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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리더의 조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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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용 선풍기를 만드는 회사의 지역담당 판매 부장이던 내가 판매 영업 부사장으로 승진하게 되었을
때 나는 너무나 기뻐 온몸이 떨렸다. 승진을 하면서 가장 먼저 나 스스로에게 다짐한 약속이 있었다.
내가 항상 함께 일하고 싶었던, 공정하고 인내심 많으며 직원들을 이해하는 그런 상사가 되겠다는 것
말이다. 내 사무실 문은 직원들에게 항상 열려 있으리라. 그들은 내가 자기들 편이라는 걸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몇 달만에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업무 시간의 절반을 길에서 허비해야 했고
사무실로 돌아오면 항상 밀린 업무를 처리하기에 급급했다. 어슬렁거리며 회의에 몇 분씩 늦는 사람
이나 혹은 점심식사 후에 늦게 들어오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났다. 또 직원이 자신의 사사로운 문제
를 변명하거나 봉급을 미리 가불해 달라고 요청할 때도 불쾌해졌다. 사무실의 음악소리가 너무 크고
시끄러워서 나는 아예 내 방 문을 닫아 버렸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비서와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피했고, 창고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도너츠를 나눠 먹던 일도 그만뒀다. 결국 나는 내가 원하지 않던
바로 그런류의 상사로 변해 가고 있었다.
어느 날 오후 나는 시카고에 있는 거래처 사람과 두 시간 동안이나 전화를 붙잡고 시달리고 있었다.
"심야 특별 세일"에 맞춰 주문한 천장용 선풍기 선적 화물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수화
기를 내려놓는데 화가 치밀어 올랐다. 우리 사무실 직원 누군가가 일을 엉망으로 만들었던 것이다.
바로 그 때 비서가 내게 개인적인 문제로 일찍 퇴근하겠다는 뜻을 전해왔다. 드디어 나는 화가 폭발
하고야 말았다.
인터콤에 대고 나는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난 여러분들의 어머니가 아니예요." 나는 모인 직원들에게
나 자신조차도 깨닫지 못할 만큼 차디찬 목소리로 얘기했다. "나는 여러분의 은행원도 아니고, 정신과
의사도 아니예요. 난 여러분의 상사라구요. 회사에 올 때는 여러분의 문제를 밖에다 두고 오세요. 난
여러분이 시간 맞춰 오길 바라고 업무가 끝나고 퇴근하기 바래요. 이상입니다."
나는 사무실로 돌아와 문을 닫아 버렸다. 책상을 등지고 앉아서 내 앞에 있는 벽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그랬지? 하나님, 제가 어쩌다 이렇게 되버렸죠?' 알고 싶었다. 나는 한참 동안 거기에 앉아
방을 가로질러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전화기의 한 선이 껌뻑거리는 게 보였다. 비서가 인터콤으로 시카고의 거래처 사람에게
다시 전화가 왔다고 알려주며 덧붙여 말했다. "5시 30분인데 제가 도와 드릴 일이 없다면..."
비서는 일찍 퇴근하지 않았다. 심지어 퇴근 시간에 맞춰 나가지도 않았던 것이다. 나는 시간이 얼마나
늦었는지 모르고 있었다. 비서를 제외한 모든 직원들이 '굿바이'인사도 없이 집에 가버렸기 때문이었다.
"없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비서에게 말하고 나서 거래처 사람으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다. 선적된
화물이 모두 도착했다는 것이었다. "자초지종을 알고 보니, 누군가가 중앙 창고에 넘겨야 할 주문서를
실수로 다른 창고에 보냈더군요." 그가 매우 멋쩍은 투로 설명하며 되풀이 사과를 하면서 자신의 화풀
이를 받아 준 것에 대해 무척 미안해하고 고마워했다. '그는 내가 화를 받아 준 것을 고마워하고 있구
나! 나도 직원들에게 그렇게 해야 할텐데.' 나는 전화를 끊으면서 생각했다.
나는 혼자서 사무실 불을 끄고 집으로 향했다. 그 날 밤 내내 나는 상사가 된다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
해 보았다. 그리스도께서는 그의 제자들에게 모든 사람들 중에서 으뜸이 되고자 하면 모든 이들의 종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직장에서 내 책임 하에 있는 사람들은 지도나 충고, 동정, 그리고 때로는
그냥 이야기를 들어주는 '귀'를 기대하며 나를 바라보았다. 최근까지는 그들에게 그러한 것들을 그럭
저럭 제공해 오고 있었는데...
다음 날 나는 어제 그 일을 정리하려고 다른 때보다 아주 이른 아침부터 출근했다. 마침 그 날은 내
생일이기도 해서 좋지 않은 감정으로 하루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차를 주차하다 보니 주차장에
이미 다른 차들이 꽉 들어 차 있었다. 나는 서류가방과 지갑을 들고 정문으로 향했다. 그런데 불이 이미
켜져 있었고, 전직원들이 현관에 모여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저와 함께 가시죠." 비서가 이렇게 말하며 나를 데리고 회의장으로 들어갔고 모여 있던 직원들도 따라
들어왔다. 넓은 테이블 위에는 손으로 만든 커다란 봉투가 놓여 있었는데 "부사장님께"라고 씌어 있었다.
나는 봉투를 열었다. 그 안에는 내가 지금까지 보아 온 것과는 전혀 다른 카드가 있었다.
"이레인, 생일 축하합니다! 당신의 몇몇 '팬'들로부터."
천장용 선풍기에는 각 날개마다 직원들의 스냅사진을 오려 붙여 놓았고, 생일 축하 메시지가 일일이 적
혀 있었다. 전 직원이 이구동성으로 생일을 축하한다고 소리쳤을 땐, 눈물이 두 볼을 타고 주루룩 흘러
내렸다. "이 세상에서 가장 멋진 생일 선물입니다." 내가 말했다. 그 후 나는 사무실 방방마다 직원들을
찾아 다니며, 전 날 내가 한 행동에 대해서 낱낱이 사과를 했다. 완벽한 상사는 용서를 구할 줄 알고,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다. 마치 완벽한 부하직원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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