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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0일 10시, 27년 만에 찾아온 강추위 속에서 사이렌 소리와 함께 20분간 정전 예방을 위한 전 국민 비상 훈련이 실시되었고, 며칠 후 전기료가 4% 인상되었다. 이처럼 이제 에너지는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중요한 화두로 부각되었다.
미국 에너지자문위원회 위원장이자 세계 에너지 분야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발언권을 가진 대니얼 예긴(Daniel Yergin)이 최근 저술한 『2030 에너지전쟁』은 현대의 에너지인 석탄, 석유, 천연가스, 전기, 그리고 핵에 관한 놀랍고도 굴곡진 역사를 밝히는 한편 앞으로 에너지가 우리의 미래를 어떻게 바꿔 놓을지를 보여주고 있다.
우선 제1부에서는 걸프전 이후 수십 년에 걸쳐 전개돼왔던, 석유를 손에 넣으려는 국가 간·석유 메이저들 간의 치열한 싸움과 함께 채굴한 석유를 수송하기 위한 송유관 건설을 둘러싼 각축, 그리고 이러한 싸움을 조장하는 지정학적 요인들에 대해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아울러 고속성장으로 세계의 석유를 급속도로 빨아들임으로써 세계 석유 시장을 불확실한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는 중국의 향후 움직임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제2부에서는 에너지 안보와 공급의 미래에 초점을 맞추고 새로운 에너지 공급원으로서 갈수록 그 비중을 늘려가고 있는 천연가스에 주목한다. 특히 21세기가 시작된 이후 가장 큰 에너지 혁신으로 꼽히는 셰일가스(Shale Gas)는 전 세계가 앞으로 백 년 정도는 마음 놓고 쓸 수 있는 여유를 가져다주었다.
제3부에서는 1882년 토머스 에디슨이 전기를 발명한 이후 원자력 발전에 이르기까지 무서운 속도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다양한 산업을 일으켜온 전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우리의 삶에 있어서 결코 없어서는 안 될 전기를 미래에도 계속 흐르게 하기 위해 어떤 연료를 선택할지를 놓고, 우리는 힘든 싸움을 벌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제4부에서는 기후변화가 에너지의 미래에 있어서 지배적인 문제로 발전하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1950년대 말부터 소수의 전문가들이 지구온난화의 위험을 감지했고 이에 대한 대책이 국제적 협의를 통해 리우선언, 교토의정서 등으로 발전하면서 기후변화가 정치 지도자 및 CEO나 투자자가 내리는 결정에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
제5부에서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 등 ‘재생에너지의 생산’과 그 기술의 진화에 대해 이야기한다. 이들 산업의 역사는 혁신, 창업정신, 정치 투쟁, 논쟁, 실망과 절망, 회복과 행운의 역사이다. 이런 산업은 이제 거대한 산업으로 발전했지만 글로벌 에너지산업의 규모에 비추어보면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당장 몇 년 동안은 에너지 균형에 가장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6부에서는 수송, 특히 전기차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는 자동차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전기차가 석유를 몰아내기 위해서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전기차의 경쟁력이 입증되면, 에너지 세계는 판을 다시 짜야만 하고 여기에 바이오연료 또한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통해 앞으로 에너지에 대한 각국의 집착은 더욱 높아지고, 에너지 문제가 우리의 미래를 규정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 책을 처음 접하는 순간 9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양에 압도되기 쉽지만, 일단 첫 페이지를 넘기면 석유를 비롯해 에너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이 마치 드라마처럼 펼쳐지고 있어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다.
- 최종옥, 북코스모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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