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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뉴스 2010년 8월 25일]‘유전자 디자인 시대’ 윤리적 딜레마 경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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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고위직 공무원들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위장전입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한다. 그리고 내정자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자녀들이 학교에서 왕따를 당해 부모된 심정으로 위법인줄 알면서도 할 수 없이 위장전입을 하게 되었다고 이유를 밝히고 있다. 실제로 자식들의 행복과 앞날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희생이라도 감수하고 심지어는 불법과 탈법마저도 서슴지 않는 것이 대다수 부모들의 심정이다. 자식들이 잘 되기를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자녀들이 미래에 보다 안락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부모의 심정은 앞으로 유전공학의 발달과 함께 커다란 도덕적·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이자 세계적 석학인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가 저술한 ‘생명의 윤리를 말하다’는 유전공학의 발달로 인해 앞으로 우리가 직면하게 될 가치관의 혼란에 대해 균형 잡힌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올바른 윤리의식을 가지고 바람직한 공동체의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마이클 샌델은 2001년 말 부시 대통령 재임 시 대통령윤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줄기세포 연구와 인간 복제, 유전공학 등에 관해 과학자, 철학자, 신학자, 의사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과의 토론을 시작으로 생명윤리에 대해 깊이 고찰하고 이러한 고찰을 통해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는 이 시대에 우리가 직면한 도덕적·윤리적 딜레마를 명확하게 지적하고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인류는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끊임없이 발전해왔고 마침내 그 동안 자연 또는 신의 영역으로 간주돼왔던 유전적 구성에 개입함으로써 인간의 종을 개선하려는 시도를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미국에서도 우생학을 국가적 차원에서 도입해 바람직하지 않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에게 불임수술을 강요하는 법을 만들었고 히틀러는 불임을 넘어 대량 학살과 인종 말살로 몰고 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나치의 만행이 알려지면서 우생학의 기세가 꺾였지만 오늘날 우생학은 강제성이 없는 자유 시장의 우생학이라는 모습으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난자와 정자가 상품으로 거래되고 우생학적인 목적으로 아이를 유전적으로 디자인하고 있다.
과거에는 부유층 부모들이 아이를 비싼 학교에 보내고 돈을 들여 피아노와 발레, 수영을 가르침으로써 아이들을 경쟁 대열에서 유리하게 이끌던 일이 유전공학 시대에는 부모가 유전자를 아예 디자인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부모가 아이를 더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돈을 들여 공부를 시키는 것과 태어날 아이의 유전자를 조작해서 경쟁력을 갖춘 아이로 태어나게 하는 것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또한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의 유전자를 부모가 선택하는 것은 과연 정당한 일인가.
이러한 질문에 대해 저자는 유전공학에 윤리적 한계를 정함으로써 유전공학을 인간을 능력을 강화하는 비의료적인 목적이 아니라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의료적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것이 정당하고 윤리적인 일이라고 명쾌하게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우리에게 주어진 생명은 ‘선물로 주어진 것’이며 따라서 생명을 선물로 보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생명을 경쟁이 아닌 선물로 바라볼 때 우리는 ‘유전학적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주어진 부족함’도 귀중하게 여길 수 있게 되고 이를 통해 공동체적 연대를 이루는 좋은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고 말한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ceo@bookcosmo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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