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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장한 산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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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캔필드 외 지음/박혜경 옮김/두란노/374쪽/9,800원)
인간이 극단적인 한계에 다다르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 나는 오랫동안 야릇하고 떨쳐 버릴 수 없는 호기심을 품어 왔다. 어쩌면 이런 끈질긴 스스로의 질문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몇 년 전 나는 범상치 않은 집필 요청을 수락했다. 친한 친구인 론 니켈이 나를 칠레와 페루의 감옥에 산재한 그리스도인들을 만나 볼 수 있도록 주선했다. 이미 알고 있던 바지만, 남아메리카의 교도소들은 그 어느 누구의 신앙에도 극단적인 시험을 주는 장소였다. 비록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고들 하나, 당시의 칠레는 세계에서 인권 침해가 가장 극심한 곳으로 악명이 높았다. 그리고 페루의 감옥들은 늘 신문의 1면을 장식하곤 했다.
그런 참혹한 감옥의 수많은 인생 낙오자들 사이에서 '교회'는 과연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창살 아래 갇혀서 제대로 먹지도 못하고, 성폭행을 당하며, 살인범들과 강도, 강간, 그리고 마약 사범들 속에서 처참한 세월을 보내야 하는 그리스도인들은 어떤 모습일까? 그리스도의 복음이 주는 소망이 그런 악조건들 속에서도 살아 남아 있을까? 나는 이를 확인하기로 했다.
150명에 달하는 회중들은 리듬에 맞추어 열정적으로 노래를 따라 부른다. 어떤 사람들은 손을 높이 들고 찬양하며, 어떤 이들은 누가 더 크게 부르나 경쟁이라도 하듯이 음성을 드높인다. 여러 사람들이 서로 끌어안는 모습이 눈에 띈다. 몇 가지 눈에 띄는 증거들만 아니었다면, 나는 그곳이 칠레에서 가장 큰 감옥이라는 사실을 잊을 뻔했다. 나는 회중을 둘러보았다. 다 낡은 옷들을 대충 걸친 남자들뿐이다. 그들 가운데 놀랄 만큼 많은 사람들의 얼굴에 칼자국이며 이런 저런 상처가 나 있었다.
찬양을 마친 후, 이 교도소에서 사역하고 있는 목사가 청중들에게 론 니켈을 소개했다. 그가 이끌어 가고 있는 단체인 '국제 교도소 선교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을 죄수들에게 전하면서 정부와 힘을 합쳐 교도소 환경을 개선시키는 일을 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오십여 국가의 교도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고 했다. 십여 명의 죄수들이 큰소리로 "아멘" 했다.
"저는 전 세계의 감옥에 있는, 그리스도 안에서 형제 자매 된 이들로부터 여러분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그는 보통 키에 주근깨가 점점이 박힌 어린아이 같은 인상을 풍겼다.
"저는 특별히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르 공화국에 있는 파스칼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여러분에게 안부를 전합니다. 파스칼은 과학자로 교육을 받았으며, 무신론을 자랑하던 사람이었습니다. 어느 날 그는 학생 데모 대열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체포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감옥에 내팽개쳐졌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맨바닥에서 서로 팔꿈치를 밀치며 앉아 있었고, 대부분이 이가 수북히 앉은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습니다. 여러분은 그 곳의 위생 상태를 가히 짐작하실 수 있을 겁니다."
눈을 반짝이며 듣고 있던 칠레의 수감자들은 공감한다는 듯 혀를 찼다.
"파스칼은 감옥에 있는 동안 단 한 권의 책밖에 읽을 수 없었습니다. 그것은 가족들이 보내 온 성경책이었습니다. 그는 성경책을 매일 읽었고, 무신론적인 그의 신앙에도 불구하고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과학이 감옥에 있는 그를 도울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3개월이 지나고 나자, 파스칼은 그 비좁은 감방 안에서 매일 밤 성경 공부를 인도하기 시작했습니다.
파스칼 자신도 놀랍게, 그는 3개월 후에 석방되었습니다. 정부에서 그의 사건을 담당했던 자가 마음을 바꾼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여기 더 놀라운 일이 있습니다. 파스칼은 그 후에도 계속해서 감옥을 찾아갔습니다. 그는 한 주일에 두 번씩 교도소를 방문해서 말씀을 전하고 성경을 나누어주었습니다. 금요일이면 그는 배춧국을 끓여 큰 통에 담아 가서 수감자들을 먹였습니다. 영양 부족으로 죽어 가는 수감자들이 많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죽어 간 많은 사람들이 사실은 음식을 훔치다가 잡혀 들어간 것입니다. 그들은 감옥에 들어가기 전부터 배를 곯은 사람들이었던 것입니다!"
사람들은 서로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공감을 표시했다. 이제 이야기는 점점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론은 계속했다.
"파스칼은 감옥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그리스도께서 가져오실 수 있는 변화가 어떤 것인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여러분이 이 감옥에서 나가시면, 여러분은 여기서 겪었던 일들을 깨끗이 잊어버리고 싶으실 겁니다. 하지만 파스칼은 그럴 수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가 그 곳에 다시 가기를 원하신다고 믿었습니다. 가서 그 구역질 나고 비좁은 감방 안에서 그가 발견했던 하나님의 사랑을 그들에게도 전하기 원하신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가 이야기를 마치자 감동받은 칠레 감옥의 수감자들은 우레 같은 박수 갈채를 보냈다. 론은 창살 아래서 그리스도를 만난 다른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들려주었다. 그 후 회중 가운데 몇 사람이 일어나 자신들의 간증을 했다.
무대 위에서 악기를 연주하던 사람들 중 왼쪽 뺨에 칼자국이 깊게 나 있는 작고 강단 있는 몸집의 한 남자가 일어서서 첫 번째로 입을 열었다.
"그 사람들 나를 위험하다고 쇠사슬로 꽁꽁 묶어 놨더랬소. 그런데 이 몸이 어떻게 해서 이 감옥 교회에 나오게 됐는지 말하겠수다. 난 사실, 여기서 탈출할 구멍을 찾고 있었더랬소."
모두가 껄껄 웃었다. 간수들도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나는 탈출할 구멍 대신, 예수님 안에서 진짜 탈출을 한 거요. 진짜 자유를 찾았다고."
또 다른 죄수 한 사람이 절뚝거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아르헨티나 감옥에서 있었던 총기 사고 때문에 다리 한 쪽을 잃었으며 대부분의 내장을 잘라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5년에 그리스도인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런 설명이 있은 뒤 그는 자기 동생을 죽인 살인범을 손으로 가리켜 지목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예수님을 믿기 전이었다면, 나는 저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계시니, 나는 그를 용서할 수 있습니다. 이제 나는 이 감옥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세상에서 백만장자가 되는 일보다 훨씬 더 중대한 일입니다. 형기를 마치려면 아직도 34년이 더 있어야 하니, 그만하면 난 복음 사역을 위해 충분한 시간이 있는 셈이지요. 안 그렇습니까? 여러분!"
예배는 계속되었고 열기는 갈수록 뜨거워졌다. 죄수들은 동료 수감자들을 부둥켜안고 딱딱한 마루 바닥에 무릎을 꿇고 앉아 기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방문객들이 떠난 후에도 수감자들은 자기들끼리 서로 끌어안고 악수를 하는 등 자리를 떠날 줄 몰랐다.
- 『사랑하는 가족에게 읽어 주고 싶은 이야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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