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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용사회 2013년 10월] 상(商)으로 민족혼(魂)을 일깨운 거상 조병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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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혼商魂』
진광근 지음 / 책이있는마을
우리 회사가 발행하는 월간지에는 ‘소설 속의 명장면’이라는 코너가 있다. 매월 이 코너를 준비하면서 나는 역사 속의 위인들을 소개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작년 이맘때도 도서관에서 소설 분야 서가를 살피고 있었는데 『파破』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제목이나 책 표지 만으로는 아무런 느낌도 없었고 저자 이름 또한 생소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책장을 넘기다가 곧장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책을 대출해 집으로 가지고 와서 밤을 꼬박 새워 읽었다.
소설 속의 주인공 조병택은 구한말 정권 실세인 민영익의 호위무사로 들어가 민영익으로부터 인정을 받고, 그에게서 거금 삼 만원을 빌려 거상으로 발돋움한 인물이다. 그는 청일전쟁이 일어날 것을 예견하고 소가죽을 미리 사모았다가 일본 군부에 팔아 30배에 달하는 이문을 남겼다. 그는 이처럼 기발한 발상으로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짧은 기간에 거부가 되어, 최초의 근대적 무역회사와 공장, 그리고 은행을 세웠다. 그는 자신이 이룬 부를 토대로 비극의 시대인 일제 강점기에 독립운동자금을 대고 헤이그 밀사들의 자금을 지원했으며, 일제에 맞서 조선 노동자들의 파업을 이끌었다. 자신의 부를 무기로 일제에 맞서 민족혼을 일깨웠던 위대한 조선의 호랑이 조병택. 그러나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겼던 일제의 간악한 음모에 의해 그는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만다. 그리고 그가 남긴 300만평의 땅은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비록 짧은 생애였지만 누구보다도 나라와 민족을 사랑했고 의미 있는 삶을 살다간 이 거인을 안타깝게도 후손인 우리는 기억하지 못한다.
책을 다 읽고 나서 나는 조병택이라는 인물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나는 ‘소설 속 명장면’ 원고를 완성하여 작가에게 연락해 우리 잡지에 게재할 수 있도록 허락해달라고 요청했다. 뜻밖에도 작가 진광근은 검찰수사관 출신 법무사였고, 조병택의 손자로부터 할아버지의 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땅을 찾는 과정에서 조병택이라는 인물을 알게 되어 소설을 쓰게 되었다고 말했다. 진 작가는 완성된 원고를 출판사 몇 곳에 보냈지만 출간하겠다는 곳이 없어 자비로 출판을 해 도서관에도 보내고 지인들에게도 나누어주었다고 했다.
진 작가의 말을 듣고 나니 이 위대한 거인을 후손인 우리들이 기억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고, 이제라도 조병택이라는 인물을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평소 가까이 지내는 출판사 대표를 만나 『파破』의 내용을 이야기해주고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 다시 출간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후 8개월에 걸친 원고 수정 작업을 거쳐 마침내 지난 달 『상혼商魂』이라는 제목으로 새롭게 출간되었다. 도서관 구석에서 잠자고 있던 『파』가 『상혼』으로 새롭게 탄생된 것을 보자 마치 그 동안 잊혀져 있던 조병택이 우리 곁으로 다가온 것 같아 무척 흐뭇했다. 부디 『상혼』을 통해 우리 모두가 조병택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북코스모스 대표 최종옥 ceo@bookcosmo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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