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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의 기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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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과 나는 가게 문을 닫고 사우스 콜드웰 가에 있는 집으로 향했다. 1949년의 크리스마스 이브,
밤 11시였다. 우리는 둘다 녹초가 되어 있었다.
우리 가게는 크고 오래된 종합가전용품 및 일반잡화를 취급하는 상점으로, 냉장고, 빵굽는 기계,
전축에서 자전거까지 또한 장난감 인형의 집과 놀이기구 등 모든것을 팔았다. 이번 크리스마스에
우리는 가게의 장난감을 모두 다 팔았다.
단 한개만 빼놓고는.
대개 우리 부부는 모든 예약 상품들을 각각의 주인들이 다 찾아갈 때까지 가게문을 닫지 않았었다.
어린이용 선물 하나가 여전히 예약상품 진열대에 남아 있는 것을 알면서 크리스마스 아침에 즐거운
기분으로 잠을 깰 수는 없으리라. 하지만 이 선물 꾸러미에 1달러의 예약금을 걸어놓은 사람은
끝내 다시 오지 않았다.
크리스마스 아침 일찍부터 나는 열두 살난 아들 톰과 남편과 함께 트리아래에서 선물을 풀었다.
하지만 이번 크리스마스는 어쩐지 너무 평범한 것 같았다. 톰은 이미 커 버려서, 바라는 게 그저
옷들이나 오락기뿐이었다. 지난 날 아들애가 아직 어린시절 천진난만하게 여러가지 선물을 기다
리던 모습이 그리웠다.
아침식사가 끝나자마자 톰은 옆집 친구네로 놀러 갔다. "잠이나 자야겠군. 할 일이 없잖아."
허만이 중얼거렸다. 그래서 결국 나는 혼자 남아 울적한 기분으로 설거지를 했다. 거의
아침 9시가 됐을까, 밖에는 눈과 뒤섞인 진눈깨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바람결에 창문이
덜걱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문득 나는 아파트 안의 따스함이 정말 감사했다. '오늘같은 날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좋아!' 거실에 널려 있는 포장지와 리본을 정리하면서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부터 일이 시작됐다. 난생 처음 겪는 일이었다. 이상하리만치 집요한 권유였다.
누군가가 내게 가게로 가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얼음같이 차가운 바깥 거리를 내다봤다. '바보같은
생각이야.' 혼자 중얼거렸다. 그 권유를 떨쳐버리려고 애를 썼지만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니, 사실 더 강력해져만 갔다.
어쨌든 나는 가게에 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가게를 시작한 지 10년이나 됐지만 크리스마스에
가게를 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 날만큼은 아무도 가게를 열지 않았다. 가게에 가야 할 이유도
없었고, 가고 싶지도 않았기에 나는 가지 않을 작정이었다.
한 시간 동안을 그 묘한 느낌과 싸웠다. 마침내 나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 옷을 갈아입었다.
"여보, 가게에 가봐야겠어요" 나는 바보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남편에게 말했다.
잠을 자던 허만이 깜짝 놀라 일어났다. "왜? 가게에 가서 뭘하려고 그러는데?"
"나도 모르겠어요. 여기선 별로 할 일도 없고 해서 그냥 한번 둘러보려는 거예요." 나는 어색하게
대답했다.
그가 내 말에 이의를 제기하려 했지만 나는 곧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가봐요.
하지만 왜 가려는지 도무지 모르겠군." 그가 투덜댔다.
나는 회색 모직코트를 입고 커다란 베레모를 눌러 쓴 다음 덧신을 신고 빨간 목도리와 장갑을 꼈다.
밖으로 나오니 이런 차림이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했다. 살을 에일 듯한 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왔고
진눈깨비가 양볼을 때렸다. 나는 미끄러지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하며, 이스트 파크 117번지로 한발
한발 더듬어 내려갔다. 추위에 떨며 손이 얼지 않도록 호주머니에 찔러 넣었다. 우스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혹독한 추위 속으로 내가 왜 나왔는지 알 수가 없었다.
눈 앞에 바로 가게가 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리 가게 앞에 두 소년이 서 있는 것이었다.
한아이는 아홉 살, 다른 아이는 여섯 살쯤 돼 보였다. '원 세상에!' 나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아줌마가 왔어!" 큰 아이가 소리치며, 두 팔로 어린 아이를 꼭 감쌌다. "거봐, 내가 아줌마가 꼭
오실 거라고 했잖아." 그 아이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애들은 흑인 아이들이었는데, 거의 반쯤은 얼어붙은 상태였다. 나이 어린 소년은 눈물로 얼굴이
온통 젖어 있었지만, 나를 보더니 눈을 크게 뜨고는 울음을 멈췄다.
"이 차가운 눈보라속에 여기서 뭘 하고 있니?" 나는 애들을 나무라며 가게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
난로를 지폈다. "오늘같은 날은 집에 있어야지." 그 애들은 초라하기 짝이 없는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모자도 장갑도 끼고 있지 않았고, 가까스로 어떻게 신발만 신고 있는 정도였다. 나는 그 애들의
작고 차가운 손을 잡고 비벼주며 난로 가까이로 데려갔다.
"우리는 아줌마를 기다리고 있었어요" 큰 아이가 대답했다. 그들은 내가 보통 가게 문을 여는 시간인,
아침 9시부터 문밖에 서 있었다고 했다.
"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니?" 나는 놀라서 물었다.
"제 동생 지미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못 받았거든요." 지미의 어깨를 만지며 큰 애가 말했다.
"스케이트를 사고 싶어요. 동생이 갖고 싶어 하거든요. 우리에겐 3달러나 있어요. 보세요, 아줌마."
큰애가 호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며 말했다.
나는 소년의 손 위에 있는 돈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기대에 찬 얼굴도 보았다. 그리고 나서 가게를
한번 둘러보았다. "미안하구나. 이미 물건을 거의 다 팔았단다. 아마 스케이트는 없을..." 바로
그 순간, 예약상품 진열대에 외로이 남아 있는 선물 꾸러미에 눈길이 닿았다. "잠깐만 기다리거라."
그리고 꾸러미를 가져다 포장을 풀어 봤다. 기적 중의 기적처럼 한 켤레의 스케이트가 그 안에 있었다!
지미가 스케이트를 집어 들었다. '주님, 부디 지미의 발에 맞기를......' 나는 속으로 기도했다.
그리고 기적에 기적이 더해져서, 스케이트는 지미의 발에 꼭 '맞았다.'
지미의 형이 지미의 오른발 스케이트 끈을 매 주고 그것이 발에 꼭 맞는 것을 본 후, 일어나더니
내게 돈을 주었다.
"아니야, 돈은 받지 않으마." 내가 말했다. 나는 그 애의 돈을 받을 수가 없었다. "스케이트는 그냥
가져가고 대신 그 돈으로 장갑을 사려므나."
두 소년은 처음엔 그저 눈만 껌뻑거리고 있었다. 그러다가 내가 스케이트를 그냥 주었다는 걸
깨닫고, 눈이 화등잔만큼이나 휘둥그레지면서 활짝 웃었다. 내가 지미의 눈동자에서 발견한 것은
일종의 축복과 같았다. 그건 순수한 기쁨이자 아름다움이었다. 내 마음도 감동으로 벅차올랐다.
소년들이 몸을 다 녹인 후 난로를 끄고 함께 밖으로 나왔다. 가게 문을 잠그면서 큰 애에게 물었다.
"내가 가게에 온 게 얼마나 다행이니. 조금 더 밖에 서 있었더라면 너희들은 얼어버렸을 거야.
그런데 너희들은 어떻게 내가 올줄 알았지?"
소년은 뜻밖의 대답을 했다. 그 애가 나를 천천히 쳐다보면서 조용히 대답했다. "나는 아줌마가
올 줄 알았어요. 예수님께 아줌마를 보내 갈라고 기도했거든요."
등골을 타고 오싹한 전율이 흘러 내렸다. 결코 추위 때문이 아니란 걸 나는 알았다. 하나님께서
이 모든 일을 계획하셨던 것이다.
그 애들과 헤어진 후, 집을 나섰을 때보다 훨씬 더 상쾌한 크리스마스 기분으로 집에 돌아왔다.
톰은 집으로 친구를 데려왔고, 남편은 시아버지 "파파" 잉글리시와 시누이 엘라가 오는 바람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멋진 저녁식사를 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 해 크리스마스를 정말로 기쁘게 만들어 준 것은 그 자리에 예수님께서 함께 계셨다는 바로
그 사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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