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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존의 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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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캔필드 외 지음/박혜경 옮김/두란노/374쪽/9,800원)
지난 4월 어느 저녁 무렵, 린다가 한 손에는 열쇠를 또 한 손에는 시장 바구니를 든 채 현관문을 들어서자 집안에 이상한 정적이 느껴졌다.
"존?" 스물일곱 살 난 아들의 이름을 불렀지만 아무 대답이 없었다.
자동 응답기에 메시지가 녹음되어 있다는 불이 깜박거렸다. '아마 늦는다고 존이 전화를 했을 거야' 생각하고는 응답기의 재생 버튼을 눌렀다. 메시지가 세 개나 있었지만 존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대신 존의 사고를 알리는 다급한 메시지가 녹음되어 있었다. "하나님, 안 돼요!" 점점 더 긴급해지는 메시지를 들으며 린다는 저녁 찬거리들을 바닥에 떨어뜨렸다. "여기는 병원입니다. 존 그리브즈 씨가 응급실에 있습니다. 현재 중태입니다. 즉시 연락 주십시오."
응급실에 도착해서야, 존이 자신의 빨간색 새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급정거하는 앞차를 들이받았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 충돌로 존의 폐가 손상되었고 온몸에 골절상을 입었다. 뿐만 아니라 헬멧을 쓰고 있었지만 머리에 중상을 입어서 혼수 상태에 빠져 있었다. "군데군데 뇌출혈로 뇌가 많이 손상되었습니다." 응급실 의사가 말했다. "최악의 상태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능입니다."
순간적으로 존에 대한 기억이 린다의 머리 속에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갔다. 아버지 없이 자라면서도 존은 엄마에게 말할 수 없는 힘과 위로를 주는 아들이었다. 토요일 아침이면 존이 엄마를 깨우며 하던 말을 생각하며 린다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다. "엄마, 오믈렛 해 드릴까요?" 또 일하고 지쳐서 집으로 돌아오는 린다에게 존은 자랑스러운 미소를 가득 띠고 자신이 고쳐 놓은 싱크대 문짝이며 현관문 자물쇠 등을 보여 주었다.
"하나님, 안돼요. 저 애를 데려가시면 안돼요." 린다는 절실하게 기도했다. "존이 없는 제 삶은 생각할 수도 없어요."
존은 생명 보조 장치에 의존하고 있었으며 보기에도 끔찍한 모습이었다. 존을 본 형 짐은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중얼거렸다. "안되겠어. 존이 살아날 가망은 없어."
그 말이 들리기가 무섭게 린다는 불같이 화를 냈다. "내 앞에서 그런 말을 하다니 당장 취소해!" 린다는 억제할 수 없는 분노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실낱같은 희망만 있어도 존은 살아날 거야.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나 하려거든 이 병실에서 나가. 누구든지 이 방 안에서는 앞으로 긍정적인 생각만 해야 한다는 거 명심해."
의사들은 존이 입은 부상은 고칠 수 있었지만 뇌의 손상은 고칠 수 없었다. "존의 뇌의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습니다. 지금으로서는 기다리면서 지켜보는 수 외에는 없습니다." 그것이의사의 결론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지만 존의 뇌 움직임을 감지하는 계기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들의 축 늘어진 손을 부여잡고 린다는 자책감에 시달렸다. '오토바이 타는 것을 허락한 나는 나쁜 엄마였을지도 몰라.'
사고가 난 지 5-6일째 되자 존의 몸 상태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했다. 존의 심장 박동이 규칙적이 되고 좀 더 커졌다. "이제 됐어. 너는 해낼 수 있어." 아들에게 들릴 것이라고 확신하며 린다는 존에게 말했다. 의사들이 진정제 투여를 멈추고 얼마간 기다린 후 뇌 사진을 다시 찍었다.
"정말 유감입니다."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7일째에 만난 신경 외과 의사가 린다에게 말했다. "두뇌 활동이 전혀 감지되지 않았습니다. 존이 뇌사 상태에 빠진 것으로 판정됩니다." 린다는 참았던 울음을 터뜨렸다. "더 이상 가망이 없군요. 다 끝났어요. 존은 가 버렸어요."
얼마 후 린다와 가족들이 모여서 마지막 절차를 논의하고 있을 때 장기 기증 본부에서 나온 직원이 다가와서 하기 힘든 말을 꺼냈다. "존의 운전 면허증을 보시면 장기 기증자가 되겠다고 자원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직원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그가 그 말을 꺼내자마자 린다의 머리에는 직장 동료인 캐롤의 모습이 떠올랐다.
캐롤의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고 린다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지난 9월 캐롤의 남편인 크리스토퍼는 바이러스로 심장 근육이 거의 손상된 상태가 되었다. 목수이던 크리스토퍼는 자원 봉사로 소방관이나 응급 구조원으로 헌신했다. 하지만 현재 그는 너무 아파서 일도 못 나가고 집에 누워 있는 처지였다. 심장 이식을 받지 못하면 다른 사람을 살리는 일을 하던 그는 자신의 생명을 곧 잃게 될 터였다. 린다는 크리스토퍼를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지만 캐롤이 너무 가여웠다.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서 차츰 사라져 가는 고통을 이제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게다가 캐롤에게는 어린 두 자녀가 있었다. '캐롤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린다는 마음이 쓰였다.
캐롤이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을 때만 해도 린다는 그냥 들으며 자신의 받은 복을 감사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지만 지금 이 순간 캐롤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린다는 장기 기증 본부에서 나온 사람에게 물었다. "존의 심장 이식이 가능할까요?" 그가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면서 린다는 수화기를 들어 캐롤에게 전화했다.
"존은 좀 어때요?" 린다의 목소리를 듣자 캐롤이 물었다.
"아무래도 안되겠어요." 린다의 말이 계속되었다. "이제 곧 생명 보조 장치를 뗄 거예요. 그래서 말인데, 캐롤의 남편에게 존의 심장을 기증했으면 해요."
캐롤은 잠시 충격으로 주춤하는 듯했다. 이윽고 전화기를 사이에 두고 두 여인은 모두 울고 있었다. 린다는 전화를 장기 기증 본부의 직원에게 넘겨 주어 필요한 정보를 받아 적게 했다. 존과 크리스토퍼의 혈액형은 다행히 둘 다 A형이었고 두 사람 다 키도 183cm였다. "검사를 해봐야 확실한 것을 알겠지만 조건이 아주 잘 맞습니다." 그 직원이 캐롤에게 말했다. "가능한 한 빠른 시간안에 남편을 병원으로 모시고 오십시오."
린다와 가족들이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존의 침대 주변에 모였다. "너는 언제나 베풀어주기를 좋아했잖아. 네가 원하는 일이니까 이렇게 하기로 결정했단다." 린다는 아들에게 마지막 키스를 하며 말했다. "존, 너를 영원히 사랑해."
바로 그 때 캐롤과 크리스토퍼는 병원으로 오고 있었다. "린다가 이런 순간에도 우리를 생각했다니 정말 믿을 수가 없어요." 슬픔과 희망의 감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눈물을 닦으며 캐롤이 말했다.
그날 밤 늦게 린다는 병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존과 크리스토퍼의 장기 기증 조건이 완벽하다는 말과 함께 존의 신장과 간은 다른 사람에게 이식될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린다는 두 번째 전화를 받았다. 크리스토퍼의 심장 이식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는 전화였다. 전화를 끊으며 린다는 하늘을 쳐다보고 말했다. "고맙다, 얘야. 너의 희생으로 어린애 두 명이 아빠 없이 자라는 일은 없어졌단다."
이식 수술이 있은 후 나흘 뒤 린다는 크리스토퍼의 초청을 받고 병원으로 갔다. "안녕하세요?" 대기실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던 크리스토퍼가 린다를 보고 인사했다. 벌써 걸어다닐 정도로 건강해진 그를 본 린다는 믿을 수가 없었다. 기쁨과 감동이 밀려와 린다는 수술 부위를 주의하며 조심스럽게 그를 껴안았다.
"한번 느껴 보세요." 린다의 손을 가슴 부위로 가져가며 크리스토퍼가 말했다.
"존의 심장이 계속 뛰고 있군요." 린다가 울면서 말했다.
"이전의 내 심장도 이렇게 세게 뛰지는 못했어요." 크리스토퍼가 린다를 위로하며 말했다.
"내 아들은 사자의 심장을 가졌어요. 하지만 이제는 당신 거예요." 린다가 말했다.
"우리 모두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어요." 옆에 있던 캐롤이 말했다.
"감사한 건 바로 저예요. 덕분에 내 아들의 분신이 계속 살게 되었잖아요."
린다가 보여주는 존의 사진들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크리스토퍼가 말했다. "마치 내게 새 가족이 생긴 것 같군요. 이제 제게도 엄마의 충고를 들려주세요."
린다는 잠시 생각한 후 뺨 위로 눈물을 흘리며 이렇게 말했다. "즐겁게 살고 많이 웃으렴.아내를 사랑하며 언제나 기도를 잊지 말고... 그리고 이 엄마에게 가끔 전화도 좀 해다오."
- 『사랑하는 가족에게 읽어 주고 싶은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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