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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 뉴스 - 11월 28일] 세상이 필요로 하는 일, 그 속에 성공신화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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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 버라디 지음/이덕열 옮김/시아출판사/2003년 11월/280쪽/10,000원)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를 아는가. 바로 인터넷 검색엔진 야후(Yahoo)를 만든 주인공들이다. 인터넷에 중독된 평범한 대학생들이었던 두 사람은 인터넷을 효과적으로 검색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결국 야후라는 엔진을 만들게 되었다. 중독이 필요로, 그리고 필요가 다시 인터넷의 새로운 역사를 탄생시킨 것이다.
알렉산더 버리디가 저술한 『서번트 리더십의 조건』은 이러한 필요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진정한 성공 동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그런데 좀 이상하다. 서번트 리더십과 제리 양, 데이비드 파일로가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서번트 리더십이란 "섬기는 리더십", "음지에서 봉사하는 리더십"이 아닌가. 제리 양이나 데이비드 파일로가 도대체 누구를 섬겼고 누구를 위해 음지에서 봉사했던 말인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번트 리더십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유산을 남긴 지도자들을 통해 만날 수 있다. 예수 그리스도, 싯다르타, 알베르트 슈바이처, 테레사 수녀, 마하트마 간디 등을 떠올린다. 이들이야말로 진실로 아름답고 신실하게 사람들을 섬기고 이끈 지도자들이다. 한 점 고기에 침을 흘리며 탐욕을 부리는 사람들과 달리, 이들은 권력과 지위를 좇지 않았고, 권력과 지위를 자기를 위해 이용하지도 않았다. 사람들을 위해 음지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했고, 직접 나서서 사람들을 이끌지 않으면 안 될 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자신의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가 생각하는 서번트 리더십은 바로 위와 같다. 그런데 이 책은 왜 코미디언 모 하워드, 야후를 만든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 전자렌지를 만든 퍼시 스펜서,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일회용 반창고를 개발한 얼 딕슨과 같은 인물들을 서번트 리더십과 연관지어 설명하는 것일까.
그것은 저자가 부하직원이나 아랫사람을 부림의 대상이 아니라 섬김의 대상으로 보는 서번트 리더십의 원본 개념을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켜 주는" 개념으로 확대하고 발전시켰기 때문이다. 즉, 누군가를 섬기고, 누군가에게 봉사하는 것은 그것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이고 그 절실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것이 서번트 리더십이라면, 우리가 사는데 필요한 무엇인가를 남다른 눈으로 발견하고, 그 필요를 만족시켜주는 서비스나 이론, 상품을 만든 사람들을 서번트 리더십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를 기회로 바꾼 사람들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예를 들어, 코미디언 모 하워드는 미국 경제의 최대 위기인 경제공황 시절에 피폐해진 대중들의 마음을 웃음으로 달래주는 것으로 서번트 리더십을 실행했다. 제리 양과 데이비드 파일로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야후를 통해 불편했던 초창기 인터넷 검색에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퍼시 스펜서는 작업실에서 레이더 장치의 자전관 영향으로 사탕이 녹는 원리를 발전시켜 오늘날의 전자 레인지의 기초를 닦은 과학자다. 저자는 이들처럼 사람들의 숨은 욕구와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을 발견하고 그 필요를 충족시킨 업적을 이룬 사람들 또한 인류에 기여한 진정한 서번트 리더라고 말한다.
이 책은 서번트 리더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를 설명하고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성공 신화"를 부정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라. 경쟁자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그들을 이겨라. 그러면 결국 성공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이 "성공 신화"는 "실패 신화"에 지나지 않다고 말한다. 진정한 성공에 필요한 요소로서 인생에서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과 주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일치하지 않을 때 그러한 성공은 결국 개인에게는 공허감과 허탈감을, 주위 세계에는 불행과 혐오를 가져다줄 확률이 크다. 핵폭탄 제조에 성공한 과학자들이 과연 진정한 성공을 했다고 볼 수 있는가. 스탈린이나 히틀러가 진정한 성공을 했는가. 이들에게 성공은 말 그대로 개인에게는 허망함을, 주변세계에는 공포와 죽음을 안겨줬을 뿐이다.
결국 저자는 봉사하는 리더십, 남을 섬기는 리더십은 성자로 추앙받는 위대한 지도자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필요한, 우리가 지녀야 할 리더십임을 강조한다. 나와 너, 우리, 그들,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도록 하는 리더십이야말로 어떤 리더십보다 더 성공적이고 긍정적이며 발전적인 리더십이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보면 섬김을 받고자 하는 지도자들을 수없이 보게 된다. 그들은 입으로는 섬긴다고 말하지만 행동으로는 섬김을 받고자 한다. 그리고 자신의 영달과 성공을 주변세계의 발전과 성공으로 착각한다. 이런 지도자들이 많은 사회는 불행하고 미래가 없다. 이러한 괴리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볼 때 이 책의 소중함이 새롭게 느껴진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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