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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알지 못했던 예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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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얀시 지음/김동완 옮김/요단출판사/480쪽/12,000원)
시카고에서 내가 가르쳤던 학급은 복음서를 읽은 다음 예수 생애에 관한 영화를 보곤 했는데, 그러다 보니 놀랄 만한 특징이 한 가지 눈에 띄었다. 도덕적으로 불결한 사람일수록 예수 주변에 있기를 편안해 하는 것 같다는 점이었다. 우선 이런 사람들일수록 예수의 매력을 훨씬 더 강하게 느꼈던 모양이다. 유대인들에게 천시당하던 사마리아인들, 미움받는 폭군 헤롯의 부하 장교, 매국노 세리, 일곱 귀신 들렸던 창녀 등 말이다.
반면에 예수는 소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계층으로부터는 차가운 반응을 받았다. 경건하기 그지없는 바리새인들은 그를 속되고 세련되지 못한 인물로 여겼고, 부자 귀족은 머리를 흔들며 그를 떠나갔고, 상당히 열린 마음을 갖고 있던 니고데모도 밤의 어두움을 휘장 삼고서야 예수를 찾아왔다.
나는 학생들에게 이상하지 않느냐고 물었다. 오늘날 교회는 일찍이 예수께 의심의 눈길을 던지던 계층과 비슷한,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만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 같은데 말이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져서 예수 당시의 모습과는 정반대가 된 것일까? 왜 오늘날 죄인들은 우리 주변에 있길 꺼리는 걸까?
나는 시카고에서 완전히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 일하는 내 친구에게서 들은 이야기를 했다. 한 창녀가 그를 찾아왔는데 아주 비참한 처지였다. 집도 없고 건강은 갈수록 나빠지고 딸애에게 먹일 음식조차 살 돈이 없었다. 눈물을 머금고 그 창녀는 자기의 겨우 두 살난 딸을 변태행위를 즐기는 남자들에게 내주어 마약 값을 벌었다고 고백했다. 얼마나 지저분한 얘긴지 내 친구는 듣고만 있다가 고작 한마디한다는 것이 교회에 가서 도움을 청해 봤느냐는 것이었다. "그때 그 놀라는 표정은 정말 잊지 못할 거야." 친구가 나중에 나에게 한 말이었다. "교회요!" 창녀는 펄쩍 뛰었다. "뭐하러 거길 가요? 갔다가는 지금보다 더 기분만 상할 텐데요!"
어쨌든 교회는 존경받을 만한 사람들의 모임이 되었노라고 나는 학생들에게 말했다. 예수가 지상에 있을 때는 그 주변에 모여들던 버림받은 사람들이 그의 교회에서는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것이다. 예수, 역사상 가장 완전한 인간이었던 그가 어떻게 그토록 불완전한 사람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을까? 우리는 왜 그처럼 할 수가 없는 걸까?
학급의 한 사람이 교회의 율법주의가 교회에 엄한 도덕의 담장을 높이 쌓는 바람에 비그리스도인들이 가까이 오기가 편치 않은 것이란 말을 했다. 갑자기 학급의 토론 방향이 달라지면서 기독교 대학이나 근본주의 교회에서 간신히 살아 남은 사람들이 온갖 이야기들을 쏟아 놓기 시작했다. 나 자신도 70년대에 무디 성경학교를 다니면서 혼란에 빠졌던 이야기를 했다. 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은 수염도 못 기르고 머리도 귀밑으로 내려가지 못하도록 짧게 유지해야 했다. 그런데 학생들은 틈만 나면 몰래 무디의 초상화 위에다 무디 자신이 그 규칙을 위반한 모습을 낙서해 놓았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학급 전체가 웃음을 터뜨렸다. 그러나 그렉만은 웃지 않았다. 나는 그의 표정이 한순간 빨개지더니 분노로 하얗게 변하는 모습을 보았다. 마침내 그렉이 손을 들고 분개한 어조로 말까지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난 이 교실에서 나가버리고 싶은 심정입니다."
교실 전체가 일순 조용해졌다. "여러분은 지금 남더러 바리새인이라고 비난하는데 정말 바리새인이 누군지 내가 말하죠. 그건 바로 선생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과 이 학급 전체입니다. 여러분은 스스로 꽤나 고결하고 성숙하고 세련된 척하고 있는데 말이죠. 난 바로 그 무디 교회 때문에 그리스도인이 된 사람입니다. 여러분은 이제 자신이 더 영적이라고 우쭐해 하며 등 뒤에서 손가락질해도 좋은 대상을 찾아냈군요. 그게 바로 바리새인들이 한 짓입니다. 여러분은 다 바리새인들입니다!"
학급의 눈길이 모두 내게 쏠렸다. 그러나 나는 대답할 말이 하나도 없었다. 말하자면 그렉은 우리의 범행현장을 포착한 것이다. 비틀린 영적 거만함으로 우리는 남들을 바리새인이라고 비하하고 있었다. 혹시 시간이 나를 구제해 줄까 하고 시계를 보았으나 그런 행운은 닿지 않았다. 아직도 십오 분이나 남아 있었던 것이다. 뭔가 반짝하는 영감이 떠오르길 기다렸으나 감감 무소식이었다. 학급의 침묵은 더욱 커졌다. 나는 당황했고 함정에 빠진 기분이었다.
그때 밥이 손을 들었다. 밥은 학급에 들어온 지 얼마 안된 새 얼굴이었다. 죽는 날까지 밥이 나를 구출해 준 데 대한 고마움은 잊지 못하리라. 그가 노여움을 가라앉힐 만한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그렉, 나가 버리지 않아서 고마워요. 이 학급엔 그렉이 있어야 해요. 그렉이 여기 있는 게 참 다행입니다. 그리고 제가 어떻게 이 교회에 나오게 됐는지 좀 얘기하고 싶습니다.
"사실 전 아까 얘기에 나왔던 창녀하고 제 자신이 가깝다고 느꼈습니다. 저도 마약 중독자였고 아마 백만 년이 지나도 내 발로 교회에 나와 도움을 구하리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이 교회에서는 매주 화요일이면 익명 '음주 중독자 모임'을 갖도록 허락했는데, 바로 지금 우리가 앉아 있는 이 교실입니다. 처음에는 그 모임에 나왔더랬죠. 그러다가 이런 모임을 허용하는 교회, 담배 한 대 피워도 되고 커피도 마셔 가면서 적당히 해도 되는 이런 교회는 한번 다녀 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예배에 가볼 생각도 났습니다.
"어땠는지 아세요? 저 위층 예배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죄다 저를 위협적인 눈으로 쳐다보는 거였습니다. 전 그저 이 밑바닥을 기고 있는 동안에 그 사람들은 자기들끼리 만사를 다 갖고 누리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었죠. 이 교회 사람들은 대개 옷을 잘 입는 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갖고 있던 옷이라고 해야 청바지에 티셔츠뿐이었어요. 기분이 좀 나빴지만 저는 자존심 같은 건 꿀꺽 삼키고 화요일과 마찬가지로 일요일에도 교회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이 저를 피하지 않는 거였습니다. 오히려 다가왔습니다. 제가 예수를 만난 곳은 바로 이 교회입니다."
누군가 공기 잠금 장치를 푼 것처럼 밥이 단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어조로 얘기하는 동안 교실에서 모든 긴장이 빠져나갔다. 그렉도 누그러졌고 나는 내 자신의 바리새주의적 태도를 사과했다. 그리고 학급 전체가 다시 하나가 되자는 말을 나누며 마쳤다. 말하자면 밥은 우리 모두를 공통분모로 되돌아오게 한 것이다. 누구나 하나님을 필요로 한다는 그 공통된 기반으로 말이다. 나는 교회가 다시금 창녀, 세리, 심지어 죄의식을 부추기는 바리새인들까지 함께 기쁘게 모일 수 있는 곳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라는 말로 그 시간을 마감했다.
- 『내가 알지 못했던 예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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