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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동반자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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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 종강이 다가오고 있었다. 5월 마지막 주 어느 후덥지근한 저녁, 어머니가 기숙사로
전화를 하셨다. 이번 여름 방학에는 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지내며 농장 일을 거
들어야 할 차례라고 말씀하셨다. 우리 가족은 순번대로 농장 일을 돕는 것을 당연하게 생
각했다. 나는 내키지는 않았지만 여름 한철뿐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내년 여름에는 동생
차례니까.
나는 마지막 시험을 치른 뒤 차에 짐을 싣고 여름방학 잘 보내라며 친구들에게 인사했다.
학교에서 농장까지는 자동차로 세 시간 정도 걸렸다. 조부모님은 두 분 다 칠십이 넘으셨
으니 정말 농장 일을 거들 일손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할아버지 혼자서 건초를
마련하시기에는 너무 힘겨운 일이었다. 곳간 수리와 산더미 같은 허드렛일에도 일손이 필
요했다.
나는 그날 오후 늦게 도착했다. 할머니는 우리 세 사람이 먹고도 남을 만큼 푸짐하게 저녁
을 준비하셨다. 할머니는 내게 부담스러울 만큼 많은 사랑을 주셨다. 내가 당신 곁에 있는
것에 익숙해지면 할머니의 관심도 점차 사그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할아
버지는 그야말로 모든 것을 내게 가르쳐 주고 싶어하셨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었을 때
나는 그래도 웬만큼 지낼 만하다고 생각했다. 어쨌거나 이번 여름뿐이니까.
다음날 아침, 할아버지께서 우리 두 사람 분의 식사를 준비하셨다. 할머니는 어제 너무 무
리하셔서 침대에 좀더 누워 계셔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내가 여기 있는 동안 할머니께 내
일을 부탁드려선 안 된다고 다짐했다. 난 도우러 왔지, 짐이 되려고 온 게 아니니까.
그날 아침, 나는 할아버지에게 놀라고 말았다. 일단 집 밖으로 나가자 할아버지는 굉장한
역량을 발휘하셨다. 농장은 할아버지의 활동 무대였다. 고령에도 불구하고 이곳저곳 돌아
보시는 품이 당당하셨다. 어젯밤 여섯 시 뉴스가 채 끝나기도 전에 소파에 쓰러져 잠들어
버린 분처럼 보이지 않았다. 할아버지가 가축들을 살피며 목장을 둘러보시는 모습을 보니
무려 2백여 마리나 되는 황소를 한 마리, 한 마리 다 알고 계신 듯했다.
첫날에는 실제로 한 일은 별로 없었지만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할아버지께서 그 오랜 세월
동안 해오신 일에 대한 안목을 확인했다. 교육을 받지 못하신 할아버지셨지만 이 농장을 꾸
려 네 자식을 키우고 교육시키셨다. 할아버지의 그런 모습에 나는 감격했다.
몇 주일이 지났다. 6월이 끝날 무렵에는 이미 한 차례 풀베기를 하여 단으로 묶어 곳간에
잘 쌓아 두었다. 나는 점차 할아버지와 함께 하는 일과에 적응해 갔다. 할아버지는 해야 할
일을 머릿속으로 꿰고 계셨는데 우리는 그 일정에 따라 그날그날 할 일을 해나갔다. 저녁이
면 나는 책을 읽거나 할머니와 얘기를 나누곤 했다. 할머니는 대학교 이야기나 나와 관계된
것이라면 전혀 싫증을 내지 않으셨다. 나도 할머니 이야기에 열중했다. 할머니의 어린 시절
과 가족 이야기며 할아버지와 갓 결혼했을 때의 신혼 이야기들을 들려 주셨다.
6월의 마지막 토요일, 할아버지께서는 낚시하러 가자고 하시면서 우리가 하던 일을 거두셨
다. 그 연못은 숲 근처 목장 저지대에 있었다. 몇 해 전에, 할아버지께선 이 연못에 고기를
사다 풀어 놓으셨다. 우리는 픽업 트럭을 타고 가면서 가축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그날
아침 연못에서 우리는 뜻밖의 광경을 보았다. 결혼 50주년 기념으로 할아버지께서 할머니에
게 백조 한 쌍을 선물하셨는데 그 중 한 마리가 죽어 있었던 것이었다.
"한 마리를 새로 사면 안 될까요?" 나는 어떻게든 사태가 수습되기를 바라는 심정으로 말했
다. 할아버지께서는 잠시 생각하시더니 대답하셨다. "안 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브
루스. 아다시피, 백조는 한 번 맺으면 평생 짝이지." 한 손에 낚시대를 든 할아버지께서는
다른 손으로 백조를 가리키셨다. "저 남은 백조에게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스스로 알아서 헤쳐나가야 해."
그날 아침, 우리는 점심으로 먹을 만큼 많은 물고기를 잡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
지는 백조가 죽었다는 말을 할머니께 하지 말라고 당부하셨다. 할머니는 이제 연못에 자주
내려가지 않으시기 때문에 당분간은 아실 수 없을 터였다.
며칠 뒤, 우리는 아침에 젖소를 점검하다가 연못가로 갔다. 그런데 저번에 죽은 백조를 발견
한 바로 그 언저리에 다른 한 마리가 누워 있었다. 혼자 남았던 백조가 죽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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