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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절을 베푸는 삶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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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빅터 한센·잭 캔필드 지음/곽명단 외 옮김/씨앗을뿌리는사람/211쪽/7,500원)
드디어 끝났다. 공부하랴,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야간 근무하랴, 4년간의 악전고투도 이젠 끝나고 대학교 과정의 마지막 수업 마지막 시험하고도 마지막 1분 중 딱 30초 남았을 뿐이다. 이제 내게 남은 일은 교정을 가로질러 내 차로 가서 대학 졸업생으로서 새로운 인생을 출발하기 위해 앞으로 나가는 일뿐이다. 이제부터는 모든 게 순탄할 것이다.
교정을 반쯤 걸어갈 때 구두굽이 부러졌다. 절뚝거리며 계속 걷는데 더할 나위 없이 화창하던 하늘이 느닷없이 구름으로 어두워졌다. 차에 도착했을 때 나는 이미 비에 흠뻑 젖어 있었다. 햇빛 찬란하리라던 새로운 인생 타령도 여기서 끝이란 말인가. 마거리타 칵테일 파티에도 이미 45분이나 늦어 있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로 차들이 너무 붐볐다. 교통 신호등을 한 번 더 지나야 파티 장소에 닿을 수 있었는데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어도 내 앞차는 조금도 움직이질 못했다. 앞 운전자는 경적을 울리더니 길을 막고 있던 대상을 휙 돌아 속도를 내며 가버렸다. 나도 똑같이 따라 하려는데, 장애물의 정체가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다. 사실, 그는 지난 4년 동안 여러 번 보기만 했지 한번도 얘기해 본 적이 없는 같은 과 학생이었다.
그렇지만 나는 시간이 없었다. 내게는 졸업 축하 파티가 기다리고 있었다. 차를 몰기 시작했다. 백미러를 힐끗 보니 그 친구는 질척거리는 교차로에서 휠체어를 빼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분명 누군가가 도와줄 거야. 그런데 모두가 나처럼 생각하면 어쩌지?' 나는 길가로 차를 세웠다.
그의 이름은 조던이었다. 뇌성마비로 말이 어눌해 처음에는 이름 알아듣기도 힘들었다. 내 차는 대학생 신분에 딱 맞는 실속형 소형차라서 휠체어를 차에 넣으려고 애썼지만 허사였다. 그를 정말 도울 생각이라면 그가 가려는 곳까지 휠체어를 밀어주어야 했다. 이 빗속에, 이 진창길에서... 나는 내가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싶었지만 분명 한계가 있었다. 어쨌거나 나는 다른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을 때 차를 세웠다. 거기다 휠체어를 내 차에 실으려고도 해보았다. 적어도 교차로에서 그의 휠체어를 빼내주었으면 나로서는 할 만큼 한 게 아닌가!
나는 양심의 가책에서 벗어나 보려고 애쓰면서 조던을 내려다보았다. 빗속에서 온몸을 떨고 있었으나 그런데도 그는 웃고 있었다. 무슨 까닭인지 그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어 보였다. 분명 조던은 내가 지금까지 해준 것 이상의 도움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는 휠체어를 밀고 질척거리는 인도를 따라 가기 시작했다. 나는 차마 그를 떠날 수가 없었다.
나는 차 문을 잠그고 재빨리 뒤쫓아가 휠체어를 밀기 시작했다. 오르막길이 1킬로미터는 족히 넘어 보였다. 백여 미터쯤 갈 때마다 조던은 힘겹게 목을 내 쪽으로 돌리고 고맙다는 표정으로 나를 보곤 했다. 어떻게 내가 이런 친구를 그냥 두고 갈 생각을 했을까?
우리는 마침내 학교 앞에 있는 장애인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다. 조던은 이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우리는 둘 다 비와 땀으로 온몸이 흠뻑 젖어 있었다. 나는 4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조던 혼자서 이 일을 해왔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강의실 가까운 곳에 주차할 곳을 찾지 못할 때마다 짜증을 내곤 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 조던은 자기 집으로 들어가 옷을 말리고 가라고 고집했다. 내게 소개시켜 주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도 했다.
그의 집 안으로 들어간다는 게 약간 겁이 났다.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여태껏 한 번도 장애인의 집에 가본 적이 없었으므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이 아니었나 싶다. 집으로 들어가서야 두려워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나는 너무 놀랐을 뿐 아니라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조던의 아파트는 보통 대학생들의 지저분한 방과는 달랐다. 효율적인 배치하며 고상한 취향까지! 그의 방에는 조던의 손이 쉽게 닿을 수 있도록 모든 물건들이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엄청난 책들! "이 책들을 다 읽었니?" 나는 놀라서 물었다. "지난 4년 동안 일주일에 한 권씩 읽었어." "거기다가 학과 공부까지 했단 말이야?"
그는 자기를 따라 오라는 시늉을 하며 걸어가서는 조용히 방문을 두드리고 문틈으로 무언가 소곤거렸다. 나는 그를 따라 안으로 들어갔다. 조던은 누워계신 자신의 어머니에게 나를 소개시켰는데 나중에서야 몇 년 전에 뇌졸중으로 쓰러지셨다는 걸 알았다. 정식 대학생이면서, 독서광이자, 휠체어에 의존해 사는 조던은 어머니께는 둘도 없는 간병인이기도 했던 것이다.
조던은 나를 방에 남겨 두고 차를 준비하러 나갔다. 그의 어머니께서는 내가 방안에 있는 것을 아시는지, 또 조던이 방금 들려 준, 빗속에서 휠체어 때문에 애먹던 그 이야기를 알아 들으셨는지, 머리를 드시더니 힘겹게 말했다.
"지난 4년 동안 단 한 사람도 내 아들을 도와준 적이 없었어요. 조던에게 정작 필요했던 건 누군가의 도움이 아니라 가끔 외로움을 풀 수 있는 친구였다우."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마거리타 칵테일 파티는 까마득히 먼 얘기처럼 여겨졌다. 나는 저녁 식사 때까지 머물렀다. 조던과 나는 학교에서의 마지막 날을 축하했다. 4년 대학 생활 중 얻은 가장 소중한 교훈은 강의 시간이 아닌 학교 밖에서 얻은 셈이었다.
- 댄 클라크/크리스티 캘체라
『사랑과 용기를 주는 101가지 이야기』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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