실직과 저임금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난 30년의 가장 큰 승자는 금융이었던 것이다. 도덕적 나침반을 상실한 채 그릇된 동기가 구조화되어 있는 현재의 금융 사업 모델은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소득 격차의 배후에서 가장 큰 힘으로 작용했다.
부자들이 저 위로 빠르게 올라가는 동안, 나머지 사람들은 소득 분포의 아래쪽으로 떨어졌다. 이로 인해 1970년대의 ‘다이아몬드형’ 구조(부유층과 빈곤층이 적고 중산층이 많은 계층 구조)는 이제 맨 위는 약간 볼록하고 가운데는 가늘며 바닥은 매우 뚱뚱한 왜곡된 ‘모래시계’ 형태로 변해버렸다. 결국 탈산업화와 임금 감소가 ‘중산층의 몰락’을 가져온 것이다.
저자는 상위 1%가 부를 쌓기 위해 저질렀던 수많은 꼼수들에 대한 사례, 혁신과 경제 회생을 가져오는 데 실패한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 등을 고발하고 그러한 불평등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경제에 영향을 주었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보다 평등한 사회 조성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다음과 같이 새롭고 근본적인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 이제 기업은 주주 가치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위해 수익만 쫓는 ‘잭 웰치식 자본주의’를 폐기하고, 대중의 이익과 시장의 자유 사이에서 더 적절한 균형을 찾는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 둘째, 북유럽 국가들처럼 정부는 강력한 개입을 통해 노동자들의 일자리 안정과 유연성을 조화시켜 나가야 한다. 셋째, 개인 과세에 대해 훨씬 엄격한 정책을 취함으로써 소득과 부의 집중이 심화되는 현상을 막아야 한다. 넷째, GDP 대비 은행 자산의 규모에 법적 제한을 가하거나 은행 임원들에게 은행 자본의 일정 비율을 보유하도록 강제하는 등 금융계에 일정한 제한 조치를 취함으로써 무모한 리스크를 감수하려는 그릇된 동기를 차단해야 한다.
이제 우리 모두 빈부 격차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면 국가와 세계 경제는 위기와 침체의 수렁에서 결코 헤어날 수 없음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이제 지난 30년간의 경제 전략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의견들과 함께 국가적 부의 공정한 분배를 요구하는 정계와 재계의 인사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미국에서는 워런 버핏을 필두로 많은 부자들이 스스로 세금을 더 내겠다며 증세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이러한 희망의 싹이 솟아나기를 소망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우리를 위한 경제학은 없다』
(스튜어트 랜슬리 지음 / 비즈니스북스 / 320쪽 / 14,000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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