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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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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바비는 내가 처음으로 알게 된 장애인으로, 우리 동네 사람들은 “별난 사람”이라고도
불렀다. 누군가가 샛강에 낚시하러 가자고 초대해 주길 바라는 듯 반짝이는 멋진 빨간색 자전거
를 타고서, 대나무 낚싯대를 자전거 손잡이에 걸쳐 균형을 잡으며 페달을 밟아 보도를 달리는
바비의 모습... 웨스트 버지니아 주 헌팅턴에서는 낯익은 광경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그와 함께
낚시를 하고 싶어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바비는 다른 십대 아이들처럼 행동하진 않았지만, 내겐 아주 정다운 사람처럼 보였다. 바비는
자전거를 타고 우리집 현관 앞을 지나갈 때마다 우리 자매들과 내게 손을 흔들었다. 우리도 손을
흔들면, 평소보다 더 환한 웃음이 그의 얼굴에 피어 올랐다. 게다가, 바비는 나무랄 데 없이 차려
입었다. 말끔하게 다림질한 단추 달린 셔츠, 바지에 야구모자와 감색 정구화까지. 아홉 살된 내
식견으로는 바비의 그런 모습이 소위 사람들이 말하는 '착한 사람'같이 보였다. 그랬기에 나는 왜
모두가 바비에 대해 늘 그런 식으로 말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바비는 머리가 어린애 수준밖에는 안 돼요." 나는 식료품 가게에서 누군가가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다. 어른들은 우리에게 바비와 가까이 있지 말라고 일렀다. "그애가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
어른들은 이렇게도 말했다. "그래, 낚싯대를 들고 아무나 때릴지도 몰라."
나는 그 말대로 바비에게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했다. 그래도 바비에 대한 궁금증은 가시질 않았다.
주일학교 선생님이 가장 어려운 질문이 있으면 하나님께 가져가 물어 보면 된다고 우리에게 가르쳐
주었다. 그래서 나는 하나님께 바비에 대해 물었다. "하나님께서는 정말 우리 각자 모두에 대해 특
별한 목적을 갖고 계신가요? 그럼, 바비는요?"
하지만 얼마 안 가서 나는 내 자신의 문제에 둘러싸였다. 중학교에 들어가자마자 나는 돌연
체육시간에 발작을 일으켰다. 한 달 후에는 학교 갈 준비를 하다가 그만 기절해 버렸다. 그러더니
통증이 생기며 왼쪽 눈이 붓기 시작했다. 1년 이상의 검사와 전문가들과의 상담 끝에 나는 신경
섬유근종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신경에 종양이 생기는 병이었다. 당시에는 의사들도 이 병에 대해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다만 내가 아는 건 내 몸이 내게 아주 고약한 장난을 치고 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사람들은 종양이 생겨 우둘투둘한 내 얼굴을 보고는 자기들끼리 소근거리며 뚫어지게 쳐다봤다.
가족들과 친구들 몇 명 그리고 바비만이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대해 주었다. 언제나 한결같이
바비는 나를 보면서 즐거운 표정을 지으며 내 이름을 있는 힘껏 다정하게 불렀다. “안녕, 버타!”
그즈음 바비의 부모님이 돌아가셔서, 바비가 우리 이웃에 사는 할머니댁으로 이사를 왔다. 곧 바비
는 우리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고, 언제나 제일 앞자리에 앉았다. 수요 저녁 기도 예배에서 몇몇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부탁하는 기도제목을 그 주간 동안 기억하려고 받아적었다. 바비는 기도
제목 하나하나를 아주 소중하게 여겼다. 누구든지 기도를 요청하면, 그는 그것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처럼 경청했다. 그리고는 귀에 꽂고 있던 노란 연필을 빼 들고 못 쓰는 글씨로 기도 제목
들을 공책에 적었다. 수요 기도 예배에서 교회의 기도 목록 제일 위에는 늘 내 이름이 있었다.
의사들은 내 상태에 대해 아주 난감해 했다. 병에 지지 않으려고 나는 여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무반주 합창단에서 노래도 하고, 피아노를 몇 시간 동안 연습했다. 옷을 디자인해 바느
질도 했다. 그리고 내 미래에 대한 공상에 빠지기도 했다.
어느 날, 이웃집에 사는 소녀와 우리집 현관 앞에 앉아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무엇을 할지 이야
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바비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안녕, 바비!” 내가 소리쳤다. 바비가 보도 아래로 사라진 후, 나는 고개를 돌려
친구를 보며 물었다.
“바비가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지 너도 알잖아. 기껏해야 아무 생각 없이도 할 수 있는 일이나 바랄 수
있겠지.”
나는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았다. 그날 밤 나는 기도했다. ‘주님, 주님께서는 분명히 바비를 위해
더 좋은 일을 마련하고 계시겠지요.”
몇 년 후 나는 바비가 베일리 식당에서 종업원 조수로 일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때 나는 이미
간호학교를 마치고, 그 지역 병원에서 야간 근무조로 일하고 있었다. 어느 오후, 나는 점심을 먹
으러 베일리 식당에 갔다. 바비는 나를 보자마자 내쪽으로 와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높이 쌓인
냅킨 더미로 가서 그것들을 하나씩 하나씩 잘 접어 자기 앞에 차곡차곡 쌓았다.
“수고했어요, 바비!” 그의 상사가 바비를 칭찬하고는 내게 말했다. “바비는 정말 믿음직스러워요.
바비 없이 제가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니까요.” 바비는 생기가 넘쳤다. 나는 그가 마침내
자신의 일을 찾았구나 생각하고 기쁜 마음으로 그 자리를 떠났다.
결혼을 하고 멀리 이사를 간 후, 나는 의사를 만나러 가끔씩 헌팅턴 시내에 들렀지만 바비를 보지
는 못했다. 어느 날, 나는 라임 젤로 샐러드를 먹으러 베일리 식당에 갔다. 바로 얼마 전 얼굴 왼
쪽 부분에 종양 제거 수술을 받았던 후라 너무 아파서 부드러운 음식 외에는 먹지를 못했다. 식당
에 혼자 앉아 젤로 샐러드를 숟가락으로 열심히 떠서 입에 넣는데, 마음이 괴로웠다.
내 업무 중에는 보건 관계 모임에서 연설하는 일도 있는데, 얼굴 한쪽이 늘어지고 신경 종양으로
언어 장애까지 생긴 지금의 모습으로 그런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 더욱이 내 병은 만성적이었다.
더 나빠져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게 된다면? 여태껏 그렇게까지 우울해 본 적이 없었다. ‘주님,
제가 간호사 일을 좋아한다는 걸 알고 계시죠?’ 사실 나는 속으로 거의 울부짖고 있었다. ‘하지
만 제가 낫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들을 돌볼 수 있겠습니까?’
문득 한 목소리가 들려 나는 생각을 멈췄다. “안녕, 버타!” 바비가 내게 달려 오고 있었다.
기쁨이 넘치는 미소로 온통 주름이 진 그의 얼굴, 항상 귀에 꽂고 있던 노란 연필... 내 앞에
서서 바비가 두 팔을 크게 벌리고 물었다. “안아도 될까요?” 그리고는 내가 일어서자, 바비가
부드럽게 나를 껴안았다. 그에게서 전해오는 사랑이 느껴져 수술과 내 문제들로 생긴 무거운 마음
의 고통이 점점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당신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기도했어요. 매일요. 좀 괜찮나요, 버타?”
나는 목이 메어 고개만 끄덕였다. “그래요, 바비.” 마침내 간신히 대답했다. “모두 당신 덕분
이예요. 정말로 한결 나아졌어요.” 나는 그의 손을 꼭 잡았다.
식당을 나오면서 나는 뒤돌아서 바비에게 작별 인사로 손을 흔들었다. 바비도 손을 흔들었다.
그리고는 계속 냅킨을 접으며, 한 손님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바비에게 주어진 일은 결코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누구나 하고자 바라는 최고의 일, 바로 하나님의 일이
었다. 또한 나는 깨달았다. 내 앞에 어떤일이 가로놓여 있더라도, 나 역시 그 일을 계속 할 수 있
으리라는 것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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