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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남은 5%의 희망
 
 
웃음과 눈물은 한 짝이다. 흔히 그 둘이 서로 반대편에 있는 거라고 착각하는데 내 생각은 다르다. 떼려야 뗄 수 없는 샴쌍둥이처럼 한쪽이 있어야 다른 한쪽 역시 살 수 있는 친밀한 존재다. 내 첫 직업이던 개그맨의 역사가 바로 웃음과 눈물이 어떻게 한 짝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집에 틀어박혀 책 읽기를 좋아하던 내성적 인간 이동우에게 군대는 <지옥의 묵시록>을 연상케 하는 시련의 무대였다. 그때 그 혹독한 훈련소에서 나는 어머니의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사랑하는 아들, 동우야!” 봉투를 뜯어 펼친 편지지 첫 줄에 그렇게 쓰여 있었다. 사랑하는 아들이라니, 나는 다시 한 번 겉봉의 내 이름을 확인했다. 어머니가 편지를 썼다는 것 자체도 놀라운데 사랑이라니! 살가운 데라곤 눈 씻고 찾아도 찾을 수 없는 전형적인 억척 아줌마가 이런 다정한 속마음을 내보이다니 정말 충격이었다.

한쪽 마음이 쿵, 하고 무너져 내렸지만 추슬렀다. 쿵쾅거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찬찬히 읽어 내려갔다. 처음부터 끝까지 온통 사랑한다는 이야기뿐이었다. 이제까지 대놓고 칭찬 한 번 해주지 않던 어머니가 나를 이토록 사랑하고 계셨는지 몰랐다. 나는 밤새도록 편지를 부둥켜안고 뼈가 저리도록 울었다.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제 어머니 마음도 모르고 멋대로 살아온 지난날들이 죄스러워서였다. 입대하기 전 우리 집의 경제사정을 어렴풋이 짐작하던 터라 더 심란했을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제대하면 효도 한번 멋들어지게 하겠노라고 결심했다.

폭풍 같은 눈물의 대가로 내가 쥔 것은 웃음이었다. 한번도 누구를 웃겨보겠다고 생각한 적 없던 내가 그것을 업으로 삼는다는 건 내 자신에게도 의외였다. 하지만 뼈저린 눈물이 선택한 것이 웃음을 파는 일이라니…… 어쩐지 운명 같았다.

어금니 꽉 깨물고 대박을 터트리겠다고 내디딘 개그맨으로서의 삶은 나름 재미있었다. 누군가 신나게 웃는 얼굴, 내가 구상한 개그에 완전히 매료된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 가슴이 떨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뭔가 헛헛했다. 말초신경만 자극하는 익살이 돈이 될지는 몰라도 나를 자극하진 못했다. 돈에 눈먼 심순애처럼 나는 순간순간 서글퍼졌다. 웃는 가면 아래로 눈물이 흘러내렸다. 서른을 넘어서면서 인생을 담아내고 싶었다. 가끔 ‘저 사람 뭔가 다르다’라고 느껴지는 이들은 찢어지게 가난해서 광대 분칠 해가며 5~6년 뛰어다니다 방송국 PD 눈에 들어 데뷔한 경우였다. 그들이 맨손으로 캐낸 삶의 눈물이 웃음으로 승화되는 순간을 나는 사랑했다. 나는 코미디언이고 싶었다.

가볍게 사는 게 싫다고 투정을 부려서였을까, 나는 하루아침에 시각장애인이 되었다.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저하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거센 파도 앞에서 흔들리는 촛불처럼 위태로운 일상을 매분 매초 가까스로 이어가느라 웃지 못했다. 웃기지도 못했다. 발끝부터 끌어올린 눈물을 쏟아내는 게 일이었다. 그러다 MBC 휴먼 다큐멘터리 <사랑>과 만났고, 그것을 계기로 나는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번에 오른 무대에서는 개그도 연기도 필요 없는, 내 이야기를 하면 그만이었다. 이른바 강연! 말로만 듣던 강사가 되는 순간이었다.

강사로서 처음 무대에 오르는 날, 내 이야기를 들으러 강당을 메운 이들은 망막색소변성증 환우들이었다. 방송 토크쇼가 아닌 자리에서 나를 이야기하는 건 낯설었다. 그러나 나를 일어서게 한 가족과 지인들의 깨알 같은 응원을 그들, 나의 청중에게 쏟아냈다. 신체의 눈 때문에 마음의 눈마저도 잃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면서 희망의 느낌표를 던졌다. 강연이 끝나고 박수가 터져 나올 때 나는 어쩌면 삶이 달라질지도 모르겠다고 중얼거렸다.

이후로 나는 10여 차례 강단에 섰다. 대개 나의 투병생활과 희망보고서가 주제다. 의사, 보험설계사, 대학생, 공무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청중이다. 이제는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겨서 간간이 유머를 섞어가며 이야기한다. 자연스럽게 삶 속에 스민 유머가 고개를 내민다. 울다가 웃다가 한판 굿이 끝나면, 때에 따라 기립박수를 받기도 한다. 아무리 웃기려고 노력해도, 한 시간 동안 죽어라 춤추고 노래해도 받아본 적 없던 게 기립박수였는데…… 그 소리에 취해 그간의 일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그제야 ‘이게 코미디구나’ 고개를 끄덕인다.

남은 시력 5%. 어쩌면 내년 이맘때는 글을 읽지 못할 수도 있다. 알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요즘 내가 딱 그 짝인 거다. 그래서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나는 그 어떤 기대도 하지 말자고 중얼거린다. 지금 이 순간에 무얼 하느냐가 중요한 거다. 결과를 바라보고 달려가지 말자. 죽는 날까지는 모든 게 과정이다. 그게 오늘을 살게 하는 희망이라고 가슴 깊이 새긴다. 그 희망이야말로 어제의 눈물을 오늘의 웃음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다. 비록 내일 아침 눈을 떴을 때 아무것도 볼 수 없다고 하더라도, 나는 오늘 내게 비추어진 5%의 세상으로 웃고 싶다. 웃을 수 있다. 웃을 것이다. 웃는다!

- 『5%의 기적』 중에서
(이동우 지음 / 생각의나무 / 252쪽 / 12,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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