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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중에 제일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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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의 여섯 살짜리 꼬마 녀석이 진달래 나뭇가지와 씨름을 하고 있는 것을 본 나의 하루는
우울하게 시작했다. 내가 정원으로 달려나갔을 때 이미 가지는 부러져 있었다. "학교에 이 꽃
가져가도 돼요?" 아이가 물었다.
손을 내저으며 아이를 들여보내고는 내 눈에 고인 눈물을 아이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등을 돌렸다.
그 진달래 나무는 내가 무척이나 아끼던 나무였다. "정말 미안해." 나무가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말하며 나는 부러진 가지를 쓰다듬었다.
그 진달래 나무에게 한 미안하다는 말을 똑같이 남편에게도 하고 싶었지만 나는 화가 잔뜩 나 있
었다. 세탁기에 물이 새서 새 장판을 버려 놓았기 때문이다. '조나단과 장기 두지 말고 내가 부탁
한 대로 어젯밤에 세탁기를 고쳐 놓았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 도대체 우선 순위가 뒤죽박죽
이야'하고 나는 속으로 남편을 비난했다. 조나단이 부엌으로 와서 물었을 때 나는 아직도 장판을
닦고 있었다. "엄마, 아침은 뭐예요?"
텅 빈 냉장고를 열고는 내가 "씨리얼은 안돼"라고 말하자 조나단이 입을 삐죽거렸다. "대신 빵에다
잼 발라 줄게." 토스트에 잼을 발라서 아들의 앞에 놓으며 생각했다. '왜 이렇게 화가 나지?'
나는 남편의 아침 식사 그릇을 설거지 비눗물 속으로 던졌다. 오늘 같은 날은 전부 다 던져 버리고
산으로 차를 몰고 가서는 동굴 속으로 들어가서 다시는 나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젖은 옷들을 집 근처 세탁방으로 들고 갔다. 하루 종일 옷을 세탁하고 건조하는 동안 내 삶에
는 사랑이 사라져 버렸음을 느꼈다. 벽의 낙서들을 쳐다보면서 내 인생도 마치 세탁기 속의 옷처럼
비틀린 것 같다는 생각만 계속 들었다.
남편 셔츠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시계를 보자 오후 2시 반이었다. 조나단의 학교가 파하는 시간인
2시 15분이 이미 지나 있었다. 차 뒷자리에 세탁물을 아무렇게나 던져 놓고는 학교를 향해 급하게
차를 몰았다.
숨을 헐떡이며 조나단의 교실에 당도해서 유리문으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선생님이 내게 손가락을
들어 기다리라는 몸짓을 했다. 선생님이 조나단과 다른 아이 두 명에게 크레용과 종이 한 장을 주는
것이 보였다.
'무슨 일이지?' 선생님이 문을 열고 나를 한쪽에 세우자 마음 속으로 궁금한 생각이 들었다. 마침내
선생님이 입을 열었다. "조나단에 관해 얘기할 것이 좀 있어요."나는 최악의 경우를 머리 속에 떠올
렸다.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하든 놀라지 않기 위해서 마음을 굳게 했다.
"조나단이 오늘 학교에 꽃 가져온 거 아세요?" 선생님이 물었다. 나는 진달래를 떠올리며 오늘 아침
의 일로 인한 아픔을 애써 감추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이 그림을 그리느라 분주한 것이 보였다.
곱슬머리가 길게 자라 눈썹 아래 찰랑거렸다. 손등으로 그 머리를 쓸어 넘기는 모습이 보였다. 자신
의 작품을 바라보는 아들의 눈이 파랗게 빛나고 있었다.
"어제 일을 말씀 드려야 겠어요." 선생님이 계속했다. "저기 여학생 보이시죠?"
고개를 돌려 보니 눈이 맑은 한 여자아이가 웃으면서 벽에 붙은 화려한 색 그림을 가리키는 것이 보
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는 저 아이가 거의 정상이 아니었어요. 엄마와 아빠가 이혼 수속 중이거든요. 살고 싶지 않고
죽어 버렸음 좋겠다고 말했어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반 전체에 다 들리도록 '아무도 나를 사랑
하지 않아'라고 큰 소리로 말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지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아이를 달래는
것밖에는 없었지만 그럴수록 아이는 더 크게 울러댔어요."
"제게 조나단에 관해서 말씀하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궁금해서 내가 물었다.
"맞아요." 내 블라우스 소매를 만지며 선생님이 말했다. "오늘 조나단이 저 아이에게 다가갔어요.
그러고는 예쁜 분홍색 꽃을 아이에게 주면서 이렇게 속삭이지 않겠어요? 나는 너를 사랑해."
나는 내 아들이 한 행동이 너무도 자랑스러워서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조나단의 손을
잡으며 선생님에게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오늘 선생님이 제게 최고의 선물을 주셨어
요."
그날 저녁 나는 한쪽으로 기울어진 진달래 나무 주위에 난 잡초를 뽑고 있었다. 조나단이 오늘 친구
에게 베푼 사랑을 생각하는데 성경 구절이 하나 떠올랐다.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
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중에 제일은 사랑이라." 아들이 사랑을 실천하는 동안 나는 분노만 실천했다니.
집으로 돌아오는 남편 차의 낯익은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진달래 나무에서 진달래가 활짝 핀
가지 하나를 꺾어 들었다. 하나님이 우리 가족에게 심어 주신 사랑의 씨앗이 다시 한 번 활짝 꽃피는
것 같았다. 한마디의 말과 함께 꽃을 건네주는 나를 보는 남편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사랑해요, 여보."
- 나네뜨 토센 스나입스 <사랑하는 가족에게 읽어 주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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