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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 사회가 당면한 현실과 관련하여 가장 중요한 화두는 경제민주화가 아닐까 싶다. 그러다 보니 이제 곧 치러지게 될 대선에서도 경제민주화는 가장 큰 쟁점이 되고 있다. 본디 ‘경제’란 ‘세상을 경륜하고 백성을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을 줄인 것이다. 그런데 오늘날 경제는 극소수의 사람들이 부를 독점하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빈곤에 허덕이는, 황금만능주의와 몰염치가 판을 치는 괴물이 되어버렸다. 본래의 의미를 잃고 이기적 욕심과 탐욕에 물들어 버린 경제는 결국은 부메랑이 되어 우리들 모두의 목을 조르게 될 것이다.
영국의 저널리스트인 데이비드 보일과 환경운동가인 앤드류 심스가 공동으로 저술한 『이기적 경제학 이타적 경제학』은 ‘신자유주의’의 이름하에 행해지고 있는 약육강식의 시장만능주의가 초래한 극심한 불평등과 환경 파괴 등의 폐해를 고발하고, 전통경제학을 넘어선 새로운 경제학을 제시하고 있다. 새로운 경제학은 인간과 인간이 살고 있는 지구를 생각하면서 인간과 자연이 가진 자원을 활용하여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어떻게 그 잠재력을 구현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따라서 저자들이 제시하는 새로운 경제학은 경제학 자체를 넘어서 윤리학, 생물학, 심리학 그리고 지구과학 등을 포괄하여 사상의 체계를 통째로 새롭게 바꾸는 거대한 담론을 담고 있다.
오늘날 GDP 수치상으로 보면 지금 우리는 중세시대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부유해졌다. 그런데도 우리는 집 하나 사는 것도 매우 어렵게 되었으며, 부부가 1년 내내 일하지 않고는 그럭저럭 살아가는 것조차 힘들고, 그것마저도 누리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제학자들의 계산에 의하면, 중세시대 때 평범한 농부 한 사람이 연간 15주 정도 일하면 1년 동안 생활하는 데 필요한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런데 지난 200년 동안 유례없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중세시대의 소작농들보다도 더 죽어라고 일을 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실제로 오늘날 전 세계 인구 중 30억 명이 하루에 2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살아가고 있고, 심지어는 부자 나라인 미국에서조차 심각한 절대빈곤에 처한 사람들이 4천만 명에 이르고 있다. 반면에 현재 전 세계 상위 1%의 부자들은 전 세계 57%의 가난한 사람들의 소득을 합한 것보다 많이 벌고 있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부의 불평등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실을 개탄하며 기존의 경제 이론에 반하는 낯선 질문들을 통해 새로운 시각에서 경제를 해석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왜 태평양의 가난한 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행복할까?’ ‘왜 중국은 미국의 이라크 전쟁에 돈을 쓰는가?’ ‘왜 우리는 중세시대 소작농들보다 더 오래 일을 해야 하는가?’ ‘왜 월마트가 들어선 지역은 투표율이 하락하는가?’ 이런 방식으로 부, 화폐, 시장, 무역, 노동, 자원, 부채 등 기본적인 경제학의 테마들을 폭넓게 다루면서 ‘어떻게 하면 모든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에 대한 대안으로 재활용품 처리 전문기관 육성, 슬로푸드로의 전환, 탄소배출권에 기반한 새로운 통화체제 구축 등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한다. 아울러 이러한 대안들은 현재의 경제시스템을 혁명적으로 바꾸지 않고도, 다만 우리가 ‘경제학은 소수가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진리를 가슴에 품고 살아가면서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이라고 말하고 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이기적 경제학 이타적 경제학』
(데이비드 보일, 앤드류 심스 지음 / 사군자 / 320쪽 / 15,000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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