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하나님 5 |
 |
| |
|
|
(필립 얀시 지음/채영삼 옮김/두란노/244쪽/10,000원)
어떤 사람들은 변증학과 각종 신학적 토론을 통해 복음의 진리를 상아탑 속에서 증명해보려고 애쓴다. 다른 이들은 기독교의 규모와 힘을 다른 종교들과 비교함으로써 기독교의 진리성을 증명하려 한다. 여기 론 니켈은 계속해서 감옥으로만 찾아간다. 그리고 그 곳에서 용서와 사랑과 은혜의 마지막 시험대를 발견한다. 또한 그리스도께서 정말 살아 계신가를 확인한다.
나는 론에게 그가 목격했던 장면들 중에 가장 최악의 장면을 이야기해 달라고 부탁했다. 내가 이 집필 요청을 수락했던 것은 최후의 한계까지 몰리는 사람들에게 믿음은 과연 무엇이며, 그들 가운데 믿음은 어떻게 살아 남는지를 알고 싶어서였다. 우리가 방문했던 칠레와 페루의 그 음침한 교도소를 예로 들어보자. 거기서 우리가 목격했던 그들의 참 기쁨과 감격에 대해 누가 가타부타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런 현상이 전세계적으로도 역시 마찬가지일까? 론은 단 한 가닥의 소망도 없는 절대 절망의 장소를 찾아가 본 적이 있을까? 복음의 능력을 가름하는 최후의 '책상 위의 시험'은 과연 어떤 것일까?
론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후 그는 찰스 콜슨과 함께 잠비아에서 감시가 가장 엄중한 교도소를 방문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들은 전에 이곳에 수감된 적이 있었던 니고라는 사람의 안내를 받았는데, 그는 최고 악질범들만 수감되는 특수 감옥이 교도소 내부에 있다고 설명했다. 니고 자신도 놀란 일이지만, 교도소 간수 중 한 사람이 론과 찰스를 바로 그 비밀 감옥으로 안내해 보여 주겠다고 응해 왔다.
"우리는 교도소 내부에 따로 지어진, 온통 굵은 철망으로 뒤덮힌 커다란 야생 동물 우리 같은 곳으로 안내되었습니다. 이 커다란 새장 같은 집 옆에는 대략 평방 5미터 가량 되는 소위 '운동장'이 있었고 그 뒤로 감방들이 주욱 열지어 있었습니다. 죄수들은 모두 한 번에 누울 수도 없는 그런 좁은 감방에 무려 23시간 동안 갇혀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그 좁은 '운동장'에서나마 어깨를 펴고 걸어다닐 수 있는 시간은 하루에 딱 한 시간뿐이었습니다. 니고는 그런 감방에서 12년을 살았습니다.
우리는 마침내 그 비밀 감옥으로 안내되었습니다. 그 곳에 들어갔을 때, 우리는 감방을 굳게 걸어 잠근 철문 아래 바닥에서 대략 5센티미터쯤 떨어진 틈 사이로 수많은 눈동자들이 빠끔히 내다보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두꺼운 철문이 열리자, 그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그런 지저분한 광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 감방 안에는 변기조차 없었습니다. 사실, 죄수들은 자기들이 사용하는 식기에다가 대소변을 보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작열하는 아프리카의 태양은 온통 철로 된 그 좁은 방안을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달구어 놓았습니다. 나는 그 곳의 역겹고 질식할 것만 같은 공기에 숨조차 쉬기 어려웠습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런 곳에서 단 한 시간이라도 견딜 수 있단 말입니까? 나는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니고가 그들에게 우리를 소개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아십니까? 그 감방에 있던 120명의 수감자들 가운데 80명 정도가 온화한 얼굴로 일어서더니 벽 쪽에 가지런히 서서 찬양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도 4부 화음을 맞추어 기막히게 아름다운 선율로 찬송가를 불렀습니다. 니고는 그들 가운데 35명이 이미 사형을 언도받고 언제 떨어질지 모르는 집행 날짜만을 기다리고 있는 죄수들이라고 귀뜸해 주었습니다.
그렇게 끔찍한 환경 속에서 그렇게 평화롭고 차분한 표정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나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평강이 넘치는 그들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는 문득 그들이 서 있는 뒷벽에 무언가 숯검정으로 정교하게 그려 놓은 그림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예수님이었습니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이었습니다. 죄수들은 그 그림을 그리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 분명했습니다. 나는 불현듯 그리스도께서 그 곳에 내내 그들과 함께 계셨다는 생각에 온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거기에 계셨습니다. 그분은 그들과 함께 거기 계셔서 함께 고통을 나누시며, 그들에게 그런 장소에서도 찬양할 만한 기쁨을 넘치도록 주고 계셨습니다.
나는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하도록 되어 있었습니다. 무언가 그들의 믿음에 격려가 될 만한 그런 말을... 하지만 나는 단지 몇 마디 인사만을 중얼거리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나의 스승들이었습니다. 내가 아니라, 그들이."
-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하나님』 중에서
|
|
 |
|
인포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