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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의 꽃바구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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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40년 전 5월 1일부터 나의 익명의 생활은 시작되었다. 그 날 내가 다니던 유치원 선생님은 우리
반 아이들에게 5월의 바구니를 만들기 위해 종이 리본 접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자, 이제 사탕을 바구니 속에 넣어 여러분이 좋아하는 사람의 집으로 가세요. 그리고 바구니를 내려놓은 다음 초인종을 누르고 숨으세요. 5월 바구니는 아무도 모르게 익명으로 전해야 하거든요."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나는 쏜살같이 집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바구니를 사뿐히 문간에 내려놓은 후 벨을 누른 다음 도망쳤
다. 문이 열렸지만 어머니가 바구니를 발견하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쿵 소리와 함께 문이 닫혀버렸다. 나는 다시 한 번 벨을 누르고 숨었다. 다음 순간 어머니의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지 한번만 더 초인종을 눌러봐라!" 기분이 몹시 상한 나는 앞으로 나왔다. "그게 아니에요, 엄마!" 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말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놀라게 해주려고 그랬단 말이에요." 그제서야 어머니는 바구니를 발견하고는 나를 꼬옥 껴안아 주었다. 그 때부터 5월 1일은 어머니와 내게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날이 되었고, 그 후에도 우리는 여러 해 동안 그 사건을 떠올리며 웃었다.
대학에 갔을 때도 물론 나는 '메이데이'를 축하하기 위해 어머니에게 꽃바구니 보내기를 계속했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 320Km나 떨어진 곳에 살면서도 오히려 더 열심을 내었다. 어느 해 4월 30일, 나는 밤을 꼬박 새우며 바나나 빵과 몇 종류의 쿠키를 만들었다. 다락에서 바구니를 꺼내 손잡이에 밝은 리본 줄들을 달고는 어디서 읽은 적이 있는 시를 타자로 쳐서 그 위에다 붙였다.
'이 작은 바구니는 말하네.
그대는 언제나 나의 특별한 친구라고...
그러나 전하되 들키지 말라!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전하라'
이튿날 나는 이웃집 현관으로 살금살금 다가가 초인종을 누르고 줄행랑을 쳤다. 그리고는 우리 집 창문 너머로 이웃 남자가 바구니를 집어 들고 당황해 사방을 휘휘 둘러보면서 이리와 보라고 아내를 부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성공! 몰래 하는 일이 이렇게 재미있을 줄 누가 알았으랴!
이듬해 나는 잼을 만들고 더 다양한 과자와 빵, 캐러멜콘을 만들었다. 우리 부부와 친한 세 쌍의 부부에게 선물하는 것이 내 목표였다. 나는 남편과 함께 바구니를 차에 싣고 목표로 한 집에서 몇 집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는 마당을 가로질러 바구니를 내려놓고, 초인종을 누른 다음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해를 거듭하면서 이 전통은 점점 더 발전했다. 나는 버들 바구니 세일을 기다리고 과자와 빵을 구워 냉장고에 넣어 두면서 몇 주 전부터 미리 준비했다. 어느 해는 우리 첫 아기가 태어나기 불과 19일 전이었는데도 남편과 나는 무려 여섯 바구니나 돌렸다. 퉁퉁 부은 발로 벨을 누르고, 대기해 있는 차를 향해 뛰는 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 일이야말로 지속적으로 해온 나의 유일한 운동이었으니, 포기할 리가 있겠는가!
물론, 때로는 들통이 나서 우리 집 전화 응답기엔 이런 메모가 남겨지기도 했다. "당신이 이 바구니를
놓고 갔다는 걸 알고 있어요." 그리고 딸애의 선생님이 학교식당을 돌아보다가, 자신의 집 문간에서 발견한 바구니 속에 들어 있던 직접 구운 과자와 똑같은 과자를 우리 애가 먹고 있는 것을 발견하기도 했다. 난 그저 익명으로 남는 것이 좋았지만 감사하다는 쪽지를 받으면 가슴이 뭉클해졌다.
한번은 아버지가 "도대체 네가 그런 일에 돈과 시간을 얼마나 쓰고 있는 거니?"라고 물었다. 때로는 나도 그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아버지가 우리 집을 방문한 날, 초인종이 울리더니 '우리집' 현관에 예쁜 바구니가 놓여 있는 게 아닌가! 누가 내게 이런 예쁜 선물을 갖다 놓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바구니가 말이다.
그 이듬해 의사가 우리 둘째 아기의 출산 예정일을 잡았는데, 글쎄 바로 5월 1일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바구니를 다듬고 먹을 것들을 준비했다. 그런데 둘째 아들이 4월 28일에 태어나는 바람에, 바구니를 돌릴 수가 없게 되었다. 마침 부모님께서 도와주러 비행기를 타고 왔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에게 얼마 전에 척추 수술을 받았던 직장 동료의 집을 가르쳐 주면서 바구니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아버지가 기분 좋은 얼굴이 아니라 사색이 되어 돌아온 게 아닌가! "글쎄, 내가 다른 집에다 바구니를 두고 오지 않았겠니!" 아버지가 안타까워하며 말했다. (아버지는 길모퉁이를 돌아오면서야 당신이 실수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그 바구니가 누구한테서 온 것인지 영원히 알 수 없는 사람에게 배달하고 오신 셈이네요!"
나는 웃으며 말했다. “누군가 5월의 바구니를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이었을 거예요.”
아이들도 자라면서 나의 공모자가 되었다. 아이들은 언젠가 내가 지붕의 홈통을 청소하고 있던 기술자의 바로 뒤에다 들키지 않고 바구니를 놓았을 때, 유난히도 즐거워했다. 우리는 차의 뒷문으로 달려가 숨은 뒤 우리가 몰래 잘 빠져나왔는지 살펴보았다.
결혼하고 13년 동안 100개가량의 바구니를 돌렸다. 다른 사람들이나 여러 모임에서 그들도 바구니를 살짝 놓고 달아나는 이 '사랑의 배달'을 시작했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난 정말 즐거웠다. 나의 이 기쁨은 나날이 더해갔고 드디어는 가족의 전통으로까지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매년 1월 1일이 되면 딸애는 5월 1일이 무슨 요일인지부터 알아본다. 봄이 저만치 다가오면 아이들은 바구니 줄 사람들 명단을 작성하고 과자를 굽고 바구니 장식하는 일을 돕는다.
나는 종종 아이들에게 어떤 유산을 남겨 줄 것인가를 생각해 본다. 그들이 나를 도덕이나 인내심의 귀감, 아니면 품위를 갖춘 성숙한 인격으로 기억해 주기를 바랄까? 아니다. 나는 그들의 마음속에 다채로운 선물 바구니를 들고 초인종을 누른 후 "들키지 않게 뛰어!"라고 즐겁게 외치는 어머니로 영원히 기억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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