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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그의 여자고, 그녀도 그의 여자다
 
 
“남편에게 여자가 생겼어요.”

보통 나를 찾아와 남편의 외도에 대해 상담을 요청하는 사람 같지 않게 이 여자는 비교적 차분했다.

“마음이 힘드시겠어요. 남편이 미운가요?”

그녀는 “물론 밉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에 이어진 그녀의 이야기는 내 예상을 좀 빗나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순간, 저는 왜 그 사람 어머니가 더 미운 거죠?”

이 말은 아동정신의학자인 볼비가 제창한 ‘애착관계’에 관한 것이었다. ‘애착’이라는 것은 친자관계, 특히 모친과 갓난아기 사이에 형성되는 정신적인 유대를 말한다. 갓난아이가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은 누구인가? 바로 자신의 엄마다. 애착관계에 있다는 것은, 아이가 태어나 가장 먼저 맺게 되는 엄마와의 관계가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따라서 아이의 인성에 많은 변화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 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가 직접 그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엄마에 의해 좌우된다는 사실이다.

엄마가 아이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안정적인 애착을 가질 수도 있고 불안정한 애착을 가질 수도 있다. 변덕스럽고 아이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주지 못한 경우 아이가 유독 사람들의 눈치를 많이 살피고 이성과의 관계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경우가 많다. 또 엄마가 무기력하고 우울하거나 히스테릭한 경우 아이는 늘 사랑에 고파하고 결핍이 된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남녀 문제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원인을 거슬러 가다 보면 남녀 각자가 가진 애착관계에서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나를 찾아온 이 여자도 남편이 외도를 한 것이 단순히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팔았다는 사실이 아니라, 남편이 어머니로부터 건강한 사랑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더욱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비교적 남편에 비해 안정적인 성장과정을 거친 여자 입장에서는 이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을 것이다. 물론 남편의 마음을 온전히 잡아두지 못한 자신의 잘못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남편이 ‘엄마’라는 존재로부터 안정적인 애착관계를 형성해왔다면 지금과 같은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거라며 괴로워했다.

“어머님은 남편이 바람을 피운 사실을 알고 계신가요?”

“둘의 사이가 좋을 땐 너무 좋아 쿵짝이 잘 맞으니 별별 이야기를 다 하다가도 안 좋을 땐 또 너무 좋지 않아서, 말을 했을지 안 했을지 잘 모르겠어요. 그저 시시껄렁한 농담처럼 하고 넘어갔을지도 모르죠.”

“시어머님이 아들에게는 꼭 변덕스러운 연인 같네요.”

“네! 그거예요. 딱 그런 모습…….”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내 시어머니 생각이 났다. 결혼을 하고 보니 변덕스럽다 못해 ‘자기 마음대로’라는 표현이 딱 이럴 때 쓰는 말이구나, 싶을 정도로 모든 걸 쥐고 흔들려는 한 여자가 남편의 뒤에 있었다. 남편은 그런 어머니를 측은해하며 ‘아버지로부터 받지 못한 사랑’을 자신이 대신 채워주려 애썼고, 그러다 한 번씩 어머니가 정말 감당이 안 되는 일을 저지를 때면 욱하고 성질을 부리고는 또 그렇게 행동한 것에 죄책감을 느끼고 며칠씩 괴로워했다. 이런 일로 나와 갈등이 생기거나 각자 일 때문에 혼자 있어야 할 때, 남편은 홀로 있지 못했다. 그 시간들을 견뎌 내지 못하고 다른 여자들에게서 위로와 살뜰한 보호를 구했다. 유난히 다정한 성격도 문제였지만 항상 그 행동들은 다정을 넘어섰다. 생각해보니 그럴 때마다 나도 시어머니가 그렇게 미웠다. ‘대체 아들을 어떻게 키웠기에…….’

“제발 우리 문제는 좀 우리끼리 해결하면 안 돼?” 아마 연애시절부터 남자들이라면 귀가 닳도록 들었을 이 말. 그러나 안정적 애착관계를 형성하지 못한 아들이 어머니에게서 온전히 분리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결혼을 하자마자 자신의 것이라고 우기는 여자와의 갈등에 맞닥뜨리게 되는 순간, 그 남자는 자신이 어디에 서야 할지 모른 채 방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지친 남자가 그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제3의 여인을 찾는 건 정해진 수순일지도 모른다. 제3의 여인은 아내나 어머니가 자신에게 요구하던 어려운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으며, 오히려 정서적으로 자신을 어루만져주기 때문이다. 그러니 잠시라도 골치 아픈 일들을 잊어버릴 수 있는 그 시간에 목을 매는 건 당연하지 않겠는가.

- 『내 남자의 그 여자』 중에서
(김영아 지음 / 쌤앤파커스 / 264쪽 /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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