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천국으로부터의 키스 |
 |
| |
|
|
"너무 멀리 가지 마!" 파도타기를 하며 노는 열두 살 난 아들 조와 여덟 살 난 딸 니콜을
지켜보며 그웬이 소리를 질렀다.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머리카락을 날리자 슬픔과 기쁨이 교차한 눈물이 눈에 가득 고였다.
"아버님, 우리와 함께 이 자리에 계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웬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아버님이 아니었다면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있지도 못했을 텐데···.'
15년 전의 일이었다. 남자 친구 닉의 부모님을 처음으로 만나기로 한 날, 닉이 그녀를 데리
러 왔을 때 그웬은 상당히 긴장해 있었다. 하지만 닉의 부모님인 조셉과 메리를 만나는 순
간 마음을 놓았다. 그 후 몇 달 사이 그웬은 닉과 사랑에 빠졌을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들
도 사랑하게 되었다. 두 사람이 약혼했을 때 조셉은 그웬의 귀에 대고 "가족의 일원이 된
것을 환영한다"고 속삭였고 그웬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몇 주 후 닉으로부터 부모님이 그웬과 자신이 살 수 있도록 집의 지하실을 개조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웬은 이렇게 외쳤다. "정말 멋져. 부모님이 이렇게 나를 받
아 주실 줄 알았어!"
정말 그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웬에게는 두 분의 부모님이 더 생긴 것 같았다. 세월은
그렇게 흘러갔고 닉과 그웬에게 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들은 아침에 눈을 뜨기가 무섭게
이태리어로 할아버지를 뜻하는 '나우누'와 할머니를 뜻하는 '나나'를 외치며 위층으로 달려가
곤 했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지하실이 비좁아지자 닉과 그웬은 부모님 집 맞은편의 집을 샀다. "멀리
떨어져서는 못 살 것 같아요."하며 그웬이 고집했기 때문이다.
그웬이 이제 '아버지'라고 부르게 된 조셉은 그만의 조용한 방법으로 그녀에게 힘의 근원이
되어 주었다. 말은 많이 하지 않았지만 그웬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 그녀를 껴안아 주며
"인생은 너무 짧구나" 하고 속삭였다. 그웬이 고개를 들고 바라본 조셉의 눈에도 눈물이 가득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조셉이 가슴에 심한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심장 마비 증세입니다."
의사가 말했다. "증세가 심각합니다."
아내와 자식들로 둘러싸여 있는 조셉의 침대 발치에 멀찌감치 서서 그웬은 스스로에게 말
했다. "그래. 나는 며느리일 뿐이야." 하지만 그녀를 본 조셉은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다. '아
버님은 나도 당신 자식이라고 인정하고 계신 거야.' 그런 시아버지 조셉이 세상을 떠나자 그
웬은 슬픔으로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았다.
다음날 장례 절차를 준비하느라 부산한 가운데 화장실에 가던 그웬은 하혈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는 너무 슬픔에 젖어 있어서 곧 하혈이 멈추자 생각에서 지워 버렸다. 하지만
장례식 다음날 세수를 하고 있던 그웬에게 갑자기 하혈 증세가 다시 시작됐다.
"무슨 일일까?" 기절할 듯 놀란 그웬은 닉을 불렀다.
"병원으로 가야겠어." 닉이 놀라서 소리쳤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거죠?" 그웬이 의사에게 물었다.
"검사를 좀 해봐야겠습니다." 의사의 대답이었다.
의사의 얼굴에 걱정이 어리는 것을 본 그웬은 무언가 심각한 증세가 있음을 눈치챘다.
"암일 수도 있나요?" 속삭이는 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
"아직은 모릅니다."
의사의 대답을 듣는 순간 그웬은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제발, 하나님. 암이 아니게 해
주세요." 그녀는 기도했다.
그러나 다음날 병실로 온 의사을 보는 순간 그웬은 검사 결과가 좋지 않음을 알았다.
"저 암인 거죠? 그렇죠?" 다그쳐 물었다.
"직장암입니다." 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수술, 방사능 치료, 화학 요법, 인공 항문
형성술... 아스라한 공포가 안개처럼 몰려드는 가운데 의사의 나머지 설명을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이럴 수는 없어!'
강한 척하고 있었지만 닉도 역시 겁에 질려 있음을 그웬은 알았다. 병원의 복도를 걸어가
는 닉의 마음은 어지러웠다. '아버지를 잃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내마저 잃을 수는
없어.' 그는 고통 가운데 있었다. 울음이 솟구쳐 목이 메이는데 어깨에 누군가 손을 얹는 것
이 느껴졌다. 누군가 하고 뒤를 돌아보니 아무도 없었다. 단지 분명한 것은 마치 아버지가 함
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는 것이다. 갑자기 안도의 파도가 닉에게 몰려왔다. '아버지! 우
리와 함께 계시는군요.'
"이상하게 들릴 줄 알지만..." 닉은 그날 일어난 일을 그웬에게 말했다. 늘 무신론자이던
닉이었지만 그 느낌은 너무나 생생했다.
"다 잘될 거예요!" 그웬이 흐느끼면서 말했다. "아버님이 우리를 지켜 주실 테니까요."
그날 오후 데이빗 카프만 박사가 그웬을 진찰했는데 차트를 보는 박사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거 참, 신기한 일입니다." 그가 중얼거렸다. "만약 두 달쯤 지난 다음에 발견했다면 생존할
가능성이 희박했을 것입니다. 직장암은 대개 초기 증세가 없거든요. 하지만 하혈을 하신 덕택
에 미리 암 세포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컴퓨터 단층 촬영에 의하면 암이 아직 전이가 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웬의 눈에 안도의 눈물이 맺혔다.
"그럼 하혈은 왜 한 거죠?" 그웬이 물었다.
카프만 박사가 하늘을 가리키며 말했다. "흔히 이런 경우를 기적이라고 말하곤 하죠. 이렇
게 구원받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거든요."
"아버님이 우리를 도우신 거예요!" 그웬이 닉의 팔을 잡으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래도 그웬은 수술을 해서 암 세포를 제거하고 인공 항문을 만들고 주머니를 평생
차고 다녀야 할 것이다. 그리고도 수개월의 방사능 및 화학 치료를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다음날 카프만 박사는 좋은 소식을 갖고 나타났다. 카프만 박사의 노력으로 슬
로안 케터링 암 센터의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알프레드 코헨 박사가 직접 수술을 집도하게
되었는데, 코헨 박사는 위 세포를 사용해 새로운 직장을 만드는 신기술의 수술을 할 것이라
고 했다. "인공 항문을 단다 해도 일시적인 것으로 그칠 겁니다." 카프만 박사의 말이었다.
"믿을 수가 없어요!" 시누이인 낸시가 그 소식을 듣고는 외쳤다. "아버지의 은행 계좌를 정
리하려고 오늘 은행에 들렀는데 아직 인출이 안된 수표가 있다고 했어요." 낸시는 계속 말
했다. "그런데 그게 바로 슬로안 케터링 암 센터에 아버지가 기부하신 수표였어요."
"내가 그동안 줄곧 생각하던 모든 일을 확실하게 하는 말이에요." 그웬의 숨이 가빠졌다.
"아버님이 하나님 곁에 계시면서 하나님이 나를 돌봐 주시도록 하고 계신 것이 분명해요."
수술실로 실려 들어가면서 그웬은 속삭였다. "아버님, 이 모든 일을 천국에서 진두지휘하고
계시죠?"
몇 시간 후 회복실에서 의식을 찾았을 때 그웬은 수술이 너무 잘되어 임시로라도 인공 항문
을 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다음날 코헨 박사를 만났을 때 박사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모든 경과가 아주 좋습니다. 며칠 후면 퇴원해도 좋습니다."
"방사능 치료는요? 화학 요법은요?" 그웬이 급히 물었다.
"할 필요 없습니다." 코헨 박사가 대답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그웬이 울며 말했다. '그리고 아버님, 감사 드려요.' 마음속으로 덧붙
였다.
그로부터 일 년이 지난 지금 그웬은 암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가족과 함
께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그녀는 자신의 수호 천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엄마, 있잖아요." 니콜이 다가와 말했다. "때때로 바람이 얼굴에 불어 올 때면 마치 할아
버지가 내게 키스하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엄마도 잘 알고 있단다." 그웬이 딸을 껴안으며 대답했다.
- 메그 런드스트롬
<사랑하는 가족에게 읽어 주고 싶은 이야기>(두란노) 중에서
|
|
 |
|
인포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