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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민주화운동, 6·10 항쟁, 2002년 월드컵, 주요한 이슈들을 둘러싸고 벌어진 크고 작은 시위 그리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소셜 네트워크 등을 통해 우리는 단합된 힘으로 권력자들에게 대항해 역사의 물줄기를 바꿔놓기도 하고 나아가 세상을 바꾸는 위대한 군중의 힘을 목격해왔다. 과연 군중이란 어떠한 존재이고 어떻게 형성되며 권력과는 어떠한 상관관계에 있을까.
1981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이자 20세기 가장 보편적인 지성 중 한 사람인 엘리아스 카네티가 35년에 걸쳐 연구한 필생의 기록인 ‘군중과 권력’은 토인비가 지적한 대로 군중의 본질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함으로써 인간사에 대한 포괄적인 이해의 토대를 마련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군중의 다양한 형태를 분석하고 그 역학을 규명하며 또한 군중이 어떻게 권력에 길들여지고 복종하는가를 밝히고 있다.
카네티는 우선 군중은 네 가지 중요한 특징으로 지니고 있다고 지적한다. 첫째, 군중은 언제나 성장하기를 원해 생겨나는 그 순간부터 더 많은 사람이 가세하기를 바란다. 둘째, 군중의 내부에는 평등이 지배하고 있으며 군중이 형성되는 것은 사실 바로 이 평등을 얻기 위해서다. 셋째, 군중은 밀집 상태를 사랑해 그 어떤 것도 군중의 내부 틈새로 끼어들거나 군중을 갈라놓을 수 없다. 넷째, 군중은 항상 동적이며 어떤 목표를 향해 움직이고 도달하지 못한 목표를 가지고 있는 한 군중은 항상 존재한다. 카네티는 어떤 군중이든 모두 이 네 가지 특징을 지니며 네 가지 중 어느 특징이 더 강하냐에 따라서 군중은 다양한 모습을 띠게 된다고 말한다.
카네티는 군중 내부에서 일어나는 가장 중요한 사건은 방전(구속 상태로부터의 해방, 에너지의 폭발과 방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방전이 일어나기 전의 군중은 본질적으로 군중이 아니라고 말한다. 방전이 있어야만 군중은 계급, 신분, 재산 등의 차이를 넘어서 서로 평등함을 느끼게 된다. 방전을 통해 괴리감이 사라지고 평등해짐으로써 몸과 몸이 맞닿는 밀집 상태 속에서 각 구성원은 상대를 자기 자신만큼이나 가깝게 느끼게 되며 결국 누구도 다른 사람보다 나을 것 없는 이 축복의 순간을 맛보기 위해 인간은 군중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권력은 군중과 어떤 관계에 있을까. 카네티는 고양이와 쥐의 예를 들어 이를 명쾌하게 설명한다.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 때는 쥐가 얼마쯤 도망치게 버려두기도 하고 쥐에게서 등을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쥐는 고양이의 권력의 테두리 안에 있다. 쥐가 잡힐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기 까지는 그 권력의 테두리 안에 있는 것이다. 고양이가 지배하는 공간, 고양이가 쥐에게 허용하는 희망의 순간들, 그러나 면밀한 감시와 쥐를 죽이려는 생각, 이것을 모두 합친 것, 즉 공간, 희망, 빈틈없는 감시와 파괴적인 의도를 권력의 실체라고 말한다.
카네티는 스포츠 관중에서 정치집회까지 그리고 부시먼족에서 메카 순례에 이르기까지 종교, 인류학, 심리학, 생물학의 영역을 넘나들며 온갖 군중현상과 권력의 상관관계를 분석한다. 이러한 고찰을 통해 카네티는 권력의 오랜 구조는 권력자가 자신 이외의 모든 사람의 목숨을 대가로 자기 자신을 보존하는 것이며 결국 권력의 순간은 살아남는 순간이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오늘날은 대량살상 무기의 발달과 함께 권력자 자신이 만인과 동등한 사람이라는 사실로 인해 과거의 권력구조는 와해되었고 이제 권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커졌지만 한편으로는 덧없는 것이 되었음을 일깨워주고 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대표ceo@bookcosmo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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