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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혜의 스캔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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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얀시 지음/채영삼 옮김/두란노/244쪽/10,000원)
얼마 전 나는 한 음식점에 앉아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니얼은 이제 15년 간의 결혼 생활을 청산하고 아내와 헤어지기로 했다는 결정을 내게 털어놓았다. 그는 최근에 젊고 예쁜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녀와 함께 있으면 다시 살아나는 느낌입니다. 수년 동안 한 번도 느껴 보지 못한 그런 생기가 돌아요." 그의 말이었다.
대니얼, 그는 그리스도인이었다. 그리고 그가 하려고 하는 일의 개인적, 도덕적 대가가 어떤 것인지도 익히 알고 있었다. 그가 만일 아내를 떠나면 그녀는 아마 회복할 길 없는 상처를 받을 것이고 아이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다 해도, 그의 말에 의하면 그 젊은 여자에게 이끌리는 그 알지 못할 힘에는 자기도 어쩔 도리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슬픔과 탄식에 잠긴 채 그의 이야기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후식을 먹을 때 즈음 그는 내게 충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제가 오늘밤 선생님을 뵙자고 한 것은 질문 하나를 여쭙기 위해서입니다. 선생님께서는 제가 지금 하려고 하는 이 끔찍한 일을 하나님께서 용서하시리라고 보십니까?"
우리는 정말 무조건적인 하나님 은혜가 불러일으키는 '스캔들'을 충분히 소화하고 있는가? 만일 대니얼이 하나님께서 금방 용서하실 거라는 사실을 안다면, 나는 어떻게 그로 하여금 그 끔찍한 실수를 하지 못하도록 설득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은혜의 스캔들은 분명 로마서를 쓰고 있었던 바울에게도 고민거리가 되었다. 로마서의 처음 세 장은 모든 부류의 인간들에게 내리는 정죄로 결론지어진다. "의인은 없나니 하나도 없도다." 그 다음의 두 장은 은혜의 기적을 밝혀 내는데, 은혜가 너무나 풍성히 넘쳐서 바울은 "죄가 더한 곳에 은혜가 더욱 넘쳤나니"라고까지 썼다.
로마서 6장에 오면 바울의 어조가 바뀐다. 나는 자기가 기록한 파피루스를 들여다보면서 머리를 긁적거리는 바울을 그려 본다. 그는 이렇게 말했을 법도 하다. "잠깐, 내가 지금 뭐라고 쓰고 있는 거지?" 그렇다면 살인자나 간음하는 자나 아니 어떤 죄를 짓는 사람이든지 하나님의 이 넘치는 용서의 약속을 믿고 마음껏 죄를 지을지도 모르지 않는가?
그 다음 몇 장에 걸쳐 바울은 거듭 이 논리적 난관에 부딪힌다. "그러면 우리가 무슨 말을 하리요? 은혜를 더하게 하려고 죄를 지으리요?" 초점이 빗나간 질문에 바울은 단호하게 잘라 말한다. "그럴 수 없느니라!" 그리고 긴 설명을 덧붙인다. 6장에서 8장에 걸쳐 바울이 계속 설명하고 있는 그 밀도 높고 놀라운 논증은 간단히 말하면, 은혜의 스캔들에 관한 것이다.
거두절미하고 이것이 내가 대니얼에게 해준 말이다.
"하나님이 당신을 용서하실 수 있냐구요? 물론입니다. 성경을 읽어 보십시오. 다윗, 베드로, 바울... 하나님은 그분의 교회를 살인한 자, 간음한 자, 하나님을 부인한 자, 하나님을 따르는 사람들을 핍박한 자들에게 맡기셨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 때문에 용서는 이제 우리의 문제가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문제가 아닙니다. 죄를 짓는 그 과정을 지나면서 우리는 스스로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지게 됩니다. 하나님께 반항하는 바로 그 행위 속에서 우리 자신이 바뀌고 맙니다. 그렇게 우리 자신이 바뀌어 버리면 나중에 하나님께 다시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지요. 당신은 지금 용서받을 수 있을 것인가를 물어 보지만, 나중에는 용서받기를 원하지도 않을지 모릅니다. 더구나 그때는 회개가 필요할 텐데."
그런 대화가 있은 지 몇 개월 뒤, 대니얼은 자기 결정대로 실행했다. 나는 아직 그가 회개했다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 이제 그는 결혼 생활이 불행했기 때문에 그랬노라는 변명을 해댄다. 이제는 믿음의 친구들과 아예 멀어졌고 - "너무 속이 좁은 사람들"이라고 말하며 - 대신 그의 자유 분방한 태도를 환영하는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러나 내게는 대니얼이 전혀 자유 분방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자유 분방함'의 대가로 그를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었다. 그는 이제 하나님은 자기 인생의 한 부분도 차지하지 않노라고 말한다. "아마 나중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지요." 그의 말이다.
하나님은 먼저 은혜를 선포하심으로써 커다란 위험을 감수하신 셈이다. 하지만 그 은혜의 스캔들 속에서 위험 부담을 안고 있는 쪽은 사실 우리 편이다. 조지 맥도널드가 그렇게 말했듯이, 우리는 우리가 저지른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 잘못에서 떠나지 못했기 때문에 정죄받는다.
- 『뜻밖의 장소에서 만난 하나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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