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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그를 사랑할 수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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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두둔 좀 그만 하세요. 자기 말도 지키지 못하는 제리에겐 정말 지쳤다구요."
"하지만 아마 제리는..." 어머니가 또 시작이셨다.
"뭐, 또 별일 아니겠죠." 내가 말을 가로막았다.
동생이 어머니와 같이 있어 주겠다고 약속을 해서 남편 바논과 나는 특별한 저녁을 계획했었다.
어머니의 건강이 나빠지신 이후로 내가 줄곧 어머니를 돌봐드렸기 때문에 일 년만에 처음으로 오늘
바논과 함께 밖에 나가서 저녁시간을 갖기로 한 것이었다. 우리는 제리를 한 시간이나 기다렸지만
동생이 올 기미는 전혀 없었다. 전화도 없었다.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다시 한 번 동생은 우리를
실망시켰다.
"아마, 전화가 없는 곳에 있나 보구나."어머니가 말했다.
"엄마는 왜 항상 제리만 감싸시는 거예요?" 나는 따지듯 물었다. 신뢰할 수 없는 동생에 대해 정말로
하고 싶은 말을 참으려고 하니, 등줄기가 뻣뻣해지는 것 같았다. 제리가 이런 적은 이번이 처음이 아
니었다. 이 모든 것은 동생의 음주벽과 아주 깊은 관계가 있었다. 나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엄마,
미안해요." 어머니의 손을 가볍게 도닥거리면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저는 단지 제리의 성격이 좀
달라지기를 바라는 것 뿐이예요."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어머니에게 사과를 하긴 했지만,
동생에 대해 느끼는 분노는 누그러뜨릴 수가 없었다. 바논과 나는 다른 날 저녁에도 외출할 수 있지만
제리의 책임감 없는 행동은 여전히 괘씸했다.
'뭘 그리 놀라는 거야?' 그 날 밤 나는 침대에 누워서 나 자신을 나무랬다. 이미 예전부터 나는 그런
식의 변명을 들었었다. "되고 말고, 누나. 그럼, 문제없어, 누나." 제리는 내가 무엇을 부탁할 때마다
이렇게 대답했었다. 하지만 변함없이 그 뒤에 따라오는 말은 "좀 늦었어!"였다. 속이 텅 빈 약속들,
서투른 변명들, 나는 그것들에 이미 질려 버렸다.
웨스트 버지니아의 작은 마을에서 우리가 자라나던 때가 기억이 났다. 그 곳에서 동생과 나는 포도밭
을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블랙베리를 따면서 여름을 보냈었다. 제리는 언제나 재미난 일을 좋아했고
마음이 따뜻한 아이였다. 그 아이가 열여덟 살 되던 해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제리가 불량한 아이들과
어울려 돌아다니기 시작한 게 바로 그 때였다. 제리는 술도 마시기 시작했다. 제리는 멋진 여자와 결
혼했고, 두 사람은 다섯 아이를 키우며 행복하게 지냈다. 하지만 서서히 술이 제리의 생활의 중심을
차지하기 시작했다. 결국 결혼 생활에 파탄이 왔고 동생의 음주벽은 나날이 더 심각해졌다.
제리와 나는 서로 자주 만나지는 못했어도 전화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동생에게 내가 그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려고 노력했다. 대개의 경우 싸움으로 끝이 났지만 말이다. 전화를 끊을 때마다 나는
기도했다. '주님, 제발 제리를 변화시켜 주세요.' 나는 제리가 하루속히 예전에 알고 있던 동생의 모습
으로 되돌아오기만을 간절히 원했다.
함께 살기 위해 어머니가 우리집으로 오셨을 때, 처음에는 제리가 규칙적으로 찾아왔지만 얼마 가지
않아 찾아오는 일이 뜸해졌다. 내가 어머니에게 불평을 하면 어머니는 동생을 감싸기만 했다. 며칠 후
내가 제리에게 전화를 했을 때, 동생은 어머니가 그렇게 쇠약해진 모습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고 변명
을 했다. '또 변명이로군.'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해하려고 아무리 노력을 해도 소용없었다. 동생을
용서하지 못하게 내 맘을 붙잡고 있는 뭔가가 있었는데 도대체 그것이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내가 아는 한 가지라고는 등이 아파서 의사를 보러가야 한다는 것 뿐이었다.
몇 달 동안 통증이 점점 심해졌다. 제리를 기다리고, 어머니와 실랑이를 벌이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건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일이었다. '내일은 가 봐야지.' 나는 잠들기 전에 결심했다.
다음날 의사가 진찰을 했다. "신체적으로는 병든 곳을 찾을 수가 없군요." 의사가 말했다. "하지만 꽤
긴장하고 있어요. 뭐 신경쓰는 일이라도 있나요?"
나는 제리에 대한 이야기와 내가 받은 마음의 상처에 대해 털어놓았다.
"동생이 그렇게 된 지가 얼마나 됐나요?" 의사가 물었다.
"아마 열여덟 살 이후로 내내 그런 것 같아요." 내가 대답했다.
"동생이 변할 거라고 생각하나요?"
"아마도 안 되겠지요."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하지만 조이스, 당신이 변할 수는 있잖아요. 한 번 생각해 보세요."
내가 바뀐다고? 차를 몰고 집으로 오면서 나는 생각해 보았다. '왜 내가 변해야 하지? 속 빈 약속을
하는 건 제리잖아. 항상 우리를 실망시키는 건 제리란 말이야.' 수년 동안 하나님께 동생이 변하게
해 달라고, 제발 동생이 술을 끊도록 해 달라고 간구하며 기도했었다. 하지만 진정 '내가' 한 일이
무엇이 있었지? 의사의 말이 옳을지도 몰랐다. 아마도 이제는 내가 변해야 할 때인 것 같았다.
진입로로 들어오는 길목에 차를 세우고 나는 운전대를 잡고서 머리를 숙였다. "하나님, 제가 제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게 도와 주세요. 저는 동생의 행동을 사랑할 수는 없지만, 동생을
사랑할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아직 어렸을 때 제가 동생을 사랑했던 것처럼 말이예요." 기도가 입
밖으로 나오자 등의 통증이 곧 사라졌다. 집으로 걸어 들어가면서 나는 하나님께서만 주실 수 있는
위안을 느꼈다.
제리는 술을 끊지 못했고, 결국 그 때문에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나는 동생이 무척
보고 싶다. 하지만 동생을 사랑하는 내 마음을 제리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던 것에 나는
감사를 드린다. 내가 원하는 모습의 동생을 사랑한 것이 아니라 동생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사랑할
수 있었음을 감사한다. 바로 이것이 하나님께서 우리 모두에게 원하시는 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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